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그리스 보물전, 르네상스의 영감이 된 문명의 찬란함 [전시]

글 입력 2019.07.29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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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학습하는 이들에게 가장 매력적인 시기 중 하나는 '르네상스'이다.

근대의 본격적 태동을 알렸던 움직임인 '르네상스(Renaissance)'는, 신을 중심에 둔 중세에서는 중요성을 충분히 인정받지 못했던 그리스, 로마 문화의 지위를 복권시키려는 운동이었다.

미켈란젤로, 다빈치처럼 우리에게 친숙한 근대 화가들 역시 그리스 문명의 위상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했고, 아직까지도 '그리스 로마 신화' 라는 이름으로 그 시기의 문학 작품들이 널리 읽히며,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한 수사학의 3요소 '로고스, 파토스, 에토스'가 여전히 웅변가들에게 교본이 되고 있음을 생각하면 그리스의 문명은 현대 세계의 근본 토대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예술의전당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 '그리스 보물전'에는 그리스 박물관 24곳에서 모은 약 360여 점의 유물들이 소개되어 있다. 그리스 문명의 서막에서부터 폴리스가 발달하는 과정, 폴리스끼리의 전쟁, 알렉산드로스 대왕의 출현으로 새로운 시대가 출발하는 과정까지를 시기 순서대로 다루며 관련 유물들을 제시한다.

곳곳에 그리스의 역사 및 문화를 설명하는 텍스트들이 잘 준비되어 있고, 평일 14시와 17시에는 도슨트의 해설을 들으며 관람할 수 있기 때문에  당대의 시대적 상황을 보다 심도 깊게 이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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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우 정제되고 세련된 장신구들, 인체의 비례를 완벽히 재현해낸 조각상들을 찬찬히 관람하다보면 지금으로부터 수천년 전에 어떻게 이런 작품들을 만들어낼 수 있었던 것인지 절로 감탄을 하게 된다.

‘알쓸신잡’에서 유시민 작가님이 ‘과학기술의 비약적 발전에 비해 과거와의 수준 차이가 거의 느껴지지 않는 분야들이 있는데, 예컨대 미추에 관한 것, 장신구의 화려함 등이 그렇다’고 말씀하신 것이 기억난다.

근대 이후 인간이 진보에 대한 신념을 공유하게 되면서 과거는 극복해야 할 대상, 미래는 기대해도 좋을 행운으로 그려지는 경향이 있지만, 때로 우리가 갈구하는 ‘완벽’은 도리어 과거의 모습에 가깝다. 르네상스 시대의 예술가들이 그리스 문명을 그토록 찬미했던 것도, 현대의 나, ‘이창희’가 지금 그리스 보물전을 관람하며 느끼는 경이와 별반 다르지 않았겠지?

그리스인들이 삶의 많은 부분을 그들이 신봉한 ‘신’에게 쏟았던 만큼, 전시에서도 곳곳에서 신의 모습을 찾아볼 수 있다. 도슨트의 설명을 들으면서 인상적이었던 것은 그리스들에게 신을 믿는 행위의 의미가 현대의 그것과는 상당히 달랐다는 사실이었다.

현대의 주류 종교들이 대부분 ‘일신교’이며, ‘신’은 전지전능하고 완벽한 존재로 그려지는 반면에 그리스의 제우스, 헤라, 아테나, 포세이돈과 같은 다양한 신들은 인간의 불완전성을 닮아 있는 존재들이었다. 인간에게 신을 닮을 의무를 부과하지 않고, 도리어 신이 인간을 닮은 존재라고 상정한 것이다. 신이 아닌 인간을 중심에 두고자 했던 근대 사상가들이 그리스의 문화에 기댄 이유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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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를 둘러보는 데에 몇 시간이 걸릴 만큼 커다란 기획 전시는 아니기 때문에, 가기 전에 미리 배경 지식에 대한 습득 과정을 거친다면 유물 하나하나를 더 의미 깊게 사유할 수 있을 것 같다.

예술의전당에서 하는 ‘그리스 보물전’을 관람하러 갈 계획이 있으신 분들에게 ‘알쓸신잡3의 그리스편’을 먼저 시청하거나, ‘세상에서 가장 짧은 세계사’처럼 간략하고 명쾌하게 그리스 로마 문화의 중요성을 설명하는 책을 읽은 다음 전시를 관람하는 것을 추천하고 싶다.

개인적으로 박물관, 미술관에서의 전시 관람은 ‘현재 대면하는 예술품과, 내가 과거에 쌓아온 경험 및 지식의 상호작용’이라고 믿는다.





그리스 보물전
- THE GREEKS -


일자 : 2019.06.05 ~ 2019.09.15

시간
오전 11시 ~ 오후 8시
(입장마감 7시)
*
매월 마지막주 월요일 휴관
(06/24, 07/29, 08/26)

장소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2층

티켓가격
성인(만19세이상) 15,000원
청소년(만13세~18세) 11,000원
유아 9,000원(만48개월이상)

주최
KBS한국방송, 그리스문화부

주관
KBS미디어, 동아일보사
이엔에이파트너스

후원
그리스대사관

관람연령
전체관람가


[이창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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