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나를 성숙하게 만든 것들 [사람]

글 입력 2019.10.14 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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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의 가운데서


 

매주 글을 써내려가며 오로지 나에게만 집중하는 이야기는 담지 않으려 노력했다. 문화와 예술 그리고 나의 삶을 엮어 하나의 주제로 풀려는 시도를 늘 해왔다. 하지만 ‘에디터’로서 활동이 얼마 남지 않은 지금, 한 번쯤은 삶에 대해서 이야기를 풀어보고 싶다. 나, 그리고 어쩌면 이 글을 읽는 많은 이에게도 해당이 될 '20대 사람’의 성숙에 대한 이야기다.

 

대학생으로서 마지막 학기를 보내고 있다. 영원히 오지 않을 것만 같았던 사회인으로서의 발걸음을 앞둔 지금 여러 가지 마음이 순간마다 교차한다. 마지막 학기라는 생각으로 다졌던 야심찬 포부도 있거니와, 졸업 후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해 많은 고민을 지난 일 년 간 해왔던 만큼 남은 2019년의 3개월이 유난히 무겁기도 하다.

 

25살, 현재의 나는 스스로가 꽤 마음에 든다. 어느 날은 밀물이 들어오듯 감정이 북받쳐 두렵고 후회되다가도 다시 현재를 꾹꾹 밟아 미래를 향하고 있는 나를 보면 이제는 꽤 강한 사람이라는 생각마저 든다. 나는 참 여렸고 걱정이 많은 아이였다. 그런 내가 이렇게 스스로에 대한 믿음을 가지고, 나만의 길을 찾게 된 지난 여정들이 스스로에게는 참 감동스럽다.

 

10대는 생명력이 가득한 씨앗이다. 무엇이든 될 수 있고, 뚜렷한 모습으로 존재하지는 않지만 생명으로 존재하여 무궁무진한 가능성이 있다. 20대는 뿌리이자 줄기이다. 삶이라는 꽃을 피우기 위해 시간 속에 튼튼한 뿌리를 내리고, 줄기를 뻗쳐 올려 세상으로 나아간다. 그리고 어느 곳으로 향할 것인가, 방향을 잡는 그야말로 중요한 시기이다. 이후 30대, 40대, 50대를 거쳐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고, 아름다운 생명이 된 자는 남은 일생에 스스로가 가진 아름다운 향기를 세상에 널리 퍼트린다.

 

20대 초반에는 불안한 마음이 늘 따라다녔다. 시간을 헛되이 써버리면 20대 초반의 생기 가득한 젊음을 낭비해버리는 것 같아 무엇을 하더라도 걱정이 앞섰다. “젊음이라는 이 순간을 잘 쓰고 있는가?”라는 의심은 나에게 불안을 안겼다. 그 불안은 오히려 시간을 헛되이 쓰도록 만들기도 했다. 그러나 20대의 중반이 된 지금, 나는 넉넉한 마음과 정돈된 삶의 결을 조금씩 갖추기 시작했다. 스스로에게 입증한 자아의 성장, 내면의 성숙은 어떻게 이뤄진 것일까? 영원히 오지 않을 것만 같던 나의 20대 후반도 점점 다가오고 있다. 그 터닝 포인트인 25살 안에서 성숙에 대한 글을 남겨보려 한다. 무엇이 나를 변하게 했을까?

 

 

 

지난 나를 성숙하게 만든 것들


  

1. 글을 쓰며 내면을 이해하기

 

에디터 활동을 하며 ‘글’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 남겼다. 글쓰기는 내 20대의 인생에서 빠질 수 없는 단 하나의 중심축이다. 글을 쓰면서 떠돌고 있던 마음이 진정되고, 스스로에 대한 이해와 납득을 할 수 있었다. 늘 따라다닌 열등감과 불안을 활자로 나열하여 바라보았다. 또한 그것을 이해함으로써 대항하기 시작했다. 글을 통해 시각화를 하면 머릿속에 떠돌아다니던 생각이 깔끔하게 정리 되고, 그것을 해결하기 위한 ‘구체적인’ 실행 방법들이 하나씩 생긴다. 그러나 생각만 했을 때는 막연하고, 두렵고, 어렵게 느껴지는 고민들이 많다. 그것들을 적어보고 극복하려고 노력하는 것은 삶에 대한 자신감을 길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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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때 자신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그 다음 단계로 ‘올바르게’ 나아갈 수 있다고 믿는다. 그저 매스컴에 나오는 사회의 현상, 주변 사람들의 성향, 사회의 풍조에 자신을 맡기다 보면 나에 대해서는 자세히 알 수 없고, 설명할 수 없게 된다. 그래서는 나에게 맞는 삶의 모습을 빚을 수 없다. 글은 그것을 돕는다. 글을 쓰는 시간은 오로지 나를 독대하는 시간이므로 내면 깊이 들어갈 수 있다. 또한 백지에 글을 써내려가는 행위는 적극적인 마음의 이해와 정리다. 쓰기를 통해 나에 대해서 알고, 솔직해짐으로써 내면의 자유를 누린다. 그렇게 차곡차곡 스스로를 알아간다. 그 기록들을 내 곁에 계속 남아 언제든 힘을 준다.

