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문학의 선율, 음악의 서술

글 입력 2019.10.04 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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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는 겉으로만 조용해 보이지, 사실은 거세게 일렁이는 물결 같다. 이것이 바로 독서의 화성이다. 독자는 누구나 자기만의 경험과 느낌으로 책을 읽는다. 각각의 세밀한 순간과 상황, 이야기를 읽을 때 독자는 자기 경험 속 세밀한 순간과 상황, 이야기를 소환하거나 예전에 다른 서술 작품을 읽고 남은 소소한 기억을 떠올린다. 이런 독서는 작품의 원뜻에 겹겹의 연상을 더하고 동조를 하든, 반박을 하든 다채로운 시간으로 거듭난다. 이런 의미에서 보면 나만의 독서에 관한 이 책도 나만의 화성에 관한 책이라고 할 수 있다.

 

- p.9



처음에는 읽기도 어려운 사람들의 이름과 단어들을 보며 '끝까지 읽을 수는 있을까?'라는 걱정이 함께했다. 그러나 이런 나의 걱정은 책의 머리말을 읽고 조금은 나를 떠나갔다. 위화는 독자라면 누구나 자신의 경험과 느낌으로 책을 읽고, 작품의 원뜻에 겹겹의 연상을 더해 동조 또는 반박을 하며 다채로운 시간을 거듭하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 말은 내게 그의 글도 그렇게 읽으며 다채로운 시간을 가지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이번 책을 읽을 때는 그의 글에 대한 공감과 반박을 함께 적어내려가며 그 어느 때보다 더 집중하여 글을 읽었다.  사물의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것에 대한 내용에는 '사실 사람들은 새로운 것을 인정하고 싶지 않은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고, 음악과 색채를 연관지어 이야기를 나누는 예술가들을 보면서는 '귀엽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위화작가의 젊은 날의 책과 음악 속으로 떠났던 여정을 스스로가 잘 따라갔는지는 확신할 수 없다. 그가 말하고자 했던 바를, 그의 생각을 제대로 이해했는지도 확실하게 알지 못한다. 그럼에도 이번 도서가 내게 거세게 일렁이는 물결을 일으킨 것은 부정할 수 없다.


<다채로움을 듬뿍 담은 책>


책을 읽으면서 계속하여 들었던 생각은 위화 작가의 책을 읽고 있는것인지, tvN 예능 '알쓸신잡(알고 있으면 쓰레없는 신기한 잡학사전)'을 보고 있는 것인지였다. 그만큼 이번 책에는 얼마나 많은 것을 알고, 생각해야 이러한 책을 쓸 수 있는 것일까라는 생각이 없어지지 않을 정도로 방대한 지식이 들어 있었다. 그리고 그 지식의 분야는 넓었다. 그리고 이 넓은 분야의 지식들은 전혀 어색함과 끊겨짐이 없이 매우 부드럽고 자연스럽게 연결되었다. 철학가 아리스토텔레스로부터 시작한 영감은 음악가 리하르트 슈트라우스로 넘어가고 다시 철학가인 괴테로 넘어갔다가 음악가인 차이콥스키로 넘어간다. 철학이라는 이름으로 묶일 것 같으면서도 각자만의 필드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영감'이라는 단어로 한 챕터에 묶여 있다. 그리고 그들의 이야기가 핑퐁처럼 왔다 갔다 하는 것이 아닌 물이 흐르는 강처럼 부드럽게 이어진다. 그리고 이 챕터가 끝나면 얼마만큼의 많은 인물을 만나왔는지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


그의 글을 읽으며 느낀 또 다른 감정은 '호기심'이었다. 앞서 말했듯 위화 작가의 산문에는 다양한 사람이 나오는데, 그들의 일화를 읽고 있으면 한 사람 한 사람에 대해 알고 싶어졌다. 그들의 삶이라던가, 업적, 학문 등등 글에 쓰여진 상황들까지도 궁금하게 했다. '영감' 파트에는 구스타프 말러가 등장한다. 말러는 <교향곡 2번>의 마지막 악장에 계속 합창을 넣고 싶었지만, 남들이 베토벤을 모방했다고 생각할까 봐 매번 주저하며 진전시키지 못했다고 한다. 그때 친구인 한스 폰 뷜러가 세상을 떠나 추도회에 참석하게 되었고, 추도회에 참석한 자신의 심정이 자신이 표현하고자 하는 바였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리고 클롭슈토크의 찬송가<부활>을 부르는 순간 말러는 번개에 맞은 것 처럼 영감에 휩싸였다고 한다. 이러한 상황들이 글에 등장하면 모든 것을 알고싶은 호기심이 발동되었다. 말러에게 영감을 준 클롭슈토크의 찬송가 <부활>은 어떤 곡인지, 영감을 받아 완성된 말러의 <교향곡 2번>은 어떤 곡인지 말이다. 그래서 인터넷을 열어 하나하나 찾아보고 음악을 들어보고, 그림을 보며 책을 읽었다. 그래서 완독까지의 시간이 더 걸렸을지도 모른다.


또한 책을 읽으며 예술가들의 대화에서 흥미로움을 느꼈다. 예술가들의 일화가 글에 많이 적혀 있어 그들의 대화 내용을 많이 접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를 계속하여 접하다보니 예술가들의 귀여운 면도 발견하게 되었다. 라흐마니노프, 림스키코르사코프, 스크랴빈은 음악과 색채가 관련이 있다고 생각한다. 세 사람은 격렬한 논쟁을 벌이는데, 원칙에서 동의한 뒤 음과 색의 접점에서 다른 주장을 펼친다. 림스키코르사코프는 E플랫 장조를 파란색이라고 여겼지만 스크랴빈은 딱 잘라서 자홍색이라고 단언했다고 한다. 그들이 견해차를 보이자 라흐마니노프는 자신이 옳다는 증명이라며 무척 기뻐했지만 기쁨은 오래가지 않았다. 두 사람이 곧 D장조는 골드브라운이라고 일치된 견해를 내놓았기 때문이다. 음악과 색채의 연관. 보통의 사람들이라면 잘 생각해보지 않았을 주제일 것이다. (물론 이건 나만의 생각일 수 있다.) 그런데 그들은 이 둘의 관계에 대해 열성적으로 토론하고 흥미로워한다. 그리고 이를 흥미로워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자면 그들의 순수함과 열정이 귀엽게 느껴지기까지 한다. 위화 작가의 견해와 함께 다양한 분야의 이야기도 함께하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었다.


출판사의 서평에는 소설로는 채 알 수 없거나 추론만 할 수 있는 작가의 생각을 직접적으로 접할 수 있기 때문에 산문을 읽어야 한다는 말이 적혀있다. 그리고 이번 책을 읽으며 이것이 산문의 매력이라는 것을 느꼈다. 위화 작가에 대해 잘 알지는 못하지만, 젊은 날의 그가 어떠한 생각을 했는지에 알 수 있어 작가와 독자보다는 사람과 사람으로 만난 기분이 들었다. 평소 위화 작가를 좋아했던 독자라면 위화 작가의 소설이 아닌 위와 작가에 알아가는 시간이 될 것이다. 혹여 위화작가를 잘 몰랐다해도 한 번쯤 읽기를 추천한다. 다양하고도 다채로운 글이 우리를 흥미로움과 따스함으로 채울 것이기 때문이다.

 

 

[김태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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