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공원이 좋은 이유를 찾아서 [문화 공간]

여전히 여유가 좋은 내게 없어서는 안될 장소. 공원
글 입력 2019.10.02 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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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거리를 거닐다보면 몇블럭 지나 또다시 마주치는 장소, 공원. 이런 이유에서인지 공원에 대한 특별한 감흥을 느꼈던 때로부터 꽤나 오랜 시간이 흘렀다.


한국에서 마지막으로 공원을 산책하며 들뜬 기분에 한껏 도취되었던 적은 언제였을까? 이제 더 이상은 아이들처럼 순수한 생각이 비추는 눈을 갖지 못할만큼 커버려서, 그리고 굳이 찾으려고 애쓰지 않아도 몇걸음만 가면 얻을 수 있는 익숙함의 향기에 너무 오래 물들어버린 탓인지 공원의 소중함을 잠시 잊고 있었던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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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내가 제일 좋아하는 음식 중 하나인 떡볶이와 그에 어울리는 완벽한 디저트, 빙수로 배를 가득 채운 후 인근의 공원으로 향했다.


사실 그 공원을 가게 된 데에는 특별한 이유가 있었는데 이번 학기 새로 사귄 외국인 친구가 좋아할 만한 곳이었기 때문이다, 인근에 있는 한옥건물을 구경할 수 있다는 점과 친구가 제일 좋아하는 동물인 토끼를 위엄있는 십이지상으로 만나볼 수 있는 공원.


학교생활을 하며 적지않은 시간을 인천 송도에서 보냈음에도 여태 도보로 25분 남짓 걸리는 이 곳을 와보지 않았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기도 했다. 송도에서 제일 유명한 센트럴파크도 소문에 걸맞게 너무나 멋진 곳이지만 아직 많은 사람들이 잘 모르는 이 장소가 더욱 많은 발걸음으로 빛났으면 하는 작은 바람에서 소개하고자한다. 내가 한동안 잊고 있었던 공원의 가치를 다시 일깨워준 곳, 바로 미추홀 공원이다.


이 공원의 가장 큰 특징은 한옥건물들을 구경할 수 있다는 점이 아닐까싶다. 다채로운 색의 향연과 처마를 뒤덮은 무늬의 물결로부터 느껴지는 편안함, 화려한 듯하면서 절제된 미를 가지고 있는 우리의 전통을 느낄 수 있는 공원이 과연 몇이나 될까. 계단을 타고 올라가 눈 앞에 펼쳐진 전경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날씨 좋은 날 다시 찾아와 고요한 물 소리를 bgm으로 삼고, 내가 좋아하는 책 한권과 오붓한 데이트를 하면 너무나 만족스러운 하루가 될 것 같다고. 책이랑 데이트라니 조금 이상하게 들릴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데이트'라는 이 표현을 포기하고 싶진 않다.


어떤 방해도 받지 않은 채 오로지 책에만 깊게 빠져들 수 있는 시간, 소리내어 말하진 않지만 계속해서 내게 뭔가를 말하는듯한 책과의 비밀스런 대화가 이루어지는 그 시간. 분명히 데이트가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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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옥 마루에 올라가 눈앞에 펼쳐진 투명한 물줄기와 큰 연못을 가득 메운 초록빛 무성함을 마주하면 절로 감탄이 나온다. 공원을 거닐다보면 보기만해도 기분 좋아지는 하회탈과 공원을 수호하는 듯 보이는 십이지상들도 보인다.


다른 공원이었다면 미처 느끼지 못했을 신선함이 마음에 들었고 하회탈을 보며 안동이 고향인 내 친구가 더욱 그리워지기도 했다. 자신의 출생년도를 상징하는 십이지신과 함께 사진 한 컷을 남겨도 좋을 재밌는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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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공원을 갔던 친구가 특히 좋아했던 것은 바로 전통과 현대미의 조화였다. 친구의 말을 듣기 전까지만 해도 난 공원에 존재하지 않을 듯했던 한옥건물의 존재감에 너무 매료되어 있어서, 원래 그 곳을 채우고 있던 주변 풍경들을 미처 내 눈에 담지 못했다. 하지만 이미 존재하던 경치들과 한옥들이 이루는 대비를 한 눈에 담으니 나의 좁은 시야가 아쉬워지는 순간이 찾아왔다.


하늘을 향해 곧게 뻗은 나무와 한옥건물들은 마치 과거시험장을 연상시키는 한편 주차된 자전거와 고층건물에선 이와 대비되는 도시의 멋을 느낄수 있었다. 친구가 멋진 사진 한 장을 건진 것 같다고 말하며 보여줬던 이 사진은 나무랄데 없이 멋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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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와 현재를 교차하는 이 멋은 공원의 또다른 곳에도 존재했다. 공원에 흔히 존재하는 허리돌리기 운동기구나 하체근력 강화에 좋은 운동기구들이 여럿 있는가하면 공원 한복판엔 손잡이가 아주 긴 옛날식 그네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네를 타며 춘향이가 된 듯한 재밌는 느낌도 좋았지만, 공원 운동기구를 아주 신나게 타며 한국의 공원문화를 즐기던 친구의 모습을 보는것이 날 더 흐뭇하게 만들지 않았나싶다.


유난히 햇빛이 따사로웠던 그 날이 좋았던 이유는 여럿 들 수 있다. 숨겨진 멋진 장소를 발견한 것에 대한 뿌듯함과 전통과 현대미의 아름다운 조화에 대해 잠시 생각해 볼 수 있었던 값진 시간, 일상을 조여오는 여러 번뇌를 치유해주는 자연의 아름다움과 함께 동반한 친구와의 추억까지.


미추홀 공원을 다녀온 그 날은 공원의 가치를 더욱 절실히 깨닫게 되었던 날이었다. 바쁘고 치열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여유가 비치된 선물같은 장소인 것 같다. 공원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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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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