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S] 짙은 슬라브 감성을 만날 수 있는, 노부스 콰르텟 "Slavic"

글 입력 2019.08.06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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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노부스콰르텟_포스터 최종.jpg
 

올해로 한국 실내악계에 큰 바람을 불러일으킨지 13년째인 노부스 콰르텟. 그들이 이번에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드디어 열 번째 정기연주회를 가진다.

이미 오랜 시간을 함께 해 온 만큼, 그들의 앙상블은 이제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고 노부스만의 분위기를 온전히 갖추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2014/2015 시즌부터 현악사중주 매니지먼트로는 가장 독보적인 글로벌 에이전시인 짐멘아우어(Impresariat Simmenauer)에 첫 한국인 아티스트이자 현재 유일한 동양인 아티스트로 활동하고 있는 노부스 콰르텟은 현재 해외무대에서 활동하고 있는 유일한 우리나라 현악사중주팀이기도 하다.

그렇게 대한민국 현악사중주 역사의 프론티어로서 약진하고 있는 노부스 콰르텟은 이번 무대의 선곡에도 역시 심혈을 기울인 듯하다. 항상 자신들에게 음악적 도전이 되는 곡들로 선곡했던 노부스 멤버들은 그간 무대 프로그램으로 자주 선곡하지 않았던 곡들 중 유독 체코 작곡가들이 많다는 것을 우연히 발견하고, 이번 열 번째 정기공연에 체코의 작곡가들로만 무대를 구성했다고 한다. 드보르작의 초기 작품, 한국에서는 상대적으로 자주 연주되지 않는 야나체크의 현악사중주를 비롯해 스메타나의 작품까지 이번 무대의 작품으로 선곡하였다.




Program

드보르작 / 현악사중주 7번 가단조, 작품16
A. Dvorak / String Quartet No.7 in a minor, Op.16

야나체크 / 현악사중주 1번 ‘크로이쳐 소나타’
L. Janacek / String Quartet No.1 'The Kreutzer Sonata'

- I N T E R M I S S I O N -

스메타나 / 현악사중주 1번 마단조 ‘나의 생애로부터’
B. Smetana / String Quartet No.1 in e minor ‘From my life’




먼저 1부는 드보르작의 현악사중주 7번으로 시작한다. 드보르작 현악사중주하면 12번 아메리카가 워낙 유명하다보니 7번은 어떤 작품인지 전혀 사전 지식과 경험이 없었다. 이 역시 관객들에게 자주 연주되는 작품은 아니라 한다. 드보르작의 초기 작품인데 실제로 인터넷에 찾아보는데도 정보가 그렇게 많지는 않았다. 드보르작이 서른셋에 작곡했고 이듬해에 초연을 했다는 정도의 정보 밖에는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한번 들어보았다, 어떤 작품일지.

드보르작 현악사중주 7번은 사색하는 것 같은 작품이었다. 단조의 분위기에, 네 악기가 두껍게 때로는 얇게 얽히면서 그려나가는 선율은 마치 직조물의 완성과정을 보는 것 같았다. 차분하고 서정적인 2악장, 익살스러운 스케르찬도를 지나 만나는 피날레는 대미를 장식하는 기개와 화려함이 느껴졌다. 콘서트홀에서 들으면 현장감과 함께 그 풍성함이 더할 것 같아 벌써부터 기대가 되기 시작하는 작품이었다.

*

첫 곡인 드보르작의 작품이 그의 초기작이었던 것에 비해, 야나체크의 작품은 말년에 쓰인 작품이다. 야나체크의 현악사중주 1번 크로이처 소나타는 동명인 톨스토이의 소설 '크로이처 소나타'에 영감을 받아 쓰인 작품이라고 한다. 그러니 소설 크로이처 소나타의 내용도 조금은 짚어보면 이 작품을 감상하는 폭이 더 넓어질 것 같았다. 그런데 소설의 내용은 다소 충격적이었다. 남자 주인공이, 피아니스트인 자신의 아내가 남자 바이올리니스트와 베토벤 바이올린 소나타 9번 '크로이처'를 연주하는 모습을 보며 불같은 질투에 사로잡히고 그들이 불륜관계라 보고 자신의 아내를 죽여버린 것을 고백하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거기까지만 보고 우선 야나체크의 크로이처 소나타를 들어보았다. 정말 놀라울 정도로 감성적이고 격정적인 곡이었다. 1악장과 2악장을 관통하는 어둡고 지친 듯하면서 동시에 불길한 분위기는 3악장에 이르러 더욱 그로테스크해졌다. 선율과 선율이 완전히 서로 별개의 노선을 걷고 있는 것 같고 불협화음으로 느껴지고, 특히나 오히려 선율을 방해하는 듯한 느낌이 극대화되고 있었다. 아, 크로이처 소나타의 남자 주인공 포즈드니셰프의 심경이 이러지 않았을까. 그 격랑같은 감정을 이어받은 마지막 악장은 피치카토와 트레몰로로 극대화되는 불안감을 폭발시키는 듯하다가 야나체크가 그 가련한 여인에게 보내는 연민으로 마무리된다.

