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신여성에 가려진 보통여성들 - 연극 모던걸타임즈 [공연]

신여성 말고, 그냥 여성
글 입력 2019.08.25 1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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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성, 모던, 신여성. 20세기 초 우리나라에 번졌던 모던은 그 자체로 시대의 상징이 되었다. 흡사 서양의 드레스를 떠올리게 하는 신여성 복장은 현재까지도 사랑 받고 있다. 종로에 가면 그 시대 복장을 체험해볼 수 있는 장소도 있을 정도로 신여성은 하나의 이미지처럼 박제되었다.

그러나 일제강점기를 경성시대라 칭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은 것처럼, 20세기 초반 여성들을 한 데 묶어 ‘신여성’으로 통칭하는 것도 그다지 좋아 보이지만은 않는다. 대다수 여성들은 서양식 복장이나 클러치, 빵, 커피와 거리가 멀었을 테고 일제의 엄한 감시 아래 하루하루를 버텨냈을 것이다. 이쯤에서 우리가 왜 ‘신여성’에, 특히 신여성이 주는 아름답고 부유한 이미지에 집착하고 있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세련된 도시 남성’ 하면 소설가 박태원이 떠오른다. ‘소설가 구보 씨의 일일’로 유명한 그는 당대 유행의 선두에 서서 파격적이고 세련된 헤어스타일과 패션을 선보였다. 반듯한 단발 컷을 보다보면 얼마 전 유행했던 쳐피뱅 스타일이 떠오르기도 한다. 굵은 뿔테 안경 역시 요즘 길거리에서도 찾아볼 수 있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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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보 박태원(1909~1986)


이렇듯 남성 사회에서도 과거와 다른 양상의 미(美)가 드러나던 20세기 초반이었다. 그런데 우리는 왜 박태원의 겉모습에 찬사를 보내지 않는가. 조선 최초의 소프라노이자 국비 유학생이었던 윤심덕에게는 ‘신여성’ 세 글자가 꼬리표처럼 따라 붙는데, 어째서 남성들의 외양에는 그토록 관심이 없을까. 어째서 여성들의 외양에는 그토록 관심이 많을까.

신여성이라는 단어 안에 담긴 맥락을 조금 더 살펴보면 이 역시 남성 가부장제의 시선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남성 중심 사회의 시선 하에 철저히 객체화된 부유층 여성이 바로 신여성이며, 이들의 본질과 내면은 생략되고 부와 패션, 미모 등과 같은 외면만 이미지화된다. 이 과정에서 일반적인 서민 여성들의 삶은 무시된다는 것 역시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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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아가씨' 中


연극 ‘모던걸타임즈’는 프로젝트 레디메이드의 작품으로, 신여성을 둘러싼 문제의식이 담긴 작품이다. 지금의 한국사회를 구성하는 많은 것들이 근대로부터 만들어진 것으로 간주하고, 그 속에서 생략되어 발화되지 않는 것들을 찾아내고 이를 드러내어 무대로 옮기는 프로젝트 레디메이드는 연극을 통해 당연한 것을 당연하지 않게 만드는 일에 치중한다. 연극 ‘모던걸타임즈’ 역시 근대화 과정 하에 드러나지 않았던 보통 여성들의 삶을 조명한다.

연극 ‘모던걸타임즈’는 국사편찬위원회에서 펴낸 “모던걸 치장하다”를 바탕으로 재구성된 공연이다. 경성 제일의 미용사 임형선, 부산 패션계의 큰손 양재사 이중수, 그리고 카네보 상사의 유일한 조선인 타이피스트 양충자를 집중적으로 바라보며 시대상을 그린다. 전형적인 신여성이 아닌 보통의 여성을 조명하며 다양한 여성상을 꾸린다.

천지가 개벽하는 동안 여성의 삶이 단순히 한복치마에서 원피스로 옮겨오는 데 그치진 않았을 터다. 그동안 20세기 모던걸, 신여성을 바라보는 시선은 지나치게 한정적이었으며 미디어에 비추어지는 모습 역시 폭이 좁았다. 연극 ‘모던걸타임즈’가 바라보는 20세기의 여성상과 그들의 삶, 이미지 이면에 자리한 인생 그 자체에는 어떤 맥락과 이야기가 숨어있을지 한껏 기대한다.


시놉시스

일하는 여성을 통해 본 모던타임즈,
역사를 통과하는 여성의 몸과 말
경성 제일의 미용사, 임형선
부산 패션계의 큰손 양재사, 이종수
카네보 상사의 유일한 조선인 타이피스트, 양충자
일제강점기부터 해방 이후를 살아간
보통 여성들의
일상적인 노동이야기


공연 정보

공연일시: 2019.08.30 – 09.08 / 평일 20시, 주말 15시, 월요일 쉼
공연장소: 삼일로창고극장
가격: 정가 3만원
출연진: 김별, 신윤지, 이은조
구술: 양충자, 이종수, 임형선
구술 편집: 김미선
구성•연출: 강보름
조연출: 조규혜
움직임디자인: 고권금
음향디자인: 조연하
조명디자인: 윤지영
조향디자인: 곽혜은
영상디자인: 이가윤, 이화승
의상•소품디자인: 이윤진
텍스트 드라마투르기: 권미란
무대감독: 박한서
PD•그래픽디자인 김은정
멘토: 신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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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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