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작화의 구수하고 따뜻한 기운, 내 마음에 그릴 수 있는 것들 : 인디애니페스트2019

인디애니페스트2019
글 입력 2019.09.11 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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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 Independent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독립 애니메이션 영화는 연상호 감독의 <돼지의 왕>이다. 현실보다 더 현실 같은 대사와 내용들로, 너무 직접적이라는 이유로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애니메이션이 통통 튀고, 가벼우며, 아이들이 보기 좋은 영화라고 생각했던 내 편협함을 깨주었던 영화이기도 하다. 후에 연상호 감독은 <사이비>, <서울역> 두 개의 애니메이션의 감독을 맡았고, 후에 감독의 첫 번째 실사 영화, <부산행>이 개봉하기도 했다.


그냥 애니메이션도 아니고, ‘독립Independent’ 애니메이션은 뭘까. 도대체 어디로부터 독립했다는 이야기야? 흔히 상업 애니메이션은 마케팅적 이해관계 속에서 만들어진다. 보통 영화의 총괄자, 총책임자, 그리고 최고 권력자를 감독이라고 많이들 생각하지만, 돈과 자본, 여러 이해관계가 얽힌 영화에서는 제작사가 힘을 가지고 있다. 제작사와 감독이 커뮤니케이션을 진행하며, 이 둘의 의견 차이가 좁혀지지 않을 경우, 감독이 독립적으로 영화를 제작하기도 한다.


보통 ‘독립’ 영화나 ‘독립’ 애니메이션의 경우, 감독의 미학적 성향이 짙게 들어가므로, 난해하거나 이해하기 어렵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정말 순수하게 미적 성취를 위한 작업이 많으므로, 관습적이지 않은 실험적인 작품들이 많이 나온다. 전혀 예측할 수 없는 그들의 예술 세계를 들여다본다는 것은 얼마나 설레고, 두근거리는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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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화의 따뜻하고 구수한 기운



애니메이션이 매력적인 이유는, 실사 영화와 달리, 작화에서 정말 다양한 표현법이 나올 수 있다는 거다. 물론 실사 영화에서도 연출, 카메라 워킹, 편집 등에서 무궁무진한 연출이 나올 수 있다. 하지만 애니메이션만이 갖는 만화적 요소는 다른 어떤 매체도 대체할 수 없다.


이건 카메라와 사진이 발명된 뒤에도 그림이 계속해서 사랑받았던 이유와 비슷한 맥락이다. 작화가 주는 손맛, 손맛에서 느껴지는 구수하고 따뜻한 기운은 오로지 작화에서만 느낄 수 있다. 실사 영상에서는 와닿지 않았을 것들이, 애니메이션을 통해서, 각자의 선을 통해서, 저마다의 풍부한 맛을 느낄 수 있게 된다.


물론 요즘에는 손으로 그리는 것뿐만 아니라, 다양한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그리고 뉴미디어 환경에 대한 고민의 결과에 따라, 3D같은 기술도 자유자재로 사용하는 애니메이션들이 많다. 3D 애니메이션에 대한 고민은 픽사Pixar 가 설립 당시 많이 고민했던 부분이기도 하다.

 

'독립보행’부문 예심 심사위원은 홍덕표, 김희선 애니메이션 감독과 영화평론가이자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인디애니페스트 프로그래머인 모은영씨가 맡았다. “영상산업에서의 다양한 플랫폼의 등장으로 모든 콘텐츠가 큰 변화의 시기를 겪고 있는 만큼, 뉴미디어 환경에 대한 창작자들의 치열한 고민을 볼 수 있는 참신한 작품들이 많아 고무적이었다. 더불어 그럼에도 정통적인 애니메이션을 고수하는 뚝심의 작품들 또한 포진되어 인상적이었다”는 심사평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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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페스트>가 흥미로운 또 다른 이유 중 하나는, 기성 애니메이터들과 학생 애니메이터들의 경쟁부문을 따로 두어 영화를 선별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원 제한 없이 하나의 심사 기준으로 뽑는 다른 영화제와 달리, 학생 부문을 따로 둠으로써 학생 애니메이터들이 애니메이션 분야에 좀 더 가깝게 다가갈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싶다.

 

총 5개 부문으로 구성된 인디애니페스트2019는 3개의 경쟁부문과 2개의 초청부문으로 펼쳐진다. 3개의 경쟁부문은 기성 애니메이터들 작품 대상의 ‘독립보행(Independent Walk)’과 학생 애니메이터들이 경쟁을 펼치는 ‘새벽비행(First Flight)’으로 나뉘며, 아시아 지역의 작품을 대상으로 한 ‘아시아로(Asia Road)’부문도 영화제의 백미다.

 

한국의 애니메이션뿐만 아니라 아시아의 애니메이션 또한 <인디애니페스트>에서 만날 수 있다.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의 애니메이션 스타일, 분위기, 표현 방식의 흐름에 대해 느껴볼 수 있을 것이다. 아시아 37개 국가의 모든 작품을 보지는 못하지만, 많은 나라들의 애니메이션의 볼 수 있는 기회가 어디 쉬운가.

 

올해의 아시아 경쟁 ‘아시아로’ 부문에는 아시아 37개 국가에서 총 591편의 애니메이션이 출품되어, 최종 35편이 경쟁부문에 선정되었다. 아쉽게 본선 경쟁에는 오르지 못했지만, 새로운 비전을 보여주며 주목할 만한 작품으로 지목된 21개의 작품이 비경쟁부문인 ‘아시아 파노라마’ 부문 상영작으로 선정되어 관객들을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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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유일한 독립 애니메이션 전문 영화제이다. 일단 ‘독립’예술을 위한 페스티벌이라는 것 자체가 <인디애니페스트>를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이유로 충분하다. 게다가 모두가 좋아하는 애니메이션이다. 이런 페스티벌은 언제나 즐겁다.


애니메이션을 사랑하는 사람들. 그 사이에 있으면, 같은 공간에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마음에 꽃이 핀다. 내 마음도 마치 애니메이션 영화의 한 장면이 된다. 우리는 이 페스티벌에서 또 어떤 장면들을 만나게 될까. 당신이 이 페스티벌이 처음이든, 아니든, 기대해도 좋을 것이다. 나 또한 처음인 이 페스티벌이 벌써 신선하고 싱그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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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소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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