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누가 괴물인가 - "아몬드" [도서]

글 입력 2019.08.22 2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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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중에 사람들은 내게 왜 그랬느냐고, 왜 끝까지 도망치지 않았느냐고 물었다. 나는 제일 쉬운 일을 한 것 뿐이라고 말했다. 두려움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을.


- p.214



멀면 먼 대로 할 수 있는 게 없다며 외면하고, 가까우면 가까운 대로 공포와 두려움이 너무 크다며 아무도 나서지 않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느껴도 행동하지 않았고 공감한다면서 쉽게 잊었다.


내가 이해하는 한, 그건 진짜가 아니었다.

 

그렇게 살고 싶진 않았다.


- p.245



1964년 3월 13일 금요일 새벽 미국 뉴욕 퀸스 지역 주택가(아파트 단지)에서 키티 제노비스(Kitty Genovese)라는 여성이 강도의 칼에 찔려 살해되었다. 제노비스는 3시 15분에서 50분까지 약 35분 동안이나 3번에 걸쳐 칼에 찔려 비명을 지르면서 이리저리 피해다니며 몸부림쳤지만 결국 죽음을 피하지 못했다.


[네이버 지식백과] 방관자 효과 - 왜 38명의 목격자는 한 여인의 피살을 외면했는가? (감정독재, 2014. 1. 9., 강준만)



‘방관자 효과’라는 심리학 용어가 있다. 지켜보는 사람이 많을 경우에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이 도와주겠지라는 심리 때문에 책임감 회피를 하는 현상이다.


공포와 두려움을 모두 느끼며 회피하는 사람과 아무런 공포를 느끼지 못해 상황 속에 묵묵히 존재할 수 있는 사람. 둘 중 누가 더 괴물일까? 책 <아몬드> 주인공 윤재는 후자에 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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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아몬드의 표지에 그려진 인물처럼, 윤재는 선천적으로 작은 크기의 편도체 탓에 감정을, 그중에서도 공포와 불안감을 느끼지 못하는 감정 표현 불능증 ‘알렉시티미아’를 앓고 있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윤재는 크리스마스에 엄마와 할머니가 묻지 마 칼부림의 희생양이 되는 것을 두 눈으로 목격했으면서도 응당 보여야 할 반응을 보이지 않아 사람들에게 ‘괴물’이라는 소리를 들으며 자라왔다.


그러던 어느 날, ‘곤이’를 만났다. 윤재와 달리 감정이 차고 넘치는 아이.


*

 

공포의 대상이 되고 싶은 곤이에게 공포를 전혀 느끼지 못하는 윤재는 사실 되고 싶은 대상이다. 그래야 아무한테도 기죽지 않고 상처를 줄 수 있으니까.


하지만 막상 윤재와 부딪힐수록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감정이라는 것을 알려주고 싶어진다. 그것이 우리가 알고 있는 방식보다는 조금 거칠지라도. 이 둘의 아주 특별한 우정은 윤재의 ‘알렉시티미아’가 아니었으면 영영 이뤄지지 못했을 것이다.


사람들은 자기가 아는 지식대로 편견대로 다른 사람을 재단하기를 무척 좋아하기 때문이다. 오랜만에 다시 만난 아빠마저 곤이를 부끄러워했지만 윤재는 있는 그대로의 곤이를 바라볼 수 있었기에 센 척으로 두껍게 감싸진 마음의 벽 틈 사이로 곤이의 여리고 상처받은 그 본성을 찾을 수 있었다. 그리고 공포와 불안감을 모르는 윤재였기에 곤이를 구하러 뛰어들 수 있었다.


우리는 ‘방관자 효과’의 대표적인 사례인 제노비스 사건을 듣고 혀를 차거나 사람이 되어서 어떻게 그럴 수 있냐며 비난을 할 것이다. 그런데 나였어도 그 비난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해보았다.


위험에 처한 사람을 도와주면 나는 안전할 수 있을까? 나도 보복을 당하지는 않을까? 지금 이 사람을 도와주면 나는 회의에 늦을 거야. 수업에 늦을 거야. 다른 사람들도 봤으니까 내가 아니어도 도울 사람이 분명 있을 거야.라고 스스로에게 되뇌며 황급히 그 현장을 벗어날 수도 있는 것이 사람이자 나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공포와 불안감을 느끼지 못하는 윤재를 사람들은 ‘괴물’이라고 부른다. 윤재는 과연 정말 괴물이지에 대하여 그리고 책 <아몬드>를 읽고 글의 초입에 던진 나의 질문에 대해 스스로 다시 한 번 답해보기를 바란다.

 

 

[김예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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