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몬스타엑스로 보는 여성성과 남성성 [문화 전반]

글 입력 2019.09.21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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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덕은 없어도 휴덕은 있다. 나의 덕질 역사는 유규하다. 유치원 때 S.E.S.의 메인 보컬, 바다 언니를 좋아했다. 2집에서 파란 머리를 하고 나왔는데, 동네 미용실에서 염색할 수 없다고 해서 펑펑 운 적이 있다. 초등학생 땐 G.O.D.를 좋아했다. 손호영을 제일 좋아했는데 윗학년 무서운 언니가 손호영은 자기 거라고 나보고 박준형을 좋아하라고 했다.


무서웠던 나는 쭈니형을 파기 시작했고, 그의 랩 보이스에 매료되어 지금까지도 ‘관찰’을 부르면 쭈니형 파트를 도맡아한다. 중학생 땐 난생처음 좋아했던 아이돌 소속사 앞까지 찾아가곤 했다. 지도 애플리케이션이 없던 때라 무작정 갔다. 아이돌은 못 봤지만 처음 한 일탈이라 집에 돌아갈 때까지 가슴이 두근거렸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덕질도 끝난 줄 알았다.


그런데 내 마음에 무단 침입한 아이돌이 생겼다. 몬스타엑스다. 누가 몬스타엑스 언제부터 좋아하셨어요? 라고 묻는다면 난감하다. 마치 몇 살이세요? 라는 질문을 받은 빠른 년생처럼 곤란해진다. ‘Shoout out(이하 슛아웃)’때 ‘Jeaslousy’(이하 젤러시)로 입덕했기 때문이다. 처음엔 길티 플레져였다. 유튜브 연관 동영상을 재생하다 셔누의 춤 영상을 봤다. 그때부터 문명특급의 숨.듣.명처럼 셔누 영상을 숨어서 봤다. 얼굴이 익숙해 찾아보니 마이리틀텔레비전에 나왔던 사람이었다. 헬스 트레이너인 줄 알았는데, 아이돌이었다니. 핸드폰에선 젤러시 셔누 포커스 영상이 반복 재생되고 있었다.


셔누는 큰 체격의 소유자다. 파워풀한 스타일일 것 같지만 춤선은 곱고 유려하다. 그가 추는 춤을 보다보면 3분이 순식간에 끝난다. 3분이 6분이 되고, 10분이 된다. 셔누 영상을 하나 둘 찾아 보다보니, 몬스타엑스 멤버 전체의 영상을 본다. 그리고 각 멤버 별로 좋아할 수 밖에 없는 포인트를 발견한다. 파면 팔수록 신세계다. 남자에게 이런 걸 입혀?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테크웨어, 정장은 물론 초커와 망사까지. 그들이 소화하는 의상의 범주가 남달랐다. 남자 아이돌이 화장품 광고도 하는 시대라지만, 이렇게나 과감한 시도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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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self' 무대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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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igator' 무대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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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oot out' 무대의상


피지컬이 좋은 멤버 원호와 셔누는 카메라에 그들의 몸매를 전시한다. 테스토스테론이 넘칠 것 같다. 가사를 보면 섬세한 면을 발견한다. 몬스타엑스가 차별점을 갖는 부분이다. ‘널 갖겠어’ 라고 말하는 대신 ‘네가 오지 않아 내가 왔다’고 말한다. 멤버 I.M.은 한동안 손톱에 검은 매니큐어를 칠하고 다니기도 했다. 여성 아이돌에 어울릴만한 의상이나 액세서리 때문인지 그들은 종종 젠더 질문을 받곤 한다. 지난 7월, 몬스타엑스 런던 투어에서 한 인터뷰를 발췌했다.


“What is masculinity these days?” muses IM. “I think it’s really hard to define it, overall. Everyone has their own meaning.” But, for argument’s sake, where does your own sense of masculinity come from? IM pauses for a long moment. “Having a dick,” he says bluntly, sipping coffee as his bandmates’ jaws drop and shocked laughter ripples around the table. It’s rare to see this kind of candour in a K-pop idol. “But, you know, it’s also about loving yourself, caring about yourself. That’s first. And we don’t think that women should be like ‘this’ and men should be like ‘that’,” he adds. (GQ-magazine)


남성성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I.M.은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기 때문에 정의할 수 없다고 대답한다. 인터뷰어는 포기하지 않고 한 번 더 물어본다. 그러자 생물학적 특성을 언급한다. “자신을 사랑하고 돌보는 게 우선이에요. 여성과 남성을 이렇다고 나눌 수 없어요.”라 덧붙였다. 성은 생물학적으로 타고나는 것이다. 젠더는 사회적인 성으로, 무 자르듯 그들의 행동을 구분할 수 없다. 영화 <세상을 바꾼 변호인>에도 비슷한 사례가 나온다. 어머니를 부양하는 찰스 모리츠는 미혼남이라는 이유로 부양비를 지원받지 못한다. 남성은 결혼을 해야하며, 부양은 그의 아내가 해야 한다는 전제가 깔려 있기 때문이다. 루스 긴즈버그는 이 사건을 변호하며 성차별, 나아가 성 역할에 대한 관념을 타파한다.


남성성과 여성성 문제는 일상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요리는 여성의 일이라는 고정관념이 쿡방을 통해 달라졌고, 이제 요리는 남성성의 일부가 됐다. 개그맨 김기수가 뷰티 크리에이터가 됐을 때, 많은 사람이 그를 욕했다. 지금 그는 11만 명 이상의 구독자를 거느린 유명 뷰튜버가 됐다. 여자는 조신해야 하고, 남자는 울지 않아야 한다는 말은 과거의 잔재다. 남성성과 여성성은 시대마다 변한다. 생물학적 성 역할에 개인을 얽매고, 강요하는 건 폭력이다.


생물학적 성과 사회적 성이 다른 이들도 많이 보인다. 젠더 감수성이 필수인 시대. 몬스타엑스는 의상과 가사, 그리고 인터뷰로 그 가치를 전한다. 좋은 노래와 멋진 퍼포먼스, 그리고 젠더 감수성까지. 그들이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고 있는 이유가 아닐까. 세계가 우릴 봐. 나는 오늘 밤의 주인공이야. 내가 설 무댄 전 세계야.라고 외치던 몬스타엑스. 2019년, 그들은 전 세계에 '무단침입'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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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나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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