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마냥 부족하다고 느껴지는 당신을 위해 - 연극 "찬란하지 않아도 괜찮아"

글 입력 2019.09.22 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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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春(청춘). 푸른 봄이라는 뜻이다. 오늘 날의 청춘은 과연 푸른 봄인가.

머리털 나고 처음으로 취준을 하고 있다. 새내기 때는 안쓰럽다고 생각했던 쌩얼에 추리닝 입고 혼밥하는 선배가 바로 내가 되었다. 내가 감히 안쓰럽게 여겼던 그 사람들의 안부가 궁금하다. 당신들은 다들 원하는 바를 이루셨는지.

미디어는 온갖 자료와 통계를 가져와 앞다퉈 청춘들의 고통을 보도한다. 지금의 나는 비뚤어진 생각을 해본다. 그렇게 힘든 거 알면 뭐라도 좀 해보지. 취업난 얘기는 고등학생이었던 내가 취준생이 될 때까지 변함없는 화두였다. 그 사이 크고 작은 정부정책이 있었지만 청춘이 실감하는 삶의 무게는 예나 지금이나 비슷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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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 쪽에서는 청춘이 한창 좋은 나이라고 한다. 꽃보다 청춘 같은 말을 하면서 청춘의 찬란함을 예찬한다. 얼마 전 tvN ‘유퀴즈 온 더 블럭’에서 대학생들에게 캠퍼스 낭만을 물었다. 취업준비로 낭만 같은 거 없다고 말하는 학생들에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번 꼽아보자고 요구했다.

시청자이던 나와 TV 속 학생들이 각기 다른 언어적 순화도로 ‘낭만은 개뿔’을 외치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디어가 학생들에게 바라는 것은 여전히 낭만의 이미지였다. 현재의 젊은이들을 통해 자신들의 젊은 날을 추억하고 싶은걸까. 오늘 날의 청춘은 그저 그런 용도인건가. 세상이 고통 혹은 생기, 단 두 가지 잣대 안에 놓고 청춘을 포르노처럼 소비하고 있는 것 같다.

얼마 전 지하철을 타고 가다가 경로우대석에 앉아 계신 어르신들이 말씀하시는 걸 들었다. 요즘 젊은이들은 굳은 일을 너무 안 하려고 한다고, 청년수당 같은 것도 걔네는 젊은데 왜 주는지 모르겠다고 하시더라. 이거 하난 확실하다. 돈 필요하다. 면접사진은 8만원이고 인적성 책은 한 권에 2-3만원인데 그걸 최소 5권은 풀어야 시험을 통과한다. 토익 시험은 한 번 응시에 4만원이고 그걸 공부하기 위한 책은 한 권에 2-3만원이다.

토익은 기술이라서 외고를 나왔거나 해외에서 좀 살았던 게 아닌 이상 학원도 좀 다녀줘야 하는데 그건 15-20만원이다. 2년 전 기준이니 지금은 더 올랐을 수도 있겠다. 돈을 벌려고 취업을 하는 건데 돈을 쓰고 있다는 청춘들의 한풀이는 그냥 나온 게 아니다.

청춘의 고통은 청춘이라는 이유만으로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다. 지금의 나를 위로할 수 있는 건 오직 나와 같은 청춘 뿐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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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아름답고
찬란해야 할 것 같지만
그리 찬란하지만은 않은
청춘들의 이야기


엄마는 한평생 찬란하게 살길 바란다며 주인공의 이름을 ‘찬란’이라고 지었다. 하지만 찬란의 삶은 찬란하지 않다. 알바에 학교에 쉴 새 없이 바쁜 스케쥴을 전전하며 그저 버티듯 살아내고 있을 뿐이다. 그러던 어느 날 찬란은 우연한 기회로 연극부에 들게 되고. 망해가는 연극부에서 같은 청춘들과 함께 망하기 직전의 연극을 준비하며 찬란의 삶에는 색채가 돌기 시작한다.

