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의 아버지는 90년대 대한민국의 교육에 관심 많은 양육자들이 그러했듯, 영어 조기 교육에 관심도 많았도 열성이었다.
잠든 딸 옆에 디즈니 영화를 녹음한 테이프를 들려준다든지, 얇은 영어 동화책 한 권을 큰 소리로 읽고, 암기를 하게 해서 일주일에 한 번 교외로 드라이브를 나가 암송하게 한다든지, 필자의 어린 시절 추억은 그런 시간들로 채워졌다. 그리고 당시에 즐겨 읽고 보았던 책과 영화들은 나름 영어 실력을 쌓는 데 도움도 되었지만 후에 필자가 걸어갈 인생의 방향을 정하는데 기준점이 되어주었다.
영화 "필라델피아"는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 "포레스트 검프" 등 우리 부녀가 즐겨 보았던 영화들의 주인공 톰 행크스의 또 다른 주연작으로 아마 초등학교 1학년 때 보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필라델피아는 1993년 개봉했으며 주연인 톰 행크스는 이 작품으로 아카데미 시상식 및 골든 글로브, 베를린 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그의 수상소감은 지금까지도 가장 감동적인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수상 소감 중 하나로 계속 회자되기도 한다.
영화를 만드는 데 도움을 준 이들, 함께 파트너로 연기했던 덴젤 워싱턴에 대한 감사, 그리고 자신의 성장기에 좋은 역할이 되어 주었던, 동성애자인 두 어른의 이야기를 하며 그들에게 축복이, 창조주의 품 안에서 편히 쉴 수 있기를 바란다는 눈물 어린 소감으로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주었다.

영화의 이야기가 진행되는 필라델피아는 미국의 독립선언서가 쓰인 곳이며 이후 독립운동과 산업혁명의 중심지로서 역사를 가지고 있다.
톰 행크스는 아카데미 수상 소감 마지막 부분에서도 "200년 전, 필라델피아에 모인 관대하고 현명한 분들은 우리의 자비로운 창조주께서 만들어내신 단순하고 자명한 보편적인 진리를 글로 남겼습니다."라고 언급한 것을 보아, 영화는 평등을 찾아 그 첫걸음이 이루어진 곳에서 불평등에 맞서는 이야기를 들려주며 필라델피아라는 도시가 가지고 있는 상징성을 연결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
영화가 나온 지 20여년이 지난 지금, 많은 차별이 없어진 듯하고, 미국은 동성혼인이 합법화되었지만 아직 성소주자에 대한 무분별한 혐오는 존재한다. 누구에게나 평등과 신의 자비가 함께 할 것이라는 상징성을 지닌 도시에서 불평등에 맞서는 이야기, 영화 필라델피아의 이야기는 오늘날 또 다른 누군가의 현실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