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세상에서 가장 슬픈 음악, 비탈리의 "샤콘느 g단조" [음악]

Tomaso Antonio Vitali, Chaconne in G minor
글 입력 2019.10.11 2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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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음악 속의 철학’이라는 강의를 수강하고 있다. 음악과 시간, 음악과 감정, 음악과 감정 등 다양한 주제를 통해 음악과 철학의 연결고리에 대해 배우는 이 강의의 굉장한 매력은 매 수업 시간 그날의 수업 주제와 관련된 곡을 음악가의 라이브 연주로 들을 수 있다는 점이다. ‘음악과 감정’의 주제를 다루는 날 수강생들의 귀를 호강시켜준 비탈리의 <샤콘느 g단조>가 너무나도 인상 깊어서 소개해보고자 한다.

 

 


토마소 안토니오 비탈리(Tomaso Antonio Vitali)


 

비탈리는 현대의 대중에게 잘 알려진 음악가는 아니다. 하지만 비탈리는 모데나 궁정의 수석 바이올리니스트로 활동을 하고 볼로냐 아카데미아 필하모니를 창설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했던 바로크 시대 이탈리아의 뛰어난 바이올리니스트이자 작곡가다. 그의 아버지도 유명한 음악가 조반니 바티스타 비탈리(Giovanni Battista Vitali)로 알려져 있다.

 

비탈리가 현대의 대중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이유는 그가 많은 작품을 썼다고 전해지지만 실제로 남아있는 작품은 피아노 소나타와 실내악 몇 곡뿐이기 때문이다.

 

 

 

비탈리 <샤콘느 g단조>를 둘러싼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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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탈리의 <샤콘느 g단조>는 비탈리가 활동하던 시절에 공개된 곡이 아니다. 비탈리 사후 150년이나 지난 1867년,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의 악장이었던 독일의 바이올리니스트 페르디난드 다비드가 편곡 및 출판을 하며 “원래 작곡자가 비탈리”라고 밝히면서 공개한 곡이기 때문이다.

 

당시 페르디난드 다비드의 말을 제외하고는 비탈리의 자필 악보도, 비탈리의 작품임을 증빙할 자료가 아무것도 없어서 <샤콘느 g단조>가 정말 비탈리의 작품인가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샤콘느 g단조>가 바로크 시대 음악답지 않게 낭만주의적인 색채를 풍기는 강렬한 곡이라는 점도 논란에 불을 붙였다.

 

2010년대가 되어서야 비탈리와 그의 <샤콘느 g단조>를 둘러싼 논란이 종결되었다. 동시대에 활동한 음악가 Jacob Lindner가 기록한 필사본에 비탈리가 작곡가로 적혀 있는 것이 확인되었고 자필 악보로 추정되는 악보도 발견되면서 <샤콘느 g단조>는 확실한 비탈리의 작품으로 인정받게 되었기 때문이다.

 

 

 

비탈리의 샤콘느 vs 바흐의 샤콘느


 

‘샤콘느(Chaconne)’는 프랑스 남부와 스페인에서 유행한 춤곡에서 유래하여 이태리와 독일에서 기악 형식으로 발전한 바로크 시대의 3박자 계열 음악 양식인데, 비탈리의 <샤콘느 g단조>는 바흐의 <무반주 바이올린 파르티타 2번>과 함께 이 음악 양식을 대표하는 곡이다.

 

샤콘느 양식의 양대 산맥으로 엄청난 인기를 얻다 보니 두 곡을 비교하는 사람들도 많다. 바흐의 샤콘느는 슬픔을 절제된 표현으로 승화하여 “영원으로의 끝없는 비상”이라는 별명을 얻은 반면, 비탈리의 샤콘느는 슬픔의 감정을 극적이고 애절하게 표현하여 “세상에서 가장 슬픈 음악”으로 불린다. 이러한 둘의 차이에는 바흐의 작품이 힘 있고 비장한 무반주 바이올린 독주지만 비탈리의 작품은 조용하고 슬픈 피아노 반주에 울부짖는 듯한 바이올린 연주가 얹어진다는 점이 기여하지 않았나 싶다.

 

여러 연주자의 샤콘느를 들으면서 개인적으로 비탈리의 샤콘느에는 정열적인 감정 표현을 하는 천재 바이올리니스트 장영주의 연주가, 바흐의 샤콘느에는 냉정하고 차갑게 연주를 하는 20세기 바이올린계의 거장인 야샤 하이페츠의 연주가 잘 어울린다고 생각해 이 둘의 연주 영상을 가져왔다.

 

 

비탈리의 샤콘느 (장영주 연주)

 

바흐의 샤콘느 (야샤 하이페츠 연주)

 

*

 

들으면 들을수록 “세상에서 가장 슬픈 음악”이라는 별명에 공감하게 되는 비탈리의 <샤콘느 g단조>. 화려함과 비장함, 그리고 애절함을 모두 담고 있는 이 곡이 선사하는 특별한 경험을 많은 사람들이 누렸으면 좋겠다.

 

 

[김태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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