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문화예술로 게임을 바라보다 - "게임을 게임하다 / invite you_" [게임]

전시회 <게임을 게임하다 / invite you_> 리뷰
글 입력 2019.09.03 0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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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부터 게임을 즐겨한 나는 지금까지 인생의 절반 이상을 게임과 함께했다. 온라인게임의 전성기 때도, 그리고 지금까지도 게임 인생은 진행 중이다. 하지만 그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사회에선 게임과 함께 중독, 폭력성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녔다. 집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게임을 많이 하면 좋지 않다는 부모님의 말씀과 함께, 무슨 잘못을 해도 ‘컴퓨터 금지’라는 벌이 내려지곤 했다. 성인이 된 지금은 컴퓨터 금지라는 벌은 없지만, 부모님께선 아직도 게임을 부정적으로 바라보신다.


시대가 지났지만, 아직도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은 나아지지 않았다. 여전히 게임을 중독과 연결해 악으로 규정하며, 사건의 원인을 게임으로 돌리며 게임은 인간을 폭력적으로 바꾼다는 말을 아무렇지 않게 말한다. 또한, 최근에서 게임 중독을 질병코드로 규정한다는 논란도 있었다. 그밖에 사행성, 도박과 같은 것으로 취급한다. (물론, 게임 회사도 의견에 책임을 피할 수 없다) 게임을 둘러싼 논란은 예전부터 계속 있었지만, 아무래도 게임을 좋아하는 유저 입장에서는 억울하고 안타깝다. 이처럼 지금까지 게임은 평가의 대상이 되어왔다. 25년 전에도, 지금까지도. 게임은 항상 외부의 시선에서 평가되어왔다.


그리고 지금 그 시선에 도전하듯 게임계에 새로운 움직임이 일었다. 25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비로소 게임이 입을 열어 스스로에 대해 말했고, 그 시작은 전시회 <게임을 게임하다 / invite you_>를 통해서였다. 전시회에서는 게임이 지닌 ‘산업으로서의’ 게임뿐 아니라 ‘콘텐츠’와 ‘예술’ 등 문화로서의 게임을 직접 증명했다. 게임의 산업, 콘텐츠, 예술로 변화하여 가능성을 보여주고, 게임에 대한 새로운 화두를 던지며 새로운 시선을 부여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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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최 측은 ‘이번 전시는 단순히 게임의 역사를 나열하는 것이 아닌, 게임을 문화예술의 관점으로 볼 수 있다는 제안을 하는 것’이라고 했다. 전시를 통해서 게임을 둘러싼 부정적 인식이 한 번에 사라지지 않겠지만, 이 전시를 계기로 게임에 대한 다음 담론을 이어나가는 다양한 게임 전시회가 생기길 바란다.


게임에 대한 새로운 화두를 던짐과 동시에 온라인게임의 25년의 역사와 동시에 넥슨의 25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전시이기도 하다. 넥슨의 25년의 발자취와 온라인게임의 25년이 쓰여진 기념비를 세웠다. 이는, 특히 20~30대 유저들에겐 상징적인 기념물이 될 것이다. 물론, 비 게이머도 전시회를 즐길 수 있도록 마련했다고 한다.

 

이번 전시회가 게이머들에게 익숙하지 않은 장소인 ‘선재아트센터’에서 개최된 것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게임계에선 지금까지 ‘게임이 예술이다’를 증명하듯 게임을 기존의 예술처럼 표현한 행사를 진행해왔다. 하지만, 이런 행동은 단순히 게임의 한 부분을 예술의 형태로 재현하는 것에 그쳤다.


