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나의 첫 오페라 시도, 사랑의 묘약 - 서울오페라페스티벌

즐거운 기억으로 남은 오페라 첫 시도
글 입력 2019.10.11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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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5)가족오페라 사랑의묘약.jpg

 

 

극장의 크기는 딱 내가 생각했던 것만큼 컸다. 소극장의 다섯 배 정도, 영화관의 두 배 정도 좌석이 있었고 점유율은 약 70% 정도 되는 것 같았다. 처음 오페라를 관람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얻었는데 좌석까지 가까워서 운이 좋다고 생각했다. 낯설고 새로운 공간에서 설레는 마음으로 대기했다.

 

가족오페라라는 명성답게 가족단위로 보러 온 사람들이 많은 듯했다. 기대되는 듯 몸을 좌우로 살짝씩 흔드는 내 옆의 꼬마도 부모님과 같이 보러 왔다. 핸드폰을 무음으로 바꾸고 가방 안에 넣은 지 얼마 되지 않아 무대 옆에 달린 모니터에서 지휘봉을 든 지휘자가 인사를 건넸다.

 

*

 

주인공인 아디나가 책을 읽고, 그녀를 사랑하는 네모리노가 <이 얼마나 아름답고, 이 얼마나 귀여운가 Quanto e bella, quantato e cara> 노래를 부르고, 아디나가 사랑의 묘약으로 사랑에 빠진 <트리스탄과 이졸데 이야기 Della crudelle lsolta> 노래를 부르는 것으로 본격적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이야기는 보통 사랑 이야기가 그렇듯이 단순하고 흔하지만 그렇기에 더 공감할 수 있고 재미있었다.

 

헌신적이던 네모리노는 마시기만 하면 사람의 마음을 얻을 수 있다는 사랑의 묘약을 알게 되고, 있는 돈을 털어 묘약을 산다. 그러나 그 묘약은 엉터리 약장수 둘카마라가 판 싸구려 와인이다. 아디나에게 헌신적인 마음을 보이던 네모리노는 묘약의 힘으로 아디나의 마음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해 한껏 거만해진다. 네모리노가 갑작스럽게 마음을 바꾸자 아디나는 당황하게 되고, 네모리노에게 끌리는 자신의 마음을 애써 부정하며 다른 이와의 결혼을 선포한다.

 

그런 아디나를 보고 네모리노는 아디나의 사랑을 얻을 수 없다면 차라리 군대에 가겠다고 한다. 그제서야 더 이상 물러설 마음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은 아디나는 네모리노를 찾아가 입대 계약서를 찢어버리며 서로에 대한 마음을 확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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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 아래에서는 오케스트라 연주가 울려 퍼지고, 그에 맞춰 배우들은 노래와 연기를 한다. 무대의 동선과 연기 그리고 외국어로 된 노래를 함께 익혀 2시간 내내 해낸다는 것이 말 그대로 대단했다.

 

배우들이 서로 합을 맞춰 노래를 부르는 모습도 좋았지만, 주인공인 아디나와 네모리노가 혼자 각자의 이야기를 노래로 부를 때 이토록 커다란 공간을 혼자만의 에너지로 채운다는 게 특히 대단하게 좋았다. 소리로 울려 퍼지는 그들의 에너지가 나의 귓구멍, 눈구멍, 콧구멍, 숨구멍 모든 구멍으로 들어왔다가 빠져나가 공간 전체를 채우는 느낌이었다. 노래를 잘 부르는 것은 당연지사라고 생각했으나, 그 에너지에 감동을 받았다.

 

더불어 좋았던 것은 아리아가 끝나고 잠깐의 틈이 생길 때마다 박수소리가 파도처럼 울려 퍼지는 것이다. 말을 할 수 없는 시공간의 제약에서 그 감동을 표현하기 위해 손뼉을 더 세게 부딪쳤다. 배우가 노래한 후 관객은 손뼉을 치면서 무대와 객석이 연결되어 있다는 좋은 느낌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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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라고 해서 무작정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했었는데, 모든 노래가 외국어로 되어있다고 한들 사실상 언어는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물론 무대 양 대각선의 자막도 한몫했겠지만 배우들이 가진 풍부한 감성과 몸짓, 그리고 목소리를 통해 극의 분위기를 충분히 느낄 수 있었고 집중할 수 있었다.

 

중간중간에 웃음을 자아내는 웃음 포인트들도 성공적이었다. 특히나 네모리노가 엉터리 사랑의 묘약을 마시고 랄라 랄랄라 하고 춤추던 것과 음악에 맞춰 하하하 웃는 장면은 뇌리에 박혀 같이 관람한 친구와 랄라 랄랄라 하하하를 번갈아 주고받으며 신나게 집에 돌아갈 수 있었다.


내 바람대로 서울오페라페스티벌이 나의 오페라 첫 경험에 즐거운 기억으로 남은 것 같아서 이번의 시도가 또 다른 시도로 이어질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리고 이 즐거운 기억을 담은 글이 다른 사람들의 시도로 이어지기를 바란다.

 

 

남몰래 흐르는 눈물이 그대의 눈 속에도. 나는 보았네. 또 무엇을 원하리. 진정 그대는 날 사랑하고 있네. 그대 마음의 고동소리 나에게 들리고 뜨거운 사랑의 한숨 서로 맺어진다오. 그대 사랑 내 맘에 느껴요. 우리의 사랑 맺어진다네. 나의 큰 소망은 이루어졌다네.


- 네모리노의 아리아 <남 몰래 흘리는 눈물 Una Furtiva Lagri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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