[Review] 제목만큼 짜릿한 도전 - 레몬 사이다 썸머 클린샷 [공연]

글 입력 2019.10.27 2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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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켜보면 나는 연극과 인연이 거의 없었다. 연극을 본 것이 손에 꼽을 정도이다. 이제는 조금 오래전의 이야기가 되어버린, 고등학교 때 관람했던 학교 연극동아리의 공연이 내 기억 속의 처음 관람한 연극이었고, "레몬 사이다 썸머 클린샷" 전에 가장 최근에 관람한 연극은 1년 전, 가족과 함께  대학로에서 관람했던 "장수상회"였다.

 

영화나 드라마와는 달리 관객이 배우의 연기를 바로 앞에서 볼 수 있다는 점은 연극이 주는 가장 큰 매력일 것이다. 배우가 카메라 앞에서 하는 실수는 "컷!" 소리와 함께 다시 만회할 기회가 있지만, 무대 위의 연기는 극의 시작과 끝을 관객이 함께한다. 연극배우들은 극 중에서 한 번의 실수도 일어나지 않도록, 예상치 못한 위기의 순간들을 유연히 넘겨야 하는 능력을 갖추어야 하는 것이다.

 

이전에 연극을 보았을 때 내 좌석은 이층석이었다. 극에 몰입하면서도 동시에 어쩔 수 없는 물리적 거리에 생동감이 덜했었던 그때를 떠올리며 공연이 열리는 서강대로, 정확히는 "서강대학교 메리홀 소극장"으로 향했다.

 

얼마나 소극장일까 궁금해하며 입장을 하는데 맙소사, 정말 작잖아? 작은 공간에 농구대 하나가 구석에 세워져 있는, 계단식으로 자리가 나누어진 얼마 안 되는 관객석으로 이루어진 극장이라니. 동행과 함께 혹시 농구공이 날아오면 어쩌지? 뭐 잘 받고 아무렇지 않게 패스해줘야지 하는 가볍지만 한편으로 진심이 담긴 대화를 주고받는 중에도 마음에는 호기심과 기대가 차오르고 있었다. 과연 여기에서 "농구" 연극은 어떻게 진행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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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볕이 내리쬐는 공원, 연정은 고민이 가득한 얼굴로 벤치에 앉아있다. 프리랜서로 일하는 그는 작업 중인 게임의 결말을 완성하지 못한다. 심란한 모양새로 레몬 소다를 마시며 멍하니 있는 연정에게서 그리 멀지 않는 곳에 4명의 사람이 모여있다. 함께 농구를 하려고 모였건만, 어째 불협화음이다. 무엇보다, 최소 한 팀에 5명이어야 하는데 4명 밖에 없다니. 가장 어린 선수 중 하나인 재영은 벤치에 앉아 있는 연정에게 함께 농구를 권하고 그렇게 5명은 한 팀으로 농구를 하게 된다.

 

겨우 최소 인원을 모았지만, 과정도 녹록하지 않다. 각자 농구를 하게 된 계기도, 기본 실력까지도 차이가 크다. 고등학교 때 농구를 했던 환희, 농구를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고3인 재영과 혜준, 좋아하는 사람이 농구 시민 리그에 참가해 그 이유로 지원했다는 회사원 연미, 그리고 재영의 권유로 농구를 시작한 연정. 그럼에도 서로를 알아가며 서로의 부족함은 채워가려는 노력을 통해 다섯 명은 진짜 팀이 되어가는 듯 보인다.