 

 

2. 다양한 분야로 접촉을 시도하기

 

참 많은 분야에 뛰어 들고 경험을 했다. 전공이라는 틀 안에 갇힌, 우물 안의 개구리가 되기 싫었다. 대학생이라는 어쩌면 핑계 아래서 자유를 누렸다. 내가 가질 단 하나의 방향성을 찾기 위해 여러 분야를 탐색했던 시간들이다. 식품, 디자인, 마케팅, 언어, 사진, 언론 등 이렇게 나열하고 보면 전혀 매치가 되지 않는 분야들도 있다. 하지만 모든 것들이 지금의 나를 있게 한 좋은 시도들이었다. 어렸을 적부터 가지고 있던 꿈에도 다가가보고, 한 분야의 도전이 또 다른 분야로의 도전을 낳기도 했다.

 

이 모든 시도들의 처음에는 늘 두려웠다. 이게 과연 내 인생을 책임질 하나의 영역이 맞을까? 몇 십 년이라는 인생에서 걸을 단 하나의 길인가? 그렇게 시도하고, 그 길을 벗어날 때마다 자책이나 후회를 하던 시기도 존재했다. 하지만, 25살인 지금에서야 그 모든 경험들이 총체적으로 나에게 성숙과 결단력이라는 결과를 가져다줬음을 인지하게 되었다.

 

다양한 분야로의 접촉은 그 분야 속에서 나의 강점이 무엇인지 알게 해준다. 디자인으로의 도전은 내가 시각적인 감각이 있고 컴퓨터 툴을 빠르게 잘 다룬다는 것을 알게 했지만, 언어로의 도전은 하나의 언어를 배우기까지 남들보다 시간과 노력이 배가 걸린다는 것을 알게 했다. 또한 마케팅과 브랜딩을 공부하며 사랑받고 매력적인 브랜드의 특징을 인지하게 했고, 나는 어떤 브랜드인가에 대해서 깊이 고민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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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 보면 전혀 어울리지 않았던 모든 경험들이 지금 향하고 있는 이 길에 거름이 되어준다. 좋아하는 연설이 있다. 많은 사람들에게 익히 알려진 ‘스티브 잡스’의 ‘스탠포드 대학 졸업식 연설’이다. 이 축사에서 ‘connecting the dots’라는 주제로 스티브 잡스는 이야기를 시작한다. 집안 사정을 보며 스스로 결정한 대학교 중퇴, 이후 오직 흥미에 의해 몰래 들었던 서체 수업은 10년 뒤 맥 컴퓨터를 개발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그 당시에는 이것이 어떤 실질적인 도움이 될지도 몰랐고 순전히 호기심을 따랐을 뿐이라고 한다. 그러나 훗날 돌아보고 나서야 그것들이 현재를 향해 연결되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고 스티브 잡스는 말한다.

 

믿어야한다. 지금의 내가 비록 보잘 것 없고 잘못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싶을 때도 말이다. 미래의 나와 연결된다는 생각으로 우직하게 현재의 내 시도들을 믿어야만 한다. 결국 미래에서 뒤돌아봤을 때, 젊은 시절에 순전히 흥미로 움직였던 다채로운 시도들은 하나의 점이 되어 삶이라는 서사가 되고, 인생의 어느 부분에서 제 역할을 다하고 있을 것이다.

 

 

3. 주변 사람들과의 깊은 대화

 

몇 년 전만 해도 대화가 편한 사람은 아니었다. 낯선 이에게 말을 거는 것은 어려움이 없었지만, 깊이 대화를 지속하는 것이 무서웠다. 지금에서야 돌아보면 내면이 정돈되어 있지 못해 부끄럽다는 생각과, 스스로가 부족하다는 생각에서 깊이 이어지는 대화를 마주하기 힘들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 두려움을 극복하고 조금씩 시도했던 사람들과의 깊은 대화는 나에게 거대한 양분이 되어주었다.

