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자아성찰 시리즈 - 노력 중독 [사람]

노력 중독으로 살아가기
글 입력 2019.09.23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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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노력 중독



작년 여름쯤, '노력 중독'이라는 단어를 알게 되었다. 내가 좋아하는 단어이기도 한 '노력'과 부정적인 이미지가 가득한 '중독'이란 단어의 조합이 그리 유쾌해 보이지 않았다.


단어에서도 어렴풋이 느껴지겠지만, 노력 중독의 의미는 대충 이렇다. 자신의 꿈과 행복한 미래를 위해서 항상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 실상은 불안함이 만들어낸 일종의 자기 위안이고, 자신이 노력만 한다면 상황은 언제든지 변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이다. 그리고 그 노력에 중독이 되어버린 것.


나는 정확히 2년 전 이맘때쯤, 평일 오전 알바, 학년 대표, 복수 전공, 봉사, 동아리, 장학금을 모두 한 학기에 실행한 적이 있었다. 뭘 하고 싶은지 모르니, 일단 경험할 수 있는 건 다해보자는 생각이었다. 연예인을 능가할 살인적인 스케줄이었지만, 나는 매사에 열심히 사는 사람이고, 이게 내가 살아가는 방식이고, 언젠가는 꼭 보상을 받을 것이며, 그 보상은 충분하리라 생각했다.

"내가 이렇게 노력하는데..."


그렇게 하나하나, 겨우겨우 돌다리를 직접 만들어가며 1년을 건넜다.




#2 노력의 배신



그러나, 자칭 피나는 "노력"에도, 꿈에 그리던 보상은 코빼기도 비치지 않았다. 여전히 나는 나를 알 수 없었고,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잠을 이루지 못했다. 누워서 스마트폰으로 취업사이트를 들락날락하며 새벽아침을 맞은 적도 있다. 불안할 때면 메모장에 하루 단위, 1개월 단위, 6개월 단위, 1년 단위 할 일, 계획을 세웠고, 자기 전 메모장을 확인하는 습관이 생겼다.


꿈 찾기에 실패한 나는 나를 자책하기 시작했다. 나는 내가 필요 이상으로 계획적이고, 걱정이 많고, 욕심이 많다는 것을 알아냈다. 이런 정신머리 때문에 고생하는 몸이 불쌍하게 느껴졌다.


그것도 잠시, 나는 나를 인정했다. 노력하는 것을 좋아하는 성향이라고 단정 지었다. 완벽하지 않은 상태에서의 휴식에 괜히 스트레스받지 말고 이런 나를 받아들이자고. 하지만 중독은 더 강한 중독을 일으켰다. 이 상태를 감히 노력 중독의 "말기"이라고 이름 지어본다.

<노력 중독>이라는 책에서는, 완벽해지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부단히 무언가를 위해 노력하는 우리 인간들의 모습이 어리석다고 말하고 있다. 나는 내가 어리석다는 것도 알고 있는데, 그럼 어리석음을 자처하는 사람들에게는 뭐라 진단조차 할 수 없는 '구제불능'이 되어버린 건가 싶다.



#3 젊은 꼰대



"노력"이라는 단어를 좋아하고, "노력"으로 무장해 살아가고 있는 나.


그러다 최근 친구로부터 '누군가'의 고민에 대해 듣게 되었다. 자신의 진로를 정하지 못해 많이 방황하고 있고, 그런 자신이 집안의 경제적 상황을 걱정하는 내용이었다.



"그니까 상황이 그렇게 되기 전에 진로를 찾으려는 노력을 했어야지. 4학년이 될 동안 뭘 했대?"



나 스스로도 그렇게 노오력을 증오하면서도, 나 또한 어느새 노오력을 외치고 있었다. 내가 언제부터 남의 노력까지 평가하게 되었지? 철저하게 나의 노력에 대해서만 되뇌고, 반성하지 않았나?


언제 한 번 경영학과 교수님으로부터 이런 말을 들은 적이 있다.



"'틀딱'이라는 단어는 소위 말하는 꼰대, 노인을 비하하는 말이 아니에요. 자신을 틀 안에 딱 가두는 사람이 바로 틀딱, 꼰대에요."



그래. 나 또한 노력에 대한 정당한 보상을 받은 적도 없으면서, 노력하면 보상받는 세상이라는 틀을 만들어버린 꼰대가 되었구나.




#4 노력 중독으로 살아가기



1990년대 세대 사람들이라면 한 번쯤 들어보았을 것이다.


"요즘 젊은이들은 노력을 안 해."

"아프니까 청춘이다."


그런데, 전자의 젊은이와 후자의 청춘은 같은 정녕 같은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청년'에 대한 표현이 맞는가? 저 두 말을 조합해보면, 아픈 청춘들은 노력을 안 하고 있다는 것이 된다. 결국 적어도 저 중 하나는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셈이 된다.


그렇다면 나도 이제 더 이상은 모른다. 세상이 나에게 거짓말을 하고 있고, 나는 그 속에서 놀아나는 힘없는 청년이라고 생각해본다.


그리고 그런 세상에서 여전히, 나는 노력 중독이다. 그것도 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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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예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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