*

2부는 온전히 스메타나의 현악사중주 1번 '나의 생애로부터'에 할애되어 있다. 도입부부터 아주 엄청난 열정이 휘몰아치는 이 작품은 그가 질병과 청력의 상실로 인해 모든 지위에서 물러나 작곡에만 몰두했던 시기에 쓴 작품이라고 한다. 그리고 놀랍게도 이 작품은 실내악으로서 표제음악의 요소들이 들어간 최초의 작품이라고 한다. 스메타나는 작품명에 '나의 생애로부터'라는 표제를 붙인 것에 이어 1악장은 '청년 시절'을 나타내고 있고, 2악장은 '폴카풍의 청춘의 날들', 3악장은 '첫사랑의 추억', 그리고 마지막 4악장은 '청력상실의 불운에 대한 예감'을 각각의 표제 문장으로 드러내고 있다.

이런 표제를 생각하며 스메타나의 현악사중주 1번을 들어보니, 그 음악이 더 절절하게 와닿는 것 같았다. 1악장의 그 우아하고도 정열이 느껴지는 이 분위기 속에서도 마치 노년의 불행을 예감하는 듯 은근히 서려있는 불안감이 엿보이는 것 같았다. 그런가 하면 2악장은 스메타나답게 체코의 민속춤인 폴카를 아주 아름답게 그려내면서도 그가 댄스광이었다고 하는 표제에 충실했다. 4악장 중 가장 짧아서 아쉬울 정도로 사랑스러운 악장이다. 이어지는 3악장은 결혼 후 10년만에 떠나보낸 아내와의 첫사랑을 그리는 아름답고도 슬픈 악장이었다. 소스테누토로 전달받은 이 서글픈 3악장의 감정이 채 끝나기도 전에, 마지막 악장은 아주 활기찬 기쁨을 노래하다 스메타나가 말년에 느꼈을 그 불운을 상기시킨다. 평탄하지 않았을 그의 인생에 숙연해지고 말지만, 인생을 담아내는 이 음악의 압도적인 아름다움에 내심 가슴이 벅차기도 하는 그런 작품이었다. 노부스 콰르텟의 선율로 들으면 얼마나 더 비극적이고도 아름다울까.


노부스 콰르텟_ⓒJino Park.jpg
ⓒJino Park


놀라울 만큼 견고하고 균형잡힌 연주를 한다는 찬사를 받은 바 있는 노부스 콰르텟. 바이올리니스트 김재영과 김영욱, 비올리스트 김규현, 첼리스트 문웅휘로 구성된 노부스 콰르텟은 수많은 콩쿠르 우승기록과 더불어 세계의 다양한 페스티벌과 무대에 초청되며 대한민국 실내악의 지평을 넓혀왔다. 2012년 뮌헨 ARD 콩쿠르 2위 수상을 비롯하여 제11회 모차르트 국제콩쿠르에서 한국 현악사중주단 최초로 우승을 거머쥔 것은 지금 봐도 아주 벅차는 결과다. 또한 뉴욕 카네기홀 데뷔 콘서트를 시작으로, 여러 페스티벌들의 초청뿐만이 아니라 위그모어 홀, 피에르 불레즈 홀, 콘체르트하우스 등 저명한 홀에 지속적으로 초청받으며 무대를 이어나가고 있는 노부스 콰르텟은 국내외에서 두루 촉망받는 저력있는 실내악 팀임을 입증하고 있다.


수많은 찬사와 기대에 안주하여 비교적 편안한 길을 선택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안주하지 않고 항상 도전하는 선택을 감행해 온 노부스 콰르텟은 이번 열 번째 정기연주회 무대를 통해 객석에 잊지 못할 슬라브 음악의 정수를 전해 줄 것이다. 대한민국 실내악 음악의 지평이 다시 한 번 넓혀질, 8월 28일의 무대가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2019년 8월 28일 (수) 오후 8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R 70,000  S 50,000, A 30,000

약 100분 (인터미션 15분)


입장연령 : 8세 이상

(미취학 아동 입장 불가)


주    최 : MOC프로덕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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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미화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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