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당신은 왜 인간입니까? [도서]

글 입력 2019.07.26 2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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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SF를 좋아한다. 중학생 때 <슈퍼내추럴>을 시작으로 <닥터 후>, <라이프 온 마스>, <스타트렉>,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블레이드 러너>등 SF 장르의 영화나 책을 보았다. 그런 걸 왜 보냐, 유치하다,는 말을 들어왔다. 이제는 할 말이 생겼다. 송은주 작가의 <당신은 왜 인간입니까?>는 SF를 통해 인간의 본질을 탐구한다. 과학 소설과 Sci-Fi 영화를 바탕으로 휴머니즘, 페미니즘, 그리고 종말론 같은 큰 주제를 다룬다.




AI는 인간을 대체할까?




“인지과학의 최근 성과에 따르면 생물학적 뇌에서만 의식을 찾을 수 있다는 관념은 수정되어야 한다. 정보 기기가 발달하면서 우리는 수많은 정보를 머릿속에 죄다 넣어둘 필요가 없어졌다. 컴퓨터, 휴대전화 같은 주변기기의 도움으로 우리의 인지는 확장되고 강화된다.”



가족이나 친구의 전화번호를 외우지 않은지도 오래됐다. 친구의 생일을 기억하지 않아도 캘린더 앱이나 카카오톡이 알려준다. 생각을 덜 해도 아는 게 많아졌다. 영화나 드라마를 보지 않아도 대화할 수 있다. 작품을 봤냐고 물어보면 “응, 기사에서 봤어.”라는 대답을 들을 때가 많다. 포털에서 정보를 찾고 스마트폰에 의존하면서 AI의 존재는 무서워한다.


키오스크가 주문을 받고, 알파고는 바둑 천재 이세돌을 꺾었다. 어디서는 AI가 그림을 그리고, 작곡하고 글도 쓴다. 중국 최대 포털 회사인 바이두는 24시간 계속되는 AI 아나운서 뉴스 방송을 시작했다. AI 때문에 직장을 잃을 수 있다는 불안감에 휩싸인다.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영역을 ‘침범’했다. <터미네이터>의 T-1000을 만난 기분이다. 몇십 년 안에 AI가 내 자리를 차지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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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 않다. 인터넷에서 접하는 정보는 대게 누군가의 소화를 거친다. 정보를 작성자가 이해한 대로 설명한다. 이를 객관적 사실이라 믿는 사람들도 많다. 검색하는 데 그리 많은 시간이 들지 않으며 누구나 정보에 접근할 수 있다. 양날의 검이다. 쉽게 정보에 접근할 수 있지만, 깊이는 얕다. 유동식을 먹으면 치아를 쓸 일이 없다. 고기를 먹을 때 입안에 터지는 육즙, 현미밥의 톡톡 튀는 식감은 직접 먹어봐야 알 수 있다.


경험은 모니터 밖에서도 일어난다. 깊이가 생기려면 현실의 경험이 필요하다. 집에서 구글 맵으로 온 세상을 다 가볼 수 있는 시대다. 그런데도 조금 더 싼값의 티켓을 찾고, 열 시간 이상을 비행기에서 보내면서까지 타지로 떠나는 것은 모니터 밖의 경험을 하고 싶기 때문이다.


진짜 경험을 원하면서 진짜 관계에는 한 걸음 뒤로 물러난다. 시리나 빅스비엔 날씨나 노래 제목을 물어보기도 심심하다며 놀아달라고 한다. 바로 옆에 있는 직장 동료나 가족에겐 말을 걸지 않는다. 주문도 애플리케이션을 통해서 한다. 콘서트에 가서도 스마트폰으로 동영상 찍기에 바쁘다. 그 장소에 함께 있으면서도 화면 속의 가수를 보고 좋아한다. 친구와 같이 있을 때도 카톡이나 인스타그램을 한다.




너에게 난..?



기쁜 일은 스마트폰과, 기분이 별로일 땐 사람에게 말하는 것 같다. 종종 상대를 ‘감정 쓰레기통’ 취급하는 사람들이 있다. 오랜만에 연락이 와서 반가운 마음에 카톡 방에 들어가면 ‘힘들고 우울한 나’에 대해서 말한다. 그럴 때면 심심이 같은 애플리케이션이 된 기분이다.


내가 좋아하는 가수 비비의 ‘나비’라는 곡에는 이런 가사가 나온다. ‘조금 더 받고 조금 덜 주고 싶어 / 조금 더 알고 조금 덜 안고 싶어’ 스마트폰을 오래 할수록 더 외로움을 느낀다. 전화번호부에 저장된 수많은 번호 중에서 늦은 밤 선뜻 전화를 걸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외로운 마음을 달래려 유튜브나 인스타그램을 켠다.



“누군가 나에게 특별한 존재가 된다는 것은 상대가 다른 어떤 사람보다 더 특별하거나 뛰어나서가 아니다. 내가 쏟아부은 관심과 애정, 시간과 희생이 상대를 특별한 존재로 만든다. 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이다. 섹스 로봇을 광고하는 회사들은 선물을 사주고 기념일을 챙기고 기분을 맞춰주는 수고를 하지 않아도 쉽게 원하는 것을 다 얻을 수 있다고 유혹하겠지만, 내가 얻은 것에는 내가 공들인 만큼의 가치가 있을 뿐이다. (중략) 내가 어떤 사람이며 소중한 관계를 위해 내가 가진 것을 얼마나 내줄 수 있느냐에 달린 문제이다."



치킨 먹기 좋은 날씨다. 오늘만큼은 웃짤을 보는 것보다 사람을 만나는 건 어떨까? 거절당할까 봐 연락하기 무섭다면, 뒷일은 거절당한 다음에 생각해 보자. 어차피 얼굴이 보이는 것도 아닌데, 상대에게 메롱을 날려줄 수 있지 않은가. 만나서 무슨 얘기를 해야 할지 모르겠다면 아무 얘기나 하면 된다.


깊이 있는 대화가 아니면 더 좋다. 전문 지식은 학술회나 회사에서 말하면 된다. 시시콜콜한 대화를 나누고, 아무것도 아닌 것에 웃어보자. 돌아오는 길 몸은 지쳤지만, 마음만큼은 상사가 휴가 가서 없는 것만큼이나 행복할 것이다.



[김나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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