예를 들면, 게임 음악을 오케스트라로 편곡하며 게임 아트웍을 전시하는 등 게임의 콘텐츠를 예술의 형태로 변화시키는 것이다. 오히려 이는 게임은 원래 예술이 아닌, 예술의 형태로 바꿔야만 예술이라 불린다고 해석될 여지가 있다. 게임은 예술의 형태로 바꾸어야만 예술이 되는 게 아니라 게임은 ‘원래’ 그 자체로 예술이다. 그래서 이번 전시회는 이런 인식에서 시작되었고, 미술관에서 전시를 열게 되었다. 그렇다고 해서 이번 전시회에서 ‘게임은 예술이다’에 집중하기보다는, 예술을 향유하는 자리에서 게이머와 비 게이머가 만나 게임에 대한 생각을 나누며 동시에 확장이 일어남에 주목해야 한다.

 

*

    

전시회장 안으로 들어가니 익숙한 로그인 화면이 기다리고 있었다. 넥슨 아이디로 로그인해 전시회장에 입장할 수 있고, 넥슨 아이디가 없더라도 바로 아이디를 생성하고 전시회로 들어가면 된다. 컴퓨터를 켜 하는 게임과는 다른 설렘이 느껴진다.


전시회는 작은 규모로 진행되었다. 최소한의 조명을 이용해서 부스에 집중할 수 있도록 전시장은 어두웠다. 관람객이 많지 않았기 때문에 한 부스를 여러 번 체험할 수 있었다. 게임 콘텐츠를 직접 참여 할 수 있는 전시회였기에 현실에서 하는 게임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부스를 돌아다녔다. 앉아서 키보드와 마우스를 가지고 하는 게임과는 다른 재미를 느껴졌다.


25년의 역사를 기록한 ‘게임 아카이빙’, 넥슨의 게임들의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예술·문화 콘텐츠로서의 게임’, ‘개발자가 바라본 게임’ 이렇게 세 가지의 주제로 나눌 수 있다.


 


01. /login_ : 게임으로 들어가는 문



게임을 주제로 하는 전시답게 로그인(login)을 통해 입장했다. 넥슨 아이디 또는 게스트로 로그인하면 ID 밴드가 지급되는데, ID 밴드를 태깅하면 부스를 체험할 수 있고, 그것은 데이터화 되어 마지막 로그아웃을 할 때 영수증으로 출력이 된다.

 

로그인을 하고 문 안으로 들어가면 큰 화면 비친 자기 모습을 볼 수 있다. 체크포인트에 ID 밴드를 태깅하면 화면 사이로 넥슨의 대표 캐릭터 핑크빈, 장로 스탄 등 캐릭터의 얼굴이 랜덤으로 지정된다. 얼굴을 움직일 때 같이 움직이는 모습이 사뭇 신기하다. 한 번 지정된 캐릭터는 바꿀 수 없다는 것. 그리고 마지막까지 캐릭터가 당신을 따라다닌다.




02. /ongoing_history : 이야기는 계속된다



온라인게임 25주년의 역사를 기억하는 자리이자, 넥슨의 25주년을 기념하는 자리인 만큼 전시회에서 게임의 역사는 의미가 있는 데이터다. 넥슨의 게임뿐 아니라 온라인게임의 모든 역사를 총망라하는 부스엔 ongoing’이라는 단어를 사용해, 게임의 역사는 지금 멈춰있지 않고 계속해서 써나가는 중이라는 것을 표현했다.


게임의 역사를 주제로 여러 가지 부스가 꾸며졌다. 넥슨의 데뷔작인 <바람의 나라>의 초기 버전을 구현한 부스 ‘/ongoing_beginning’, 국내 온라인게임 25년의 역사를 담은 연대기 ‘/ongoing_history’, 국내 온라인게임 잡지를 전시한 ‘/ongoing_library’, 마지막으로 유저들의 생각으로 텍스트로 시각화하며, 녹음까지 할 수 있는 부스 ‘/ongoing_definition’으로 구성되어 있다.