네이버 웹툰 <찬란하지 않아도 괜찮아>가 연극으로 돌아온다. 평균 9.97의 높은 평점을 기록하며 다양한 연령층에 공감을 선사한 이 웹툰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주관한 ‘2019 만화 연계 콘텐츠 제작지원’으로 선정되었다.

청춘의 고통을 소재 삼은 콘텐츠는 많다. 하지만 고통에 공감하고 이를 진정성 있게 그려내는 콘텐츠는 손에 꼽는다. 이 연극 역시 나의 고통을 그저 이야기거리로 삼는 건 아닌가 싶어 약간은 망설였지만, 다음과 같은 제작진의 말에 마음이 움직였다.


"어른들이 청춘들을 보며 '한창 꽃피울 나이', '제일 예쁠 때'라고 말씀하시는데, 지금의 청춘들을 보면 꼭 그렇지 만은 않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부분 힘들고 고된 하루를 버텨내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까웠고, 누구보다 노력하며 살고 있는 청춘들과 함께 그들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감히 그들의 지금을 100% 이해하고 공감할 수 없다는 것은 잘 안다. 비록 캐릭터 속 인물이지만 비슷한 상황의 청춘들이 만나 고민을 나누고 서로에게 힘과 위로가 되어주는 모습들을 통해 잠시 휴식하며 웃을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작품을 준비하고 있다"


웹툰을 보지 못했고 이는 아직 프리뷰이기에, 연극이 어떠했다고 단언해 말할 수는 없을 것 같다. 더도 덜도 말고 그저 청춘의 눈높이에서 세상을 바라봐 주는 작품이 되길 바랄 뿐이다. 지금의 나는 진심으로 위로 받고 싶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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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준비생이라는 신분으로 세상을 만나고 있는 요즘, 삶이 너무 너무 어렵다. 살아감에는 답이 없다. 수많은 말과 태도가 난무하지만 그 어느 것도 나의 상황에 꼭 맞는 답이 될 수 없다. 그 누구의 취업성공스토리와 조언도 나에게는 답이 되지 못한다. 그저 참고만 할 뿐. 이렇게 고백하는 지금 이 순간에도 ‘취업은 정신력싸움이라던데’ 싶어 맘 놓고 약해지기조차 어렵다. 비워내고 포기하는 것이 정말 용감한 일임을 실감하고 있다.

사람은 고통을 겪으면 보다 단단해진다. 고 예전에는 믿었다. 고통을 겪으면 단단해지는 건 고통을 이겨낸 자들의 말이었다. 요즘에는 고통을 겪다가 사람이 오히려 비뚤어질 수도 있음을 생각한다. 그리고 설령 지금 이 힘듦이 아무리 미래의 나를 단단하게 할 지라도, 그래도, 지금 할 수만 있다면 지금 이 상황으로부터 벗어나고 싶다.

해서 요즘은 망해도 된다고 생각한다. 여기도 떨어지고 저기도 떨어지고, 취준 기간이 점점 길어져도 설령 굶어 죽기야 할까 생각하기로 했다. 솔직히 대한민국 청년들은 너무 오버스펙이다. 이 정도 학력과 학점과 외국어성적과 자격증과 대내외활동경험과 인턴경험을 가진 취업준비생이 세상 어디에 존재할까.

대한민국의 취준생들은 무인도에 던져 놔도 먹고 살 것이다. 내가 봤을 때 2019년의 대한민국 청춘에게 필요한 것은 도전정신도, 열정도, 주도성과 창의적 사고도 아니다. 망해도 된다고 생각하며 하루하루를 살아내는 배짱. 그저 그것만 있어도 충분하다.





찬란하지 않아도 괜찮아
- 내 스스로 위로 받고 용기를 얻게 되는 작품 -


일자 : 2019.10.05 ~ 2019.11.10

시간
평일 8시
토 3시, 7시
일/공휴일 2시, 6시
(월 공연없음)

장소 :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3관

티켓가격
전석 50,000원

주최/기획
콘티(Con.T)

관람연령
중학생이상 관람가

공연시간
1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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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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