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짙은 혐오의 냄새, 레라미 프로젝트 [공연]

아 매튜. 그 게이 새끼요?
글 입력 2019.07.09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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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한 도시, 레라미. 그곳에서 잔인한 사건이 일어났다. 1998년의 가을, 와이오밍 대학에 다니던 스물 한 살의 청년 매튜 쉐퍼드는 남성 두명에게 폭행과 처참한 고문을 당했다. 반나절이 지나고 울타리에 묶인 그는 지나가던 행인에 의해 병원으로 이동했지만, 끝내 죽음에 이르렀다. 이 사건을 조사하기 시작한 8명의 극단원. 연극 <레라미 프로젝트>는 바로 그들의 이야기이다.


<레라미 프로젝트>는 미국 전역 무대에 올랐고 영화로 제작되었으며, 미국 초등학교 교과서에도 소개되었다. 작가 모이세스 카우프만은 그의 극단원들과 함께 무려 1년이 넘게 이 살인 사건을 조사했다. 사건의 배경인 '레라미' 주민들과 200번이 넘는 인터뷰를 했으며 그 기록을 바탕으로 연극을 만들어 성 소수자가 살아가는 혐오 사회를 조명했다.

이 사건 이후 미국은 '매튜 쉐퍼드 혐오방지 법령'이라는 혐오 범죄 보호헙을 제정했다고도 한다. 그만큼 이 동성애 혐오 사건은 미국 전역을 충격에 빠뜨리기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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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매튜. 그 게이새끼요?"


이 한 문장으로 <레라미 프로젝트>의 전체 인상을 단박에 느꼈다. 음절 하나 하나에서 뿜어져 나오는 짙은 혐오의 냄새. 내 예감은 들어맞았다. 연극의 모티브는 동성애자 혐오로부터 일어난 살인 사건이었다. 나는 단번에 알아맞힌 것을 뿌듯해할 틈도 없이 씁쓸해졌다. 동성애와 혐오. 이 두 단어 사이가 낯설지 않았다.

세상이 많이 바뀌었다지만 여전한 성 소수자를 향한 혐오 어린 시선들. 당장 광주퀴어축제만 보아도 동성애를 반대한다고 피켓을 들고 모이는 인파만 대략 2만 명이다. 동성애가 문화축제라는 형식을 통해 조장되고 확산되는 것을 강력히 규탄한다는 것이 그 이유란다. 사람이 사람을 좋아한다는데 어떤 자격으로 반대한다는 걸까. 나조차도 가슴 한켠이 탁 막힌 듯 답답한데 성 소수자들에게는 가치관의 부정이자 어쩌면 존재의 부정일 수도 있다.

억울하게 죽은 매튜처럼 혐오를 밥먹듯 당하지만, 우연히 살아있는 제 2의 매튜들에겐 이 연극이 유의미하게 다가올 것 같다. 아직 연극을 보지 못해서 예측할 순 없으나, 비단 성 소수자 혐오뿐만 아니라 '혐오'라는 맥락에서 다뤄지는 수많은 안건을 되돌아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혐오라는 맥락 안에서 나도 고개를 빳빳이 들 만큼 결백한 사람이 아닌지라 막이 내린 뒤 한참을 반성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레라미 프로젝트
- The Laramie Project -


일자 : 2019.07.13 ~ 07.28

시간
평일 8시
주말 3시
월 쉼

장소 : 두산아트센터 Space111

티켓가격
전석 35,000원

제작
극단 실한

기획
두산아트센터, 극단 실한

관람연령
14세 이상

공연시간
120분





극단 실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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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 '실한'은 허실 없이 옹골차고 든든하다는 뜻을 가진 단어 '실하다'처럼 내실 있는 연극 작업을 위해 모인 젊은 극단입니다. 현대사회 속 소외되는 다양한 인간상에 주목하며 그것이 바로 우리가 될 수 있는 문제의식을 가지고 이야기를 만듭니다. 그것을 때로는 아프게, 때로는 유쾌하게, 또 때로는 따뜻하게 그려내고 싶습니다. 우리의 작업이 관객들 가슴에 '실한 연극'으로 기억되기를 기대합니다.


[장재이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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