‘역사’를 테마로 한 부스는 지난 25년을 기억하고 기록하는 데에만 그치지 않고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 준비하는 것이다. 역사는 반복된다고 했던가. ‘/ongoing_history’ 벽면에 기록된 일들을 천천히 살펴보니 게임계에 일어난 일들이 지금과 다르지 않다는 걸 알 수 있다. 급속도로 성장하는 게임 산업과 게임을 둘러싼 부정적 시선과 규제, 그리고 중국 게임 산업이 한국 게임 산업에 미치는 영향 등 과거에 일어났던 일들이 지금에도 반복해서 일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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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going_history



그렇기에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선 지금까지의 일을 되짚고 방향을 설정해야 한다. 전시는 게임계에서도 새로운 방향을 제고할 논의가 필요하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아카이빙 전시 벽면엔 게임계의 굵직한 사건뿐 아니라 부정적인 면(사행성, 중독)이 주목된 기록도 있다. 게임사의 역사를 되짚고 미래로 나아가기 위한 논의가 게임 산업 내에서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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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going_beginning



‘/ongoing_beginning’ 부스에선 예전 컴퓨터에 구현된 <바람의 나라> 초기 버전을 플레이할 수 있다. 잠깐 플레이를 해보니 내 취향에는 맞지 않았다. 예전에 바람의 나라를 해본 적이 있었지만, 오래가지 못했던 기억이 있다. 지금은 할 수 없는 바람의 나라 초기 버전을 플레이 한것 자체로 유저들에겐 의미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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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going_library



옆에선 국내 온라인게임 잡지를 전시해놓은 ‘/ongoing_library’ 부스가 있었다. 벽면을 꽉 채운 국내 온라인 잡지를 보면서 2000년대 감성을 느낄 수 있다. 잡지마다 끼워진 북마크를 통해서 생각을 간단히 적을 수 있다.


‘역사’를 테마로 한 부스를 돌아보니 왠지 자부심이 들었다. 온라인게임의 전성기를 직접 경험했다는 자부심이랄까. 특히 2003년, 2004년에는 온라인게임의 한 획을 긋는 온라인게임들이 탄생한 때다. 내로라하는 온라인게임들이 생겨난 때에 게임을 해봤다는 기억으로 오늘도 게임을 즐긴다.


 


03. /Contents Art_ : 콘텐츠를 구현하다



게임 전시회인 만큼, 부스는 게임 IP를 활용한 미디어아트가 단연 돋보였다. 미디어를 통해 사물에 생명을 불어넣어 실제로 움직이는 듯 착시를 일으킨다. 이에 관객은 게임 속 인물이 되어 게임을 하게 된다.


게이머와 비 게이머가 만나는 지점에서 낯섦은 탄생한다. 게이머는 전시를 직관적으로 이해한다. 전시물을 보며 익숙한 게임을 하듯, 게이머의 시선엔 여러 해석이 개입될 여지가 없다. 반면, 전시회를 바라보는 비 게이머의 시선은 여러 가지로 나뉜다. 게다가 전시물에는 체험을 위한 설명도 적혀있지 않기에 비 게이머에겐 더더욱 모호한 전시회가 될 수밖에 없다. 같은 공간에서 벌어지는 여러 시선이 부딪혀 새로운 해석을 낳는다.


그것이 전시회의 묘미가 아닐까 싶다. 앞에서 언급한 미술관에서 전시회를 개최한 이유는 콘텐츠를 감상하는 감상자의 시선의 차이를 통해 더욱 명확해진다. 두 시선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게임에 대한 이해가 시작되고 게임을 둘러싼 다양한 논의가 시작된다.

 

또한, 주목해야 할 건 콘텐츠를 구현해내는 방식이다. 고도의 기술을 이용하는 ‘게임’답게 게임의 기술이 예술을 자유롭게 했다. 사물에 빛을 비춰 사람의 몸에 반응하도록 생명을 불어넣었고, 눈에 보이지 않는 기술을 시각화해 추상적인 것을 구체적으로 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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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원의 도서관



전시회에선 나도 여느 게이머처럼 체크포인트에 태깅하고 무작정 체험을 했다. 특히, 메이플 스토리의 ‘차원의 도서관’ 부스가 가장 기대되었는데, 책장에 표시된 책을 클릭하면 빛이 일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챕터마다 핵심이 되는 문장이 이야기가 나와 플레이 할 때처럼 전율을 느끼게 한다. 다만, 글자가 책장의 모형 때문에 잘 보이지 않았고, 배경과 문장이 어울리지 않아서 몰입감이 떨어졌다.


