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살아 움직이는 그의 전시회, 다큐멘터리 - '호크니' [영화]

글 입력 2019.08.06 2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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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전시회 후 만난 그의 또 다른 이야기



<데이비드 호크니 展>을 보고 난 후 알게 된 '호크니' 다큐멘터리 개봉 소식은 나에게 마치 팝스타의 두 번째 내한 공연 같았다. 지금껏 나의 경험을 빌리자면 한 예술가의 세계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여러 번의 접촉이 필요한 것 같다. 영화를 즐기는 사람들이 한 감독의 작품을 연달아 몰아보듯 말이다.


다큐멘터리라면 아무래도 전시회보다는 깊숙하게 그의 삶을 들여다볼 수 있으니 전시회에서 궁금했던 것들, 막연하게 생각하고 넘긴 것들을 자세히 알게 될 것이라 예상했다. 작품을 감상하며 ‘예쁘다’, ‘멋지다’, ‘괴상하다’라는 단편적인 결론을 내리고 끝내기보다 숨겨진 일화, 상황, 시대 등을 알고 느끼면 오래도록 남는 것이 많다. 그렇게 하여 내 삶 역시 다채로워진다.


그렇기에 서울 시립미술관에서 하는 전시회가 끝날 무렵 개봉되는 '호크니' 다큐멘터리는 그의 작품과 예술을 즐기는 사람들에게 좋은 기회라는 생각이 든다. 전시회는 예술을 ‘경험’하는 정도로 가는 것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다큐멘터리를 통해 심화된 감상이 가능해진다.


전시회를 방문하기 전 그에 대해 전혀 몰랐다. 그저 전시회를 소개하는 대표 작품의 색감이 마음에 들어 나들이처럼 가볍게 방문한 전시회였다. 더 깊게 느끼기 위해 오디오 가이드도 듣고 검색도 하면서 '데이비드 호크니'라는 사람에 대해 조금은 알게 되었다. 그는 현존하는 작가 중 작품을 가장 최고가에 판다고 한다. 예술을 즐기는 것을 좋아하지만 어떤 예술가에 대한 명성과 가치는 과연 누가 부여하는 것인가? 늘 궁금하다.


이번에도 역시 그랬다. 의심의 여지없이 따라다니는 멋진 수식어들은 과연 누가 부여했고, 어떤 과정을 통해서 최고의 경지에 오르게 되었을까? 전시회에서는 쏟아지는 정보를 받아들이기 바빴다면, 다큐멘터리를 통해서는 그의 삶에서 중요한 사건들, 시간의 흐름과 시대의 변화를 흡수하는 그를 차근차근 느끼며 감상할 수 있었다. 그리고 나 나름대로의 답을 내려 볼 수 있었다.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느꼈던 것들을 크게 몇 가지로 나눠 적어보려고 한다.




1. ‘호크니’틱한 표현의 방식과 도구



그가 세계적인 거장이 되기까지, 하나의 표현 기법이나 도구에 머무르지 않고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추구했다는 점이 큰 역할을 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적어도 나에겐 꽤나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다양한 표현 방식을 거쳐 현재까지도 아이패드로 그림을 그리며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는 것이 가장 경이로웠다.


흔히 예술가라 하면 캔버스에 붓으로 그림을 그리는 법을 고수하고 때론 자신의 세계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작품을 복제하듯 그려낼 것 같은 편견이 있곤 했다. 하지만 그는 늘 새로운 표현의 ‘방식’을 찾아다녔다. 시대에 맞는 도구를 선택하고 그의 색을 녹여낸다. 늘 새로운 표현과 도구를 찾아 나서는 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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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크니의 포토 콜라주

© David Hockney



호크니는 한때 공연 무대를 구성하는 일을 했었고, 사진을 여러 장 겹쳐 하나의 작품을 만들어내는 ‘포토 콜라주’ 방식에 빠져 있기도 했다. 또한 그림을 표현하는데 있어 ‘원근법’에 대한 깊은 통찰로 새로운 형태의 작품을 선보이기도 한다.


외부 소실점에 문제를 제기하면서 그것은 보는 이로 하여금 작품 안에 머물 수 없도록 만든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그래서 우리가 보던 기존의 작품들과 달라 조금은 낯설지만 마치 작품 안에 존재하는 것과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작품이 그에게서 탄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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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더 가까워진 그랜드캐니언'

© David Hockney / 책 《다시, 그림이다》


 

또한 그의 그림은 점점 더 커지기도 하는데, 그 역시 관객이 작품 안에 머물게 하기 위함이다. 실제로 서울 시립미술관에서 열린 전시회의 마지막 구성은 벽면 가득 차지한 그랜드캐니언과 숲의 모습이었다. 마치 자연 안에 내가 존재한다고 느낄 정도로 커다랗고 사실적인 작품이다.


감상하는 이가 어떻게 느낄 것인가에 대한 관점으로 표현법을 거듭 바꾸어나갔던 호크니. 실제로 나 역시 전시회 속 커다란 작품들을 보며 자연의 경이로움과 비슷한 감정을 느꼈기에 그의 표현에 관점과 배려를 직접 느낄 수 있었다.


그는 어떤 표현법으로 작품을 만들어내든 자신만의 추구하는 바가 뚜렷하게 담겨 있고 또 어떤 도구를 택하든 호크니스러운 색채나 독창적임이 드러났다. 장인은 도구를 탓하지 않는다고 했던가. 또한 호크니 하면 떠오르는 경쾌하고 독특한 색채가 있는데, 그 느낌 역시 표현 방식이나 도구가 달라져도 곳곳에 묻어있다.


