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낯설지만 참신한 축제, 인디애니페스트2019

독립애니메이션 영화제에 다녀오다.
글 입력 2019.09.27 0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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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때 만화에 미쳐 살았던 학창시절에 애니메이션을 그리는 작가가 되고 싶었다. 매일 애니메이션을 보면서 오타쿠라는 말을 들어도 좋을 만큼 그림이 좋았고 만화 작가, 애니메이터들의 모습은 꽤나 근사하게만 보였다.


한창 고등학생 시절 어떡하면 애니메이터가 될 수 있는지 인터넷에 검색하고 주변에 물어보며 길을 찾아보았지만 아쉽게도 한국에서 애니메이터로 생계를 유지하기가 어렵다는 말을 많이 접하게 되었고 현실의 문턱 앞에 나는 너무 쉽게 그 길을 포기했었다.


그리고 그 길과 다소 멀리 떨어져 지내다가 이번에 아트인사이트를 통해 그 쉽지 않은 길을 묵묵히 걸어 나가며 세상에 다양한 볼거리를 선사하고 있는 사람들이 모이는 영화제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유명한 영화감독이나 화려한 성우 캐스팅, 엄청난 CG가 있다거나 한 것도 아니다. 그저 소소한 주위 이야기, 엉뚱한 상상력과 아이디어를 담은 매우 짧은 애니메이션들의 향연, 인디애니페스트2019가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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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돼>(Would Be Ok)
한국, 일본, 미국, 에콰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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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 Mot> 한국

 

이토록 많은 독립애니메이션들이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출품작 한 편당 평균 상영시간이 대략 5분쯤 되는 듯하다. 5분의 짧은 시간동안 감독들은 자신만의 독특함을 담았다. 그림체도 제각각이다. 흔히 익숙한 일본식 애니메이션이나 디즈니 풍을 생각하면 안 된다. 뭔가 좀 어색해 보인다. 시간도 짧아서 줄거리의 개연성도 딱히 없다. 그냥 하고 싶은 말을 아주 축약해서 보여준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인디애니페스트2019 공식 트레일러는 영화제의 의도와 너무 잘 들어맞는다는 생각을 했다. 트레일러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전혀 맥락이 없다. 소개팅을 하는 커플, 핸드폰을 보는 기린, 개, 남의 흉보는 사람, 신문 보는 아저씨.


이게 뭐지 싶은데 한 순간 진동소리로 모두의 시선이 집중된다. (아, 뭐지 싶은데 끝났다.) 맥락은 없지만 한 씬 으로 말하고자 하는 바에 순간 집중시키는 트레일러의 내용처럼 독립애니메이션이 긴 설명 없이 한순간 말하는 바를 툭 던지고 가는 느낌이다.



인디애니페스트2019 공식 트레일러

 


심심하기도 하고 이게 뭐지 싶기도 한 형태의 애니메이션이라 많은 대중들에게는 낯설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사실 요즘은 재밌는 게 얼마나 많은데 굳이 이런 걸 왜 봐야하지 싶은 생각도 든다. 볼거리도 화려하고 내용도 자극적인 콘텐츠들이 넘쳐나는 시대에 다소 심심하고 익숙하지 않은 그림체, 내용도 현학적이라 이해하기 어려운 콘텐츠를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돈을 내고 소비하겠냐는 말이다.


그러나 서툴고 어색하지만 그래서 작가의 감성이 더욱 살아있고 내 멋대로의 다양성이 존재한다. 최근 콘텐츠문화가 커지면 커질수록 거대 자본이 모이는 한 곳으로 휩쓸리는 경향이 크다고 본다. 그럴수록 오히려 획일화가 두터워지고 있는 영화 애니 생태계에 개성이 살아 넘치는 독립애니메이션들은 내용이나 그림체 자체는 대형 작품들에 비해 심심하지만 건강한 문화생태계를 위한 교두보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있을 법한 상상력이나 따뜻하고 소박한 이야기들을 담은 다양한 소재들은 교육적으로도 꽤 힘이 있다고 생각된다.


시간을 착각하여 상영작들을 제대로 접하지 못했지만 이번 영화제를 통해서 사회의 자정작용을 하고 있는 건강하고 재미난 페스티벌이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기쁘다. 내년에 열릴 때면 미리 상영시간표와 대략의 줄거리들을 제대로 챙겨보고 다양한 작품들을 만나보고 싶다.



[최수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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