전시회에 갔을 때는 ‘로나와 판’의 시선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부스는 고장 때문에 체험해보지 못했다. NPC의 눈으로 바라보는 유저라니. 한 번도 NPC가 되어본 적이 없어 모르겠지만, NPC가 생각하는 플레이어는 어떤 모습일까 궁금하다.


  


04. /Behind the Game_ : 개발자의 시선에서 바라보다



유저의 시선으로 바라본 부스는 ‘콘텐츠’와 ‘체험’을 중점적으로 두었고, 개발자의 시선으로 바라본 부스는 게임 ‘운영’과 ‘정보’에 중점을 두었다. 게임을 즐기는 동안 유저들의 시선을 추적해 미디어아트로 시각화한 부스 ‘/아이트래킹’, 인공지능 프로그램 ‘초코’를 이용해 욕설탐지 과정을 별빛으로 표현한 ‘/1,000,000/3sec’, 서버데이터의 흐름을 전시한 ‘/Behind the Game’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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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000/3sec



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욕설탐지 과정을 시각적으로 표현한 부스‘/1,000,000/3sec’였다. 찰리 채플린은 이렇게 말했다. ‘인생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지만 멀리서 보면 희극’이라고. 멀리서 보면 반짝이는 별들의 집합이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각각의 별은 욕설이다. 별을 이루고 있는 은하는 아름답지만, 각각의 별의 본질은 아름다움과 대비된다. 다시 우주를 보니 벌레가 온 우주를 이루며 꿈틀거리는 모습으로 바뀌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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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hind the Game



그밖에도 서버 데이터의 흐름을 시각적으로 구현한 ‘/Behind the Game’ 부스엔 개발자의 시선이 고스란히 담겨있었다. 전체 데이터 처리량을 비롯해 캐릭터의 사망이나 부활 횟수, 채팅 중 욕설 비중 등을 시각적으로 구현했다.

 



05. /logout_ : 데이터는 기록된다


 

모든 부스를 뒤로하고 게임을 끝내기 전 의식을 치러야 한다. ‘/로그아웃’ 부스에 태깅하면 지금까지 누적된 데이터가 화면에 나타난다. 어떤 부스를 참여했는지, 전시회 관람한 시간까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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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데이터는 영수증으로 출력된다. 게다가 지금까지 넥슨 계정으로 플레이한 게임까지도 기록된다. 출력된 영수증을 살펴보면서 자부심을 느껴보기도 하고, 지난날을 추억해보는 것도 좋다. 게임 역사의 발자취를 한눈에 볼 수 있으니 유저에겐 어떤 것보다 값진 선물이 될 것이다.


 


06. /넥슨은 도토리를 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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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람쥐를 뿌리라는 유저들의 요청에 넥슨은 하나하나 수작업으로 만든 도토리를 미술관에 뿌렸다. 전시회를 무사히 클리어 한 유저들에겐 도토리나무 아래 수북이 쌓인 레고 도토리를 주울 수 있는 특권(?)이 주어진다.


*


전시회 <게임을 게임하다 /invite you_>를 통해서 게임 스스로의 정체성을 찾기 위해 첫 발자국을 내디뎠다. 그리고 스스로 정체성의 답을 찾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앞으로 이번 전시가 계기가 되어 게임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이루어졌으면 한다.



**참고 기사


이기범, <넥슨은 왜 아트선재센터에 전시회를 열었나>, BLOTER, 2019.08.11


넥슨컴퓨터박물관, <넥슨은 왜 미술관에 도토리를 뿌렸나>, THIS IS GAME, 2019.08.14


김재석, <넥슨이 아트선재센터에서 현대미술 전시회를 여는 까닭은?>, THIS IS GAME, 2019.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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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지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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