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알라딘, 디즈니 공주 서사의 새로운 전환점을 비추다 [영화]

글 입력 2019.07.08 0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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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5월 말 개봉한 디즈니의 <알라딘> 애니메이션의 실사화 영화이다. 개봉 후 SNS등에서 영화에 대해 화제가 된 부분 중 하나는 바로 영화의 ‘OST’이다. 주목해야 할 부분은, OST 노래 자체가 좋은 것뿐만이 아니라 노래 가사가 담고 있는 여운이 잔잔하게 남는다는 점이다.


가장 크게 기존 디즈니 애니메이션 <알라딘>과 달라진 점은, 영화의 마지막 부분일 것이다. 영화 내내 아그라바 왕국의 공주 쟈스민의 결혼 문제가 오간다. 타지에서 왕자들이 쟈스민에게 청혼하러 오기도 하지만, 쟈스민은 크게 마음을 두지 않는다.


쟈스민은 백성의 복장을 하고 백성들의 사정을 보러 도시를 홀로 돌아다닐 만큼 자신의 왕국인 아그라바에 애착이 강하기 때문에, 타국의 왕자가 자신 대신 술탄의 자리에 앉아 아그라바를 애착 없이 통치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또한 쟈스민은 왕국의 법에 의해 ‘왕자’ 신분과 결혼을 하도록 발목이 묶여 있기도 하다. 계속해서 쟈스민은 아버지에게 술탄의 자리를 원한다고 이야기하지만, 번번이 옛날의 ‘법’ (여자는 왕국의 술탄이 될 수 없다는 법령’ 을 이유로 거절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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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니에게 소원을 사용해 ‘아바브와’ 왕국의 왕자가 된 알라딘은 쟈스민에게 청혼한다. 그렇지만 일전에 알라딘과 안면식이 있던 자파는 알라딘을 단번에 알아보고 그를 음해할 계획을 세운다. 마침내 자파는 알라딘에게서 램프를 훔쳐내는 것을 성공하고 아그라바 왕국의 술탄이 된다. 술탄이 된 자파가 쟈스민 일가를 끌어내는 와중의 쟈스민이 분노와 슬픔에 차서 부르는 ‘Speechless’는 많은 사람들의 심금을 울렸을거라 생각한다.



Written in stone every rule, every word
변하지 않는 모든 규칙과 말들


Centuries old and unbