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소유의 역설 - 뉴필로소퍼 7호 [도서]

일상에서 철학하는 법- 부동산편
글 입력 2019.08.20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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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monopoly



굉장히 익숙한 영어 단어이다. 영어 공부를 굳이 하지 않더라도, 많은 사람들이 들어봤을 단어이다. '독점'


어렸을 적 기억을 되새겨 보자면, 독점이라는 개념을 알게 된 건 여러 게임 (땅을 사고 돈을 쓰는 게임-주로 부루마블 같은 게임)을 통해서였다. 주사위 몇 번 굴리지도 않았는데, 지나가는 땅마다 통행료를 내고 결국 파산해버리는 시나리오. 정말 많이 겪어봤다. 어린 마음에 속상해서 울거나 판을 엎어버린 적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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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그러한 경험을 되돌아봤을 때, 책에서의 <하우징 게임>이라는 글은 굉장히 흥미로웠다. 이 게임은 아이들에게 토지제도를 이해시키기 위해 만들어진 게임이지만, 사실은 심각한 불평등을 깨닫게 하는 데 도움을 주기도 한다. 우리는 이 단순한 게임을 통해서 주택 소유의 현실과 문제점-기존에 갖고 있던 사유재산으로 인해 생기는 부의 불평등이 존재한다는 사실- 을 알 수 있다.


하지만 몇몇 철학자들은 소수(또는 상위 계층)의 사람들이 갖고 있는 사유재산은 과거의 정당한 노동으로 이루어진 결과물이라고 주장한다. 단순하게 보면 맞는 말이지만, 동시에 많은 모순을 가지고 있는 말이기도 하다. 정당하게 얻었다고 하기엔 착취나 정복, 때로는 운으로도 재산을 축적한 사례가 꽤 많다. 또 재산을 얻은 방법이 도덕적이었다고 할지라도 그 이후의 관리 차원에서도 문제가 있다.



땅 주인의 노력으로 땅값이 상승했다면 그 이익은 실제 주인에게 돌아가야 하지만, 인구 증가나 기술,사회 발전 등으로 인한 상승분은 공동체의 소유가 되어야 한다. 인구가 늘어나서 발생하는 각종 사회문제는 거주자들이 공평하게 감내해야 하는데, 그로 인한 혜택은 왜 지주만의 몫이냐는 것이다.


- 26p





2. 열심히 살면 된다?



내가 수험생이었던 시절, 할머니께서는 나에게 "노력하면 안 되는 사람 없다."라는 진부한 위로를 건네셨다. 그리곤 지금의 난 그 말을 믿지 않는다.


과거에는 그랬을지 몰라도, 지금은 아니라고 변명하고 싶은 마음이 크기도 하다. 그때 내가 과외를 받을 형편이 됐었다면? 내가 원하는 공부 방향을 바로잡을 수 있었고, 혼자 끙끙 고민하진 않았을텐데, 라는 생각도 든다. 물론 부모님을 원망하는 건 아니다. 그저 잘 사는 애들이 조금 부러웠을 뿐.


내 과거 이야기와 접목시켜서 이야기하는 게 맞는지 모르겠지만, 확실히 과거에 인정받을 노력이 지금에서까지 허용될 순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처럼 집 소유 문제에 있어서도 예전과 달리 개인의 노력은 더 이상 버겁게 느껴지는 건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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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자의 개집>에 나오는 작가는 자신의 할머니 이야기를 들려준다. 할머니께선 집이 없어서 임대 주택이나 소규모 주택에 정착하는 사람들을 보며 게으르고 '개집'에 사는 사람이라고 표현하는 데, 정작 그 '개집'마저 비싸다는 사실이 참 아이러니하다. 꾸준히 일하고 아껴 쓰면 자산을 가질 수 있다는 말은 이미 옛 표현이 되어 버렸다.


'선의 연약함'은 오히려 사회 개혁을 정당화한다.


- 43p



인구 증가와 자본주의의 극대화로 많은 것들이 변하고 있다. 책에서 언급한 '선의 연약함'이라는 말을 곱씹게 되는 상황이다. 사회적 미덕이 통제 불능 영역으로 넘어간다면? 계속 그러한 질서 안에서 굴복하며 살아가는 게 과연 옳은 것인가.




3. 소유의 또 다른 이름



집을 소유하는 것은 성실함과 안전함의 상징이 되고, 하나의 자랑거리이자 자기표현 수단이 되었다. 덕분에 집이라는 고유의 특성-유대, 추억, 사랑 등- 또한 잃어가고 있다.


사실 이 문제는 부동산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소유 자체는 인간의 존엄과 자존심과도 관련된 부분이다. 그러기 때문에 사람들은 끊임없이 무언가를 사들인다. 꼭 물건처럼 가시적인 것이 아니더라도 가상적인 공간이나 연인과의 사랑 등에서도 소유는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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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소유가 아닌 것 같아 보이는 것들에도 소유는 존재한다. 미니멀리즘, 자기 노예화 등의 모순을 예로 들 수 있다. 책의 표현을 빌려보자면, 미니멀리즘은 섭식장애에서의 '구토' 과정과 닮았다고 한다. 미니멀리스트들은 그 누구보다도 물건에 집착하는 사람들이라 할 수 있는데, 물건을 혐오 또한 또 다른 형태의 집착이자 소유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자기 노예화는 자신의 자유를 포기할 수 있는 권리(자유)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러니깐 자기노예화를 긍정하는 입장에서는 불법 장기 매매, 성매매 등이 허용될 수도 있다는 말이다. 그럼에도 우리가 눈살을 찌푸리게 되는 이유는 개인이 가지고 있는 존엄성 때문이다. 사람을 소유의 대상으로 취급하는 것에 혐오를 느끼는 이유는 인간을 소유물로 전락시키는 것은 윤리적으로 옳지 않다고 생각해서이다.


자발성이 이루어진 자기노예화도 마찬가지이다. 자발적으로 자기 노예화를 선택하는 사람들은 그렇게 해야 할 '이유'라는 것이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결과적으로 사람은 소유의 대상이 될 수 없다. 사람을 착취하는 자가 타인이든 자신 스스로 이든 간에 말이다.


*


구구절절 말이 길었는데, 책을 읽고 나니 무 집착 하는 마음을 갖기엔 참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무언가를 탐내고 갈망하는 것은 인간의 본능이기 보단, 그 본능을 변명 삼아 자신의 욕심을 합리화 하는 것에(책 76p 참고) 더 가까운 것 같다. 그래서 조금은 소유에 대한 생각을 달리해 볼 필요가 있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 부동산에 대한 철학이 이렇게 깊은지 몰랐다. 사회 체제가 변화하면서 생겨난 여러 가지 철학들과 이념들을 들으면서, 더 공부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일상을 철학하다"라는 잡지의 모토가 이제야 이해할 수 있게 된 것 같다. 다음 호도 향유하길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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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필로소퍼 7호
- 일상을 철학하다 -


엮음 : 뉴필로소퍼 편집부

출간 : 바다출판사

분야
인문/철학
문예지

규격
180*245mm

쪽 수 : 164쪽

발행일
2019년 07월 05일

정가 : 15,000원

ISBN
977-2586-4760-05-93

*
《뉴필로소퍼》는
1월, 4월, 7월, 10월
연 4회 발행되는 계간지이며
광고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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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다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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