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여성', '스포츠'가 어색하다고 생각한 것은 언제부터였을까 : 레몬 사이다 썸머 클린샷

레몬 사이다 썸머 클린샷
글 입력 2019.10.07 23:01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레몬사이다썸머클린샷_c김희지_연습사진2.jpg

 

 

<시놉시스>

"같이 농구 할래요?"


작업 중인 게임 시나리오의 클라이막스를 앞두고 한 문장도 쓸 수 없게 된 연정. 공원 자판기에서 제일 인기 없는 음료 레몬 사이다를 한 캔 뽑아 마시는데, 농구공을 든 재영이 나타난다.


농구 시민리그 참가라는 말도 안 되는 제안으로 연미, 환희, 혜준을 만나는 연정은 잠시 모든 걸 잊고 농구에 푹 빠진다. 살아온 환경도, 대회 참가 이유도 제각각인 다섯 명은 과연 팀이 될 수 있을까? 연정은 시나리오를 완성할 수 있을까?


 

여성이 하는 스포츠 경기를 떠올려본 적이 별로 없다. 특히 ‘농구’하면 하늘에 머리가 닿을 것 같은 큰 키를 가진 남성들이 뛰어다니고, 팔을 뻗어 슛을 넣는 이미지가 떠오른다. TV나 만화책에서는 남성들이 공을 쫓아 뛰어다닌다. 그리고 언제나 그 옆에는 여성들이 황홀하다는 듯한 눈빛으로 남성을 응원하고 바라본다. 그 장면에서 어색함을 느껴본 적은 없다. 그냥 그것이 대부분의 사람들이 떠올리는 농구의 보편적 이미지라고 여겼다. 스스로도 ‘여성 농구’의 이미지가 무언가 어색하다고 생각한 것은 언제부터였을까.

  

생각해보면 나는 운동을 꽤나 좋아하는 학생이었다. 초등학교 1학년, 나는 집 앞에 있는 태권도장을 다녔다. 일주일에 딱 한 번, 금요일에는 태권도 대신 그곳의 친구들과 실내 축구를 하는 날이었다. 공을 집요하게 쫓고 강력한 슛을 날려서 골문에 공이 들어갈 때, 그 쾌감을 좋아했다. 내가 가진 승부욕을 마음껏 해소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축구 경기 앞에서 성별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레몬사이다썸머클린샷_c김희지_연습사진7.jpg

 


쨍쨍하게 땅에 박히는 햇살에 땀이 주룩주룩 흐르던 여름날에, 체육 선생님은 우리가 자유롭게 경기를 하기를 원했다. ‘남학생들은 축구하고, 여학생들은 피구하세요.’ 그렇지만 내가 하고 싶었던 쪽은 축구다. 아직도 그날이 생생하게 머릿속에서 피어오른다. ‘도대체 왜 여학생은 축구에 참여하면 안 되는 거야?’ 친구들에게 볼멘소리로 하소연을 해댔다. 마음껏 뛰어다니는 남자 친구들을 바라보면 볼수록 부조리에 화가 나고, 선생님의 편협한 생각에 어이없고 분했다. 동시에, 어쩌면 축구나 농구 같은 스포츠는 남성의 전유물이라는 생각이 자리하기 시작했다.

  

가물가물한 내 기억에 따르면, 친구들에게 ‘왜 우린 축구 못하는거야?’라고 씩씩댔지만, 정작 선생님에게 직접 말하고 부당한 것을 이야기하지는 않았다. 어쩌면 그렇게 이야기했을 때, 얼마든지 참여할 수 있다고 말씀하셨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내가 화낼 때, 같이 공감해주며 ‘나도 축구하고 싶어!’ 라고 말했던 친구들이 없었고, 그로 인해 만일 내가 혼자 남학생들 사이에서 뛰어다니며 축구를 하게 된다면, 그것 자체가 너무 부끄럽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쟤는 여학생답지 않게 왜 저렇게 뛰어다녀, 별종이다. 라는 시선을 받을 것 같았다. 화가 났지만 누군가 규정해놓은,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하는 그 기준을 넘어서고, 그로 인해 주목을 받는 것이 부끄러웠다. 그때부터 축구와는 멀어졌다. 쉬는 시간마다 땀 흘리며 들어오는 남자 친구들을 바라봤고, 나는 그보다는 고무줄 놀이를 즐겨 하기 시작했다.