 

특히 나와 전혀 다르게 살아온 사람들과의 대화는 많은 영감을 주었다. 스스로 부족하다고 생각하여 꽁꽁 숨겨두던 면모가 타인에게는 부러움이 되기도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나의 생각 안에 매몰되어 바라보지 못한 나의 장점들을 발견하게 되었다. 나와 다른 지역, 전공, 환경에서 자라온 사람들이 바라보는 세상에 대한 관점 역시 재미있었다. 그들과 대화를 하면서 내가 여태껏 가져보지 못한 생각을 흡수하고, 세상을 바라보는 다양한 관점을 이해하게 된다. 그러면서 세상의 넓이를 체감하기도 한다.

 

그동안 만난 넓고 얕은 관계의 사람들은 낯섦을 마주하는 대담함을 키워주었다면, 좁고 깊은 관계는 대화가 가진 위대한 힘을 알게 했다. 소크라테스는 사람들과 대화를 하면서 그들에게 생각을 일깨웠다고 익히 알려져 있다. 20대 동안 만난 다양한 사람들을 통해서, 나 역시 그런 느낌을 받곤 했다. 혼자 글을 쓰고 후회를 하고 다짐을 하면서는 알아챌 수 없던 내 모습을 타인을 통해 한순간에 깨닫기도 한 것이다. 자신과의 깊은 대화 시간에 비례하여, 타인과 함께하는 삶에 대한 깊은 대화는 사람을 성숙하게 하는 좋은 계기가 된다.

  

 

4. 몰입의 경험

 

몰입에 대한 다양한 연구가 있다. 특히 몰입에 대한 연구를 한 심리학자로 널리 알려진 ‘칙센트 미하이’ 교수의 이론을 살펴보면 사람에게 깊이 집중하는 시간은 성장에 있어 필수적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의 말에 의하면 몰입의 상태란 시간과 공간의 개념을 잊게 하는 어떤 ‘flow’의 영역으로 들어서는 것이다. 이것은 노력해서 만드는 것이며, 인생에서 통제할 수 있는 힘을 갖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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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의 능력에 적절한 도전 강도의 영역에서

몰입의 순간(FLOW) 안으로 들어갈 수 있다.

 

 

어떤 일을 해내는 과정의 몰입의 상태는 고통을 수반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후 얻게된 긍정적인 결과로 잠재력이 확장되는 느낌을 받은 경험은, 몰입을 한 자라면 누구나 한 번은 있을 것이다. 이 체감은 한 인간의 성장에 큰 힘을 발휘한다. 나 역시 이런 몰입의 필요성을 깊이 이해하고, 몰입의 순간을 사랑한다. 지금껏 얻었던 성장의 터닝 포인트와 폭발적인 변화의 순간에서는 늘 깊은 몰입이 필연적으로 함께했음을 안다.

 

하루라도 어릴 적에 어느 분야로든 깊이 ‘미쳐서’ 성과를 내본 경험은 엄청난 자신감을 부여한다. 분야가 달라지더라도 하나를 성취하기 위해 얻는 과정은 어디서든 꽤 비슷한 궤도를 형성한다. 낯선 상태 속에서 천천히 틀을 잡고, 지속적이고 끈질긴 노력을 수행하고, 결과를 얻어 만족을 하고, 뒤이은 피드백들로 더 깊이 그 분야를 이해한다. 이 과정들을 깊이 몰입하여 해낸다면 좋은 성과와 함께 자아에 대한 인식 역시 긍정적으로 변할 것이다.

 

하지만 이 몰입의 경험에 빠져드는 과정이 쉽지 않다. 늘 소지하는 스마트폰과 넘쳐나는 볼거리, 끊임없이 연결되어 있는 21세기에 나만의 몰입의 시간을 가지는 것이 낯설게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결국 무언가 이뤄내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나를 마주하는 시간 속에서의 깊은 공부와 노력이다. 그리고 그 끝에는 어느 순간보다 달콤한 성취감이 존재한다. 성취를 넘어 성숙하기까지 필요한 것은 나만이 아는 깊은 몰입의 시간이다. 그 몰입의 힘을 나는 진정 믿고 있다.

 

*

 

이렇게 20대의 나를 변화시킨 것들에 대해 열거하며 지난 시간을 돌아보았다. 변하지 않을 것만 같던 깊은 사고와 습관, 자아 인식과 주변 관계들이 지금 보면 감사할 정도로 긍정적으로 변해왔다. 나를 깊이 이해하고 바뀌기로 마음을 먹은 그 순간부터, 나의 여정은 시작된 것이다. 돌아보면 짧지만 어찌 보면 참 길었던 지난 20대. 지금껏 변해온 것보다 더 변화하지 않을까 하는 희망과 함께, 더욱 필요한 것은 자신에 대한 확고한 믿음과 생각을 실행하는 용기다. 적게 두려워하고 더 많이 행동하자. 모든 20대 분들이 자신의 삶 속에서 행복했으면 좋겠다. 진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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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경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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