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햄릿, 죽은 자는 말이 없다 [공연]

글 입력 2019.10.02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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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햄릿, 죽은 자는 말이 없다> 극에서 <햄릿>을 기대한 나는 잘못한 걸로. 고전 <햄릿>을 살리는 내용이 전혀 아니다. 그저 '오필리어', '햄릿'라는 주인공을 가져왔으며 분장사까지 총 세 명의 이야기가 전부이다.

그리고 고전은 연극의 내용을 거들 뿐. 적접적으로 드러나지는 않는다. 혹시 필요할까봐 싶어서 햄릿 내용을 미리 읽어보길 잘한 것 같다. 물론 극 내에서 잠깐 설명은 해주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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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가본 서촌 동네는 조용했다. 퇴근하고 바로 가서 그런지 많이 어둡고. 그래도 특색 있는 가게들이 있어서 밝을 때 오면 더 좋았을걸 이라는 아쉬움이 들었다. 골목 구석 끄트머리에 '서촌공간 서로'가 있었다.

티켓과 팜플렛, 안내문을 받고 대기하다가 지하 공연장으로 내려갔다. 안내문은 작/연출가의 작가노트 같은 마치 서문 같은 내용이 있었다. 그리고 트리거 워닝 (트라우마 기억을 촉발할 수 있는 장면) 주의도 있었다. 대체 어떤 내용이길래? 기대하면서 내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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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장은 작고 조그마했다. 까만 바닥, 한쪽 면은 거울. 한 벽면에는 옷이 걸려있었고, 해골 하나와 테이블과 의자. 구석 테이블에 있는 포트까지. 굉장한 소극장으로 함축적인 단막극과 같이 함축적이고 상징적인 공연장이었다.


특이점은 3면이 다 관객이 둘러 앉아서 볼 수 있었다. 게다가 발 뻗으면 바로 배우 발이 채일 것만 같은 엄청난 평지. 이 좁은 공간을 세 배우가 가득차게 서서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열변을 토하는 듯한 연기를 했다. 작고 까득찬 (가득찬이 아니다. 까득찬) 단막극이었다.

사실 햄릿 내용은 크게 와닿지 않았다. 형이삭학적인 소리만 했다. 자아 도취에 빠져있고, 비슷한 단어 나열하는 것을 좋아하는듯. 캐릭터가 그렇지만 , 독백 안에 기승전결은 가득하겠지만 내겐 와닿지 않아서 모스 부호 같아서 네네-하는 감정으로 봤다. 특히 모든 걸 어머니 탓으로 하는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해골이랑 말하는 데도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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햄릿이 기승을 맡았다면 오필리어가 전, 분장사가 결이다. 오필리어 라는 캐릭터 의미를 잘 표현했다. 햄릿 연극 준비하는 배우들이 대화하는데 갑자기 진지해져서 당황스럽긴 했는데, 너무나 맞는 말이었다. 오필리어 라는 여자 캐릭터는 아빠, 오빠, 연인 등 남자 캐릭터의 욕망을 대신 맡아서 해주고, 자신의 의지는 자살 밖에 없는 그런 캐릭터였다.

긴 연극 속에서도 단 5장면, 화려한 드레스를 입어서 존재를 보여야만 하는 나약한 존재. 온갖 맨스 플레인은 끔찍하다. 정말 잘 표현했다. 그러고보니 오필리어 혼자만 처음부터 끝까지 존댓말을 했다. 이것도 장치라면 장치겠구나. 트라우마 유발이라는 장면은 왜 그런지 이해했다. 나도 너무 싫었다. 으으 속도가 조금만 빨랐으면, 중복이 조금만 적었으면 좋았을 텐데. 끝에는 비슷한 느낌이었다. 단어 나열이 많아서 그런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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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장사의 결. 분장사는 배우들을 꾸며주지만, 무대 꾸미는 데 한 몫 하지만 박수 받는 건 배우 뿐. 무대 뒤에 있는 사람, 지워진다는 특성을 잘 살렸다. 사실 본인 직업에 자부심을 갖고 있지 않을까, 그런데 갑자기 무대와 박수갈채를 부러워해서 의아하긴 했다.

원래 그런 건 외형적인 사람이 아쉬워하고, 뒤에 소박한 걸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 건 자연스러운 게 아닐까 싶은데, 이건 의견 차이니까 뭐. 인생 그저 즐겼다 가는 게 전부라고 말할 때, 갑자기 춤추는 장면이 나왔다. 뜬금 없긴 한데 어울리기도 했다. 그래 인생 뭐 있나.

*


공연 시간은 짧은데 체감은 전혀 짧지 않았다. 한 시간 반 짜리 연극 본 것 같은데? 압축한 연극이었다. 작/연출가 취향이 대사 전체적으로 장황하게 늘이는 걸 좋아하는 것 같다. 그래서 대화 형식이 아닌 독백이어서 엄청 집중해서 들어야만 했다. 하긴 여기서 대화를 하려면 시간이 더 길어지겠지. 혼자 대사를 뱉으면서 극을 이끄는게 훨씬 더 시간이 짧게 드니까. 그래도 단막극이라는 짧은 시간내 주제는 명확히 전달되어서 만족스럽다.




[최지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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