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무교는 과연 종교인가? [도서]

'무교 - 권력에 밀린 한국인의 근본신앙'을 읽고
글 입력 2019.08.16 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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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우리는 왜 중요한 순간에 무교를 찾는가?


글쓴이는 책머리에서 자신이 겪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한 발표장에서 한국의 전통 종교가 유불도가 아니라 무불유라는 발표를 했는데, 그것 때문에 힐난을 들었다는 것이다.


생각해보면 흔히 우리는 무교를 일종의 미신이라고 생각할 뿐 종교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주위에서 보면 중요한 통과의례(수능과 같은 것들)가 찾아오면 우리는 무교를 찾는다. 이와 동시에 이런 생각을 한다. '완전히 믿지는 않는데, 혹시 모르니까.'

왜 그러는 것일까? 무교의 어떤 점이 사람들로 하여금 마음을 의지하도록 하는 것일까?



2. 바리 공주 이야기와 무교의 종교성


 


바리는 여자이다. 그것도 버림받은 연약한 여자이다. (...)이 신화에서는 "우리 조선 여성들이 비록 연약하지만 개인적인 한에 연연하지 않고 초개인적인 덕목을 실천함으로써 훌륭한 사람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준 것이다.


- 87~88P



어릴 때 읽었던 바리 공주 이야기 속 바리는 이래저래 조명을 받지 못하고 있을 뿐 생각해보면 대단한 인물이다. 그를 객관적으로 바라보자면, 자신을 버린 아버지에 대한 미움보다는 사랑을 먼저 선택해서 아버지와 나라를 구하고 신의 위치에 올라서는 인물이다.

글쓴이는 이러한 바리 공주 이야기 속 '사랑'이 무교의 종교성을 보여준다고 말한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좋은 비유가 아닐지 모르지만 바리의 이러한 태도는 끝끝내 자기를 받아들이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자기를 죽게 한 사람들을 위해 그들의 죄를 청산하고 죽음의 길을 택한 예수의 모습을 연상하게 한다. 두 사람 모두 자기를 내친 사람들을 위해 자신을 송두리채 바쳤으니 말이다.


- 87P



나는 이 부분에서 충격을 받았다. 아직까지 종교가 없는 입장에서, 오히려 다양한 종교를 경험했고, 그래서 예수님의 사랑 또한 감명깊게 느낀 적이 있었는데, 그러한 예수의 사랑과 바리공주의 사랑을 비교할 상상은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확실히 그들이 운명으로 느끼고 받아들였을 희생이라는 태도에 많은 마음이 갔다.

또한 그 전에 무교가 확실히 미신에 가깝다고 생각했던 만큼, 즉 친구들과 사주를 보러 갈 때도 카페를 가는 마음과 비슷하게 갔을 뿐 교회나 성당, 절처럼 경건한 마음으로 가지 않았던 만큼 무교에 대해서 다시 되돌아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마지막으로 이 사실이 새로웠던 이유는 그저 감동적인 옛날 이야기 중 하나인 줄만 알았던 바리 공주 이야기가 무교에서는 일종의 신화로서, 그리고 바리 공주가 무교의 시조이자 신령으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일 지도 모른다.

결론적으로 책을 읽으면서 무교 또한 밑바탕에 사랑이라는 인류의 보편적 가치이자 종교적 가치가 깔려 있음을 알게 되었다.



3. 가부장제 바깥의 무교의 역할


또한 마치 한글이 '아녀자의 글'로서 가부장제의 틀 바깥에서 전승된 것처럼, 무교 또한 '무속'이라는 이름으로 조선시대 유교의 가부장제 틀 바깥에서 여러가지 기능을 했다는 사실도 흥미로웠다.

예를 들어 사대부 집에서 어린 딸이 죽을 경우에 유교는 어떠한 조치도 해 줄 수 없지만, 무교는 굿을 통해 어린 자식을 잃은 부모의 마음을 어루만져줄 수 있다는 것이다.특히 제사에 참여할 수 없는 어머니의 마음 같은 것을 위로하면서 조선시대에도 그 명맥을 유지했으리라고 글쓴이는 생각한다.

물론 이 책 자체가 무교가 미신이 아니며 또한 한국의 근본 신앙이며, 다른 종교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확실한 주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중립적인 책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책을 읽으면 어쩌다가 우리나라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던 무교가 뒤로 밀려났으며, 다른 나라의 민속 신앙과 우리나라 민속 신앙이 차지하고 있는 위치의 비교, 그리고 현재 어떻게 무교가 우리 일상 생활을 차지하고 있는지에 대해 자세히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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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채윤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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