호크니다움이 분명 존재하지만, 딱 하나의 표현으로 정의할 수 없는 다양한 세계를 가진 그다. 그 점이 내가 지금껏 보아온 다른 예술가들과 다르다고 느껴진 가장 큰 이유였고 그것이 ‘현대’ 미술의 거장이라고 생각하게 한 이유다. 현재를 흡수하며 또다시 자신의 세계를 펼쳐내기에.




2. 사람, 사랑



그의 사람과 사랑이 다큐멘터리에서 많이 언급된다. 전시회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생생한 인터뷰들과 일화들도 담겨 있어 그가 영향을 받았던 주변 사람들에 대한 이해의 깊이가 커진다.


그에게 영향을 준 여러 주변인들이 등장을 하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가장 사랑했던 '피터 슐레진저'라는 인물이다. 호크니는 남자를 사랑하는 게이였고 이것은 그의 작품 세계를 이해하는데 중요한 사실이다. 그와의 이별 과정에서 느낀 감정의 동요 역시 사랑에 대한 그의 인간적인 면모를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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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화로 그려진 호크니의 어머니

© David Hockn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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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 콜라주 기법으로 나타낸 호크니의 어머니
© David Hockney


사랑뿐만 아니라 우정 역시 등장한다. 가장 친한 친구의 죽음에 영향을 받기도 하고,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던 사람들의 초상화를 그리기도 했다. 또 어머니의 초상을 생에 걸쳐 여러 번 남겼는데, 그의 작품 표현 방식이 달라지지만 그의 어머니는 끊임없이 똑같이 등장하여 내가 느낀 전시회나 다큐멘터리의 인상 깊은 부분이기도 했다.


그를 둘러싼 주변 인물뿐만 아니라, 다른 예술가들 역시 그에게 많은 영향을 주었다. 그는 피카소를 특히 좋아했다. 원근법을 무시하고 다양한 각도를 한데 합쳐 2차원 평면에 표현해내는 호크니의 작품 기법 역시 피카소의 영향을 받았다고 할 수 있다.




3. 자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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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Bigger Splash>(1967) © David Hockney



그에게 있어 자연은 중요한 요소였던 듯하다. 실제로 LA의 자연에 반해 오랜 기간 거주를 했던 호크니는 그곳에서 느낀 화창한 기운을 회화로 담아내는가 하면, 햇빛에 비친 물을 다양한 관점에서 바라보고 작품 속에 등장시킨다.


실제로 그의 대표작 중 하나인 <A Bigger Splash>(1967)도 물에 대한 세밀한 관찰로 탄생한 작품이다. 물이 튀기는 선 하나도 자세히 표현하기 위해 노력했다. 다른 작품에서도 역시 이 점이 드러나는데 그는 물을 그릴 때마다 관찰되는 자연광의 형태를 살피고 수면을 바라볼 것인가, 물의 깊이를 바라볼 것인가 생각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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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다시, 그림이다》



또한 물뿐만 아니라 나무와 숲과 같은 대자연도 그에게 중요한 대상이었다. 나무와 일몰, 들판, 여명 등의 순간들을 그림으로 표현해내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이 3차원의 거대한 풍경들을 2차원으로 만들어내기 위해 독특한 표현 기법을 사용하기도 한 것이다.




4. ‘호크니‘와 닮아있는 다큐멘터리 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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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를 다룬 다큐멘터리는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다큐멘터리만의 개성이 있다고 생각되는데, 먼저 호크니와 주변 인물의 실제 인터뷰가 담겨 있어서 생생함이 느껴진다. 호크니가 현대 미술가라는 점에서 과거의 문헌 자료를 바탕으로 재구성한 것이 아니라 최신의 이야기들을 다룰 수 있고 아이패드 작품이나 그의 실제 인터뷰는 그가 지금 존재하고 있음을 느끼게 한다.


또한 편집 구성이 아주 독특했다. 호크니 작품에서 느껴지는 특유의 경쾌한 분위기나 색채가 다큐멘터리 편집에서도 드러난 것이다. 중간에 흐름 정리를 하면서 등장하는 호크니의 말들이 인상 깊게 다가왔는데, 좋은 말이 많아 기억에 남기도 했지만 그 말들을 표현해내는 편집 기법과 배경 음악도 잘 어울려 다큐멘터리에 활력을 부여했기 때문이다.


막연하게 ‘경험’을 해봤을 뿐이었던 그와 그의 작품 세계를 다큐멘터리를 통해 좀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었다. 그만의 독특한 경쾌함, 어딘가 모르게 불편하면서도 포근한 작품의 느낌, 끊임없이 현대의 산물들과 맞물려 작품 표현의 방식을 거듭해가는 데이비드 호크니의 모습은 지금껏 알고 있던 예술가의 모습에서 발견할 수 없었던 그만의 특징이었다.


전시회를 본 사람이라면, 이 다큐멘터리는 더욱 자세한 이해가 될 것이라 확신한다. 전시회를 보지 않았더라도 현대에서 가장 비싸게 작품을 판다는 ‘데이비드 호크니’라는 사람의 독특한 세계를 흥미롭고 생생하게 들여다볼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보았던 작품들이 다큐멘터리에 등장하여 숨겨진 이야기들을 알게 되니 한층 더 데이비드 호크니와 가까워진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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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경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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