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타로 카드 세대 [기타]

점술의 역사 속, 또 하나의 가능성
글 입력 2019.07.21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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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술(占術)은 인류가 존재하는 한 늘 곁에 있었다. 점술에 관한 가장 오래된 기록 중 하나는 고대 중국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중국에서 거북이 등껍질의 균열 모양을 보고 점을 친 기록이 문자로 남아있다. 물론 거북이의 희소성으로 인해 주로 왕의 건강이나 국가의 명운을 알아보고자 사용된 것으로 추정된다.

특이하게도 점의 결과는 “일이 잘 풀릴 것이다”라든가 “올해를 넘기지 못할 것이다”처럼 결과를 직접적으로 예고하지 않고, “동쪽의 신에게 가서 빌어라”와 같이 오히려 신앙에 기대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편 중세 유럽에서는 천체의 움직임을 통해 미래를 예측하려는 경향이 있었고, 이 경우에는 점술이 기독교적 가치관과 결부되어 각 천체를 왕실의 위상에 빗대어 점을 치게 되었다. 두 경우 모두 점을 치는 행위가 그 당시의 민간신앙이나 종교에 근거한다는 특징이 있다. 결국 점술도 그 당시 대중의 사고에 기반이 되는 신앙과 가치체계 속에서 자연스럽게 등장하게 된 것이다.


[크기변환]거북이가죽.jpg
거북이 가죽에 남아있는 당시의 기록.
한자의 역사에서 가장 처음 등장하는 것은 갑골문인데,
거북이 등껍질이나 동물에 뼈에 새긴
한자의 서체를 일컫는 말이다.
한자에 대한 최초의 기록이 점술과
관련된 내용이라는 점이 흥미롭다.


왕실이 아닌 일반대중이 접한 점술 역시 한 시대의 당연한 미신에 근거한 형식으로 이루어졌다. 우리나라만 보더라도 대중이 가장 일반적으로 접할 수 있는 점술가는 무당인데, 이들은 각 사물이나 장소에 깃들어있는 귀신들을 보며 갈등상황이나 건강상의 문제 등을 진단한다. 한 시대를 풍미한 점술들은 모두 그 당시의 신앙 시스템, 보편적인 대중적 믿음에 기대어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이다.

불완전한 인간들로 이루어진 불안정한 사회 속에서 사람은 결국 무언가에 의존해서 살아가야 하는데, 점술은 당시의 신념에 기반하여 행동지침을 제시하고 인간이 믿음을 가지고 삶에 임하게 만들어 보편적인 불안과 두려움에서 벗어나게 해준다. 점술이 사회적으로 종교나 미신이 존재한 것과 동등하게 대중에게 널리 받아들여진 것은 그래서 더욱 당연하다.

그러나 현대 사회에 들어서면서 사람들은 과학에 근거한 합리적인 사고에 익숙해지게 되고 오랜 시간 대중을 지켜주던 민간신앙은 갈 곳을 잃게 된다. 과학의 발전이 이룩한 새로운 문명 속에서 편리함을 느끼며 살아온 세대에게 귀신이나 토착신의 점지같은 건 더 이상 사람들의 환영을 받지 못하는 것이다. 여전히 무속신앙을 믿는 세대는 남아있지만, 그들이 병을 낫게 하기 위해 무당에게 몇 백 만원씩 갖다바치는 장면은 이제 가슴 아픈 스토리이기보다는 단순한 뉴스거리에 불과하다.

현대인에게는 무속신앙이나 신비주의가 아니라 심리학과 정신분석학이 더욱 믿음직하고 마음을 맡길 만하다. 실제로 철학원 등으로 대표되는 점집이 점점 사라져 가는 현상을 정신과 의원이나 병원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는 점을 연관지어 설명하는 사례가 많다. 둘 모두 낯선 사람에게 본인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털어놓을 수 있는 공간이지만,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정신의학의 방법론이 신비주의에 의거하는 기존의 점술보다 현대인에게 큰 호응을 받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나 약 10년 전부터 점술 문화의 계승자로 새롭게 급부상하고 있는, ‘타로 카페’가 인기를 끌고 있다. 이들은 점집의 점포수가 감소하고 있는 것과 대조적으로 유일하게 계속 많아지고 있으며, 대중의 엄청난 지지를 확보하였다. 특히 대중에게 일종의 ‘놀이’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점에서 타로카페의 차별성이 발생한다. 타로 카페에 가는 사람들은 (경우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반드시 정상적인 생활을 불가능하게 하는 트라우마나 고민을 안고 찾아가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포춘 쿠키를 쪼개는 것과 같은 아주 가벼운 설렘을 안고 방문하기도 한다.

타로를 보는 공간이 ‘타로 카페’라고 불리고 있다는 사실도 대중들이 이를 하나의 문화공간으로 인식하고 있음을 입증한다. 실제 일부 타로카페는 일반적인 카페들과 같이 은은한 인테리어를 갖추고 음료를 판매하기도 하며 실제 타로를 보지 않더라도 카페처럼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러한 대중적인 이미지는 SNS 속에서 유통되기에 적합한 형태를 갖추고 있어, 심지어 타로카페가 하나의 데이트 코스로 인식되기도 한다.


[크기변환]드뷔시 산장 타로 카페.jpg
왕십리 소재의 한 타로 카페,
일반 카페로도 이용할 수 있어 인기다.


이렇듯 현대의 흐름에 맞춰 타로는 본래 점술로서의 역할을 하는 동시에 하나의 놀이문화로서 다양한 변모를 보이고 있다. 유튜브에서 타로 영상을 제공하기도 하여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마음 편하게 타로를 접하고 감상할 수도 있고 ‘전화 타로’와 같은 서비스도 개발되어, 바쁜 현대인에게 있어서 타로의 접근성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이 외에도 타로 카드를 배우려는 사람들도 점점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타로 카드를 통한 상담 자체가 사람들에게 하나의 유희로 받아들여지고 있어, 타로 카드가 하나의 취미의 기능도 하게 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유튜브 타로카드 컨텐츠


역사 속에서 ‘거북이 등껍질 세대’와 ‘무속신앙 세대’를 거쳐, 점술은 과학의 발전 속에서도 소멸하지 않고 결국 하나의 유희가 되었다. ‘타로 카드 세대’는 합리성과 효율성의 패러다임 속에서 무의미해진 점술을 하나의 놀이 문화 속으로 편입시켜 우리에게 또 하나의 문화공간을 창출해 낸 것으로 보인다. 일상에서 풀지 못한 스스로의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기회이면서 마냥 무거움 속으로 침잠하지 않는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공간인 타로카페, 답답한 마음을 집에까지 안고 가기 싫은 퇴근길이라면 한번쯤 들러보길 추천한다.


[한승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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