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나만의 미술 작품 감상법 [문화 전반]

도슨트가 없어도 괜찮아
글 입력 2019.08.28 0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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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과 전시회를 보러 갈 때면, 늘 듣는 질문이 하나 있다.

 

“너는 왜 도슨트가 있어도 안 들어?”


사실 나도 얼마 전까지는 ‘아는 만큼 보인다’를 주장하며 전시회를 갈 때마다 도슨트 시간에 맞춰서 관람했다. 만약 도슨트 시간에 맞춰서 전시회 관람이 어렵다면 오디오 가이드라도 빌려서 들었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처럼, 도슨트는 작품 속에서 많은 것을 볼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도슨트를 통해 나는 화가의 가정환경, 그림을 그리게 된 계기, 특정한 그림 속에 담긴 생각까지 알게 되었고, 이를 통해 작품들을 더욱 깊이 있게 향유할 수 있었으며, 그 과정은 내게 큰 즐거움을 선사해주었다.

 

그러던 내게, 유럽 여행 중에 방문했던 작은 미술관 하나가 변화의 계기를 마련해주었다. 독일에 위치한 이 작은 미술관은 관광객이 많이 방문하지 않아 영어로 도슨트도 오디오 가이드도 준비되어있지 않았고, 나는 그 미술관에서 처음으로 ‘도슨트 없이 혼자서 작품 감상하기’를 도전하게 되었다. 이 계기를 통해 빠져들게 되어 지금까지도 계속해오고 있는 ‘혼자서 작품 감상하기’ 방법을 소개해보고자 한다.


 

 

‘나’에게 좋은 인상을 주는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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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회를 방문하면 수많은 작품을 마주하게 된다. 도슨트를 듣다 보면 관련 전문가가 선별하는 작품들 중심으로 전시를 이해하게 되지만, 도슨트 없이 혼자 작품을 감상하려고 하면 어떤 작품들을 중심으로 감상을 해야 할지 막막해진다. 그래서 나는 단순하게, 많은 작품 중에서 ‘나’에게 ‘좋은 인상’을 주는 작품을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 집중을 하다 보면, 놀랍게도 같은 작가의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각 작품이 내게 남기는 인상은 크게 다를 수 있음을 깨닫게 된다. 같은 작가가, 같은 주제로 그린 작품일 때조차도 서로 다른 작품은 서로 다른 느낌을 선사한다.

 

세계적으로 유명하고 전문가들에게 극찬을 받는 작품이 자신에게는 별 감흥이 없는 그림일 수도 있다. 반대로 전문가들은 크게 주목하지 않는 작품이더라도 내게는 그 어떤 작품보다 영향력이 있는 작품이 있을 수도 있다. 문화와 예술은 이를 향유하는 사람의 주관과 가치관이 많이 개입되는 분야이기 때문이다.


 

 

그 작품이 '왜'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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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정말 좋은 느낌을 선사해주는 작품을 찾았다면, 난 그 앞에 서서 그 ‘좋은 미적 경험의 원천’을 찾아본다.

 

개인적으로 이 과정이 가장 오래 걸리면서도 가장 즐거운 과정이라고 생각하는데, 어떤 작품이 좋다고 느껴질 수 있는 이유가 무궁무진하기 때문이다. 작품의 주제, 채색 방법, 구도, 크기, 입체감, 현실성 등 수많은 이유로 인해 한 작품이 아름답게 느껴질 수도, 별 감흥이 없게 느껴질 수도 있다.

 

큰 그림과 굵은 선들이 선사하는 웅장함에 감탄할 수도 있고, 반대로 작은 그림 속에 섬세한 묘사에 매료될 수도 있다. 밝고 선명한 색채가 아름답다고 느껴질 수도 있고, 어두운 색채가 주는 아우라에 빠져들 수도 있으며, 옅은 파스텔 톤이 마음속에 따스한 봄바람을 불러올 수도 있다.

 

어떤 작품이 좋을 수 있는 수많은 이유 중 왜 특정한 작품들이 좋을까 고민하는 과정을 통해 작품을 천천히 구석구석 살펴보게 된다. 그래서 이렇게 한 번 분석한 작품들은 이후에 어디선가 마주쳤을 때, 내가 그 작품이 좋다고 생각했던 이유와 함께 바로 기억의 보따리에서 찾아낼 수 있게 되기도 한다.


 

 

작품 감상에 대한 나만의 가치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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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과정을 반복하다 보면 내가 미술을 볼 때 어떤 관점으로 바라보는지 깨닫는 재미도, 그 관점이 변해가는 것을 느끼는 재미도 있다.

 

나는 지금까지 어느 전시회에 가도 내 눈에 띄는 작품들은 그림 속에서 사람들이 움직이고 있을 것 같은 사실감과 입체성을 가지고 있으면서 어두운 색채보다는 밝은 색채를 많이 사용하고, 풍경보다는 인물 중심으로 묘사된 작품들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놀랍게도, 이는 몇 년 전 밝은 햇빛이 비치는 풍경화를 좋아하던 것에서 조금의 변화가 있는 가치관이다. 더 많은 예술 작품을 향유하고 다양한 경험을 쌓아가는 과정에서 작품 감상에 대한 내 가치관이 어떻게 변할지 기대된다.

 

*

 

도슨트를 비판하고자 쓰는 글이 아님을 분명히 밝힌다. 위에서도 서술했듯이, 도슨트는 예술 작품들을 더욱 깊이 있게 향유할 수 있게 도와주는 좋은 방법이다.

 

그래도 가끔은, 전문가들과 주변 사람들이 좋은 작품, 멋있는 작품이라고 부르는 작품들이 아닌 ‘나’에게 좋은 인상을 남기는 작품들 중심으로 전시를 관람해보는 것은 어떨까?



[김태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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