  


레몬사이다썸머클린샷_c김희지_연습사진3.jpg

 


그 당시 선생님의 개인적인 문제라고 하기엔, 여성 스포츠에 대한 편견과 시선이 우리 사회에 깊게 스며들어 있다. 운동으로 인해 근육이 생긴 남성의 몸은 남자답다, 멋있다 라고 표현하지만 근육이 있는 여성의 몸은 징그럽다 라는 표현을 더 많이 쓴다. 특히 여성의 운동은 뛰고, 달리는 등 활동적인 움직임보다는 요가 매트를 깔고 스트레칭을 하는 등 비교적 정적인 운동의 이미지가 더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경쟁과 유희성을 가진 스포츠라기보다는 몸매 관리를 위한 운동. 심지어 요가하는 여성을 성적 대상화하는 이미지들도 난무하다. 경쟁에 참여하고, 하나의 목표를 위해 단련하는 여성의 모습 자체를 ‘악바리’ 라고 바라보는 시선까지. 우리 머릿속에 깔린 이 부조리한 이미지들을 깨달았을 때, 우리는 뭘 할 수 있을까. 플레이어F와 페미씨어터는 보통의 농구 연극 <레몬 사이다 썸머 클린샷>으로 이야기를 풀어낸다.

    

여성이 농구 하는걸 이상하게 바라보는 시선, 250보다 작은 사이즈의 농구화를 찾기 힘들었던 일, 같이 농구 할 사람이 없어 팀플레이 경험이 없는 것, 혼자 야외코트에서 연습할 때 느껴지는 견제와 위협들, 겨우 찾은 여성 아마추어팀에서 농구를 하면서 그 안에서 경험하고 발견한 이야기들까지.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만든 <레몬 사이다 썸머 클린샷>은 지금까지 이어진 기울어진 운동장이 잘못된 것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기울어진 운동장의 아래에 있던 사람들에게 마음껏 뛰놀 수 있는 평평한 운동장을 제공한다. 운동은, 농구는 성별에 상관없이 누구나 할 수 있으니까.

 

 

단체소개

  

플레이어F

다양한 여성 캐릭터가 등장하는 극을, 다양한 여성 창작자들이 무대를 중심으로 모여 그들이 가진 얼굴과 재능을 펼쳐보일 수 있는 서사를 꾸준히 선보이고 싶다. 말로 하는 설득보다 마음을 움직이는 이야기 하나가 더 많은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고 믿는다.

  

페미씨어터

페미씨어터는 ‘페미니즘 연극제 운영’과 ‘페미니즘 연극 제작’을 목적으로 설립됐다. 페미니즘 이슈가 사회를 휩쓸면서 페미니즘이 ‘여성우월주의’라거나 ‘남혐’이라는 등 페미니즘에 대한 오해도 늘고 있다. 그러나 페미씨어터가 바라보는 페미니즘의 목표는 궁극적인 성평등이다. 젠더 위계의 하위에 여성이 위치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했던 사회분위기를 바꾸고, 존재조차 지워졌던 성소수자와 함께하고자 한다.



포스터_레몬사이다썸머클린샷01.jpg

 

 

공연개요

    

보통의 농구 연극

<레몬 사이다 썸머 클린샷>

 

장소 : 서강대학교 메리홀 소극장

일시 : 2019. 10. 15(화) - 10. 20(일)

평일 8시, 주말 4시

  

기획 : 나희경

극작 : 심정민

연출 : 설유진

출연 : 강다현, 기푸름, 라소영, 박마리솔, 정수미

스태프 : 드라마터그 성효선

조명디자인 신동선

의상디자인 강기정

음향/영상 목소

  

제작 : 플레이어F, 페미씨어터

후원 : 서울문화재단


 


장소현tag.jpg

 

 

[장소현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24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