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제 13회 여성인권영화제(FIWOM) 기록 ① [문화전반]

여성인권영화제를 준비하면서
글 입력 2019.09.26 2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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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화요일, 한국여성의전화에서 주최하는 여성인권영화제의 안내팀으로 영화제 오리엔테이션에 참석했다. 오리엔테이션에 참석해서 여성인권영화제를 주최하는 단체인 한국여성의전화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한국여성의전화는 가정폭력, 성폭력, 성매매, 이주 여성 문제 등 여성에 대한 폭력으로부터 여성 인권을 보호하고 지원하는 활동을 하는 조직이며 1983년 2통의 전화 상담으로 시작해 현재는 전국 25개 지부를 두고 있다. 이외에도 가정폭력, 성폭력, 이주여성, 성매매 상담소 등 23개, 가정폭력 피해자 보고시설 10개의 부설기관을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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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으로는 한국여성의전화가 주체하며, 이번에 내가 구성원으로 참가할 활동인 인권영화제에 대한 소개가 이어졌다. 올해로 13회를 맞이하는 인권영화제는 압구정 씨지브이에서 오는 10월 2일부터 6일까지 열린다.


이번 인권영화제의 표어는 이제 멈출 수는 없어 (can't stop now)로 현재 한국 여성 인권운동에 참여하고 있거나 관심 있는 사람들이라면 공감할 만한 문구로 정해졌다. 여성 인권영화제에 대한 설명 이후에는 작년 인권영화제에서 상영됐던 영화를 보고 감상을 나누는 시간도 이어졌다. 이후에는 같은 팀원들끼리 만나 영화제에서 할 일에 대한 설명을 들은 뒤 뒤풀이를 진행했다.


*

 

어떻게 보면 다른 활동과 별다른 바 없는 오리엔테이션 진행이지만, 내가 느끼기에는 지금까지 내가 해 왔던 다른 활동들과 다른 점들이 꽤 있었다.

 

가장 큰 것은 활동하는 단체에 대한 소속감과 신뢰감이었다. 사실 나는 인권영화제 활동에 지원하기 전, 한국여성의전화에서 주최하는 다른 행사, 페스티벌 킥에 참여한 적이 있었으며, 한국 여성의전화가 다양한 여성 의제에 있어서 목소리를 내는 모습은 봐 왔으나, 정작 한국 여성의 영화가 어떻게 설립된 단체인지, 지금은 어떤 활동을 하는지에 대해서는 이번 오리엔테이션을 통해서 정확히 알게 되었다.

 

이를 통해 한국 여성의 전화에 대해서 알게 되는 동안 나와 비슷한 신념을 가지고 활동하는 사람들에 대한 소속감과 그런 신념을 지닌 사람들이 아주 오래전부터 모여 활동해왔다는 사실에 대한 고양감, 나 역시 이번 활동에서 그 신념을 바탕으로 활동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까지 내가 어떤 단체에서 활동했던 경험을 돌이켜 보면, 강제적으로 하거나 소속감을 느끼기 힘든 일시적인 활동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에, 이런 감정이 매우 새로우면서도 즐거웠다.

 

오리엔테이션 때의 짧은 상영회를 통해 본 여성인권영화제 상영작들도 기존에 내가 접했던 영화와는 매우 달랐다. 총 두 편의 영화로 영화의 제목은 각각 ‘생리 무법자’와 ‘좋은 부모 대소동’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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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리 대소동은 여학생이 학교에서 예상하지 못한 생리를 맞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에 대한 단편 영화였다. 여학생의 성관계를 위한 콘돔은 무료로 배포하면서도, 생활에 필수적인 생리용품은 무료인 것에 대한 문제의식을 과감하게 그려냈다. 최근 한국에서 있었던 생리용품들에 대한 다양한 문제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었던 것과 동시에 과감한 주인공의 행동으로 인한 ‘소동’에 해방감을 느낄 수 있던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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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부모 대소동은 레즈비언인 줄 알았던 딸이 남자와 함께 무도회에 간다는 걸 듣게 된 부모가 나누는 이야기를 바탕으로 제작된 영화로, 편견에 대해서 유쾌하게 다루면서도 그 유머가 지금까지는 접할 수 없는 정치적 올바름을 바탕으로 한 유머라는 점에서 매우 신선했다. 앞으로는 이와 같은 코미디 영화가 많이 나와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처럼 활동하게 될 단체에 대한 소속감이나 새로운 유형의 예술을 향유하게 된 경험도 좋았지만, 가장 새로우면서도 좋았던 것은 다양성에 대한 존중이었다. 한국여성의전화는 ‘평등의 조건을 만들어가는 한국여성의전화 구성원들의 약속’이라는 지침을 통해 구성원들 그 누구도 성별, 나이, 가족 형태, 혼인 여부, 임신 및 출산, 성별 정체성, 성적지향, 신체조건, 장애, 병력, 출신 및 거주 지역, 학력, 경제적 상황, 사회적 지위, 인종, 종교 등을 이유로 구별되거나 배제되지 않도록 서로의 다양성이 공존하는 공동체를 만들기를 지향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번 여성인권 영화제에서도 여성인권영화제 피움족 선언을 통해 성별, 나이, 인종, 성 정체성, 장애 등의 소수자에 대한 차별이나 편견을 담은 표현을 않음을 함께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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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지침이나 약속이 항상 지켜지기는 어려우며, 특히 다양한 사람들이 만나 활동하는 과정에서는 항상 예상치 못한 일이 생기기 마련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켜나갈 가치를 정하는 것, 그것에 대해서 함께 약속하는 점이 중요한 것임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이번 활동에서도 면접 때, 그리고 오리엔테이션 때 주변 분들이 비건 여부에 대해서 계속해서 확인해주시고 비건 식단이 따로 준비된 등의, 당연하지만 일상에서는 볼 수 없었던 배려가 지켜지는 것 등 다양성을 존중하려는 노력이 실제로 이어졌다.

 

이렇게 이번 여성인권영화제의 오리엔테이션에 대해 간략하게 기록해 보았다. 이번 오리엔테이션을 통해 앞으로의 활동에 대한 기대감은 물론, 여성인권영화제에 어떤 마음가짐으로 참가해야 할지 알게 된 것 같다. 앞으로 진행할 여성인권영화제 본 행사를 기대해 본다.



[권묘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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