 

그러나 실전 연습을 위해 치른 초등학생과의 경기에서 참패한 후, 녹화한 경기 영상을 모니터하다가 서로의 실수, 단점을 지적하는 과정에서 팀은 갈등을 맞는다. 그러나 공격권이 와도 적극적이지 못했던 연정도 서로에게 속상함을 쏟아부었던 동갑내기 혜준, 재영과 가장 실력이 부족해 매번 어린 혜준에게 핀잔을 들었던 연미와 고등학교 시절, 촉망받는 선수였지만 부상 이후 농구를 다시 하기 두려웠다는 환희까지 각자 공원에 나와 연습하다 마주치고 다섯 명은 다시 한 팀으로 뭉쳐 시민 리그에 참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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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을 보러 가기 전부터 가장 궁금했던 것은, 무대에서 "농구" 연극을 어떻게 공연할 것인가였다. 공연장의 규모를 떠나서 "농구"라는 특성상 농구공으로 경기를 준비하고 훈련하는 장면이 있을 텐데 물론 배우들이 서로 합을 많이 맞춰봤겠지만 예상치 못한 상황도 있을 테고 어떻게 대비하고 극을 이어갈까 걱정 반 호기심 반의 마음으로 공연을 기다렸다.

 

결과적으로 내 걱정은 기우였다. 배우들은 훈련을 시작하는 단계에서 마지막 경기를 하는 순간까지 배역의 도전을 너무나도 잘 표현해냈다. 무엇보다, 관객과 굉장히 가까운 거리에서 연기를 해야 하는 부담이 있을 텐데 관객을 정면으로 마주하면서도 진지하게 연기를 이어가는 모습에서 소극장에서 연기하는 배우들은 그들만의 힘이 있다는, 평소 연극을 즐겨 관람하던 지인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나는 그가 연극을 왜 그렇게 좋아하는지, 그중 소극장에서의 공연을 유독 즐겨 보는지 이제 알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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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이 끝난 후, 내가 이전에 기고했던 "레몬 사이다 썸머 클린샷"의 프리뷰를 떠올려보았다. 연극의 제작팀이 여자프로농구팀 올스타전 관전 후, 여성 스포츠 활동에 어려움을 토로하다 그것이 연극을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는 이야기를 바탕으로, 여성이 스포츠를 한다는 것에 세계적으로 그 정도에 차이가 있을 뿐 차별이 만연한 세태라는 논조로 프리뷰를 기고했었다. 그러면서 극에서도 자연스레 이와 관련된 어려움이 표현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러나 극에서는 성차별이나 여성이기에 겪었던 불편함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그저 보통의 사람들이 모여 그 안에서 하나의 프로젝트를 이어가며 겪는 서로의 갈등, 화합, 협동이 이어질 뿐 성별에 대한 특별한 언급이나 이야기는 나오지 않는다. 예상과 다르게 흘러가는 극에 의외라는 생각이 잠시 들었다가 이렇게 극을 진행하는 것이 더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찌 되었든 간에, 이것은 "보통의 농구 연극"이니까.

 

극중 인물들이 겪는 갈등, 삶을 대하는 자세에서의 모습은 결국 우리의 그것과 같다. 프리랜서로 일할 때, 농구를 할 때나 팀원들에게 폐를 끼치는 것이 아닌가 전전긍긍하는 연정도 어른이 되면 지금의 문제가 다 나아지기를 바라는 혜준도 그리고 그런 혜준에게 친절하게 그렇지 않다고 쓰디쓴 진실을 말해주는 연미도. 그래서일까, 나는 계속 나와 무대 위 인물들을 동일시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지난날의 나는 그리고 지금의 나는 마주한 문제들을 어떤 방식으로 대했던가, 어떻게 대하고 있는지를 생각해보았다.


연정이 마지막 슈팅에 성공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항상 공격에 적극적이지 못했던, 팀원들 모두가 연정의 가능성을 믿음에도 홀로 자신을 믿지 않았던 그가 마지막 순간 슈팅을 했다는 것만으로도 일단 그는 자신과의 도전에 성공한 셈이다. 매번 결정적인 순간에 나아가지 못하는일상에서 농구라는 생각지 못한 계기를 만나 자신만의 틀을 깨고 나온 연정. 그리고 그와 함께 팀을 이루고 역시 각자의 틀을 깨트리려 노력한 이들의 이야기는 역전승의 스포츠 경기보다도 더 상쾌하고 짜릿하며 진한 여운을 남긴다. "레몬 사이다 썸머 클린샷"이라는 제목만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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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지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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