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육체적 움직임으로의 회귀, "지금 여기 마임"

글 입력 2019.08.15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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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산(2).jpg
 

움직임은 가장 마지막에 있다. 사람은 먼저 동기를 가지고, 그다음 근육에 신호를 보내 움직이게 한다. 이 마지막 단계로만 구성해 표현한 예술이 마임이다. 움직임도 대사도 없이 하는 무언극은 연극이나 춤과 비교해 다소 찾아 보기 어려운 편에 속한다.

하지만 마임은 분명 독자적인 표현방식을 가지고 있다. 표현할 뿐인 움직임은 원래 가지고 있는 기능을 겨냥하지 않는다. 차를 따르는 똑같은 동작을 수행하지만, 차를 따른다는 그 기능은 없다. 마임은 그래서 예술적이다. 사실, 우리도 애호가를 자처하고 누군가는 예술가임을 밝히지만, 예술의 진정한 쓰임을 딱잘라 말하기 어렵지 않은가.

필자는 춘천 페스티벌에서 마임 무대를 몇 개 감상했었다. 단순한 이벤트가 아닌 예술로서의 마임을 감상한 것이 그때가 처음이었다. 처음에는 가벼운 혼란이 있었다. 당시에 필자는 춤과 마임을 구분하기가 어려웠다.


사실 그것은 지금도 마찬가지다. 둘 다 움직임을 주 재료로 하고 있었고, 표현의 장이 더욱 모호해진 오늘날, 리듬이 없다고 해서 춤이 성립하지 않는 것도 아니었다. 그때 해결하지 못한 의문을 찾아가는 과정으로서 이번 공연을 기대한다.


개인적으로 기대하는 부분은 마임이 단순한 '모방'이 아니라 이야기를 전달하려 애쓰고 있다는 점이다.  생각해보면, 마임은 연극보다 배우에게 요구하는 것이 많은 것 같다. 표현 방법이 신체에 한하기 떄문에 배우는 온 몸의 근육을 통제해야할 뿐만 아니라, 소품 없이 미세한 뉘앙스를 표현하여야 한다.


유홍영(2).jpg
 

이번 공연 <지금 여기, 마임>은 한국의 마임계를 대표하는 마임이스트 유홍영, 고재경, 류성국, 최정산의 최신작업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다.


5일의 공연 중 24일과 25일에는 유진규 마임이스트가 특별 출연한다. 이번 공연의 주제는 일상이 지니는 단순한 소재에서 발견한 인간 본성과 점점 잊혀져가는 인격과 인정이다. 필자는 이 부분에서 마임의 특성을 고려할 때 꽤 잘맞는 주제라는 인상을 받았다.


인간 본성이라는 주제를 다시 한 번 마임이라는 표현방식을 돌이켜보면, 마임이야 말로 인간의 근원적 예술에 가까울지도 모르겠다. 아주 태초의 인간에게 종교나 예술이 있었다면, 음악보다 먼저 움직임이 있었을 것이다. 몸을 움직여 무언가를 모방한다는 것은 가장 가까운 표현방식이고, 조금 과감하게 말해서 인간 정신의 시초일지도 모르겠다.

실존철학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필자로서는 24일 공연의 <있다, 없다>에 관심이 쏠린다. 이 공연에서 마임이스트는 죽음과 삶, 상상과 현실에 대해서 다룬다. 필자가 이 공연의 주제에 더 관심을 가지는 이유는 신체의 움직임을 통해 표현하는 마임이야말로 존재를 설명하는 흥미로운 과정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기능은 온데간데 없지만 육체적 표현으로서 존재하는 움직임으로의 회귀는, 육체와 무목적성에서 멀어진 현대인에게 더없이 주제일 것이다. 모든 예술은 결국 인간의 근원을 복원하기 위해 내달리고, 마임도 그만의 방식으로 그 주제에 다가설 것이다. 고도화된 문명 속에서 우리가 예술을 부르짖는 것은, 그만큼 멀리 왔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마임 공연은 더욱 생소하지만 좋은 기회다.


한 가지 기능으로만 몸을 움직여온 모든 사람들에게 이번 공연은 흥미로운 질문을 던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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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그램>


1.
고재경 <여정>


삶의 길에서 지나온 시간과 다가올 시간 앞에서 당당하고 싶은 한 사람의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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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임공작소 판 대표 / 제20회 김상열연극상 수상
주요작 <광장.사람 그리고 풍경>, <꿈속의 여정> <잠깐만>, <고재경 마임콘서트>, <가면.몸.마임>, <마임쇼>, <기다리는 마음> 외 다수
연출작 <정크클라운>, <음악극 한여름 밤의 꿈>, <광장.사람 그리고 풍경>, <광대들> 외 다수


2.
최정산 <마당 쓸다가>, <지구별 여행>


[마당 쓸다가] : 슥삭슥삭 빗자루질을 하다가 동전 한 닢 주웠다. 계속 쓸면 또 나오려나?

[지구별 여행] : 유! 에프! 오~! 지구에 불시착한 외계인의 고향으로 돌아가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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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작 <스튜디오QDA 마임 개인전>, <껍데기, 개새끼들>, <음악의 유령>, <비눗방울공연_달에 내리는 비>, <대학로 거리예술축제_움직이는 그림> 외 다수


3.
류성국 <사진>


사진첩을 열어보는 사람, 사진에 담긴 추억 속으로 들어갑니다. 사진 속에 담긴 한 인간의 모습을 통해 일상의 아름다움과 소중함을 느껴볼 수 있는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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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작 <빈손으로 드리는 이야기>, <걸음을 멈추고>


4.
유홍영 <2019 꿈에~>


<꿈에~> 시리즈는 4,50대 대한민국 남자들이 겪는 사회에서의 위치 그리고 가장으로서 짊어지는 책임감, 나이를 먹으면서 생기는 신체적인 변화 경제적인 변화의 삶을 담고자 했습니다. <2019 꿈에~>는 그런 삶 속에서도 다시 일어서는 대한민국 아버지들의 의지를 담고자 합니다. 그동안의 슬픔이나 아픔을 딛고, 포기할 수 없는 한 가지를 위해 다시 일어서는 모든 아버지들을 위한 살풀이가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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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극단 사다리 대표
한국마임협의회회장, 국립극단 어린이청소년극연구소 소장 역임


5.
유진규 <있다! 없다>
24,25일 특별출연


있다가 없어지는 것을 우리는 죽음이라고 얘기합니다. 어둠속에서 성냥불빛과 목소리만 사용하여 상상으로 존재의 움직임을 보고 느끼게 하는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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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설치공연 <유진규의 노란방>
2016 <어루만지는 몸_다섯 개의 몸 맛>
2017 <마임인생45주년_아름다운사람>, <트라우마 목욕탕>, <스스로축제 당당당>예술감독
2018 <아시아마임캠프2018> 예술감독, <김성구.유진규_투마임즈>, <평창동계올림픽_DMZ아트페스타2018> 예술감독, <DMZ피스캐쳐>예술감독
2019 남북맛집선언_<새는좌우의날개로난다>, <아시아마임캠프2019> 예술감독





지금 여기, 마임
- 몸으로 전하는 진심 -


일자 : 2019.08.21 ~ 2019.08.25

시간
평일 8시
주말 4시

장소 : 동숭무대 소극장

티켓가격
전석 20,000원

주최/주관
마임공작소 판

관람연령
7세 이상

공연시간
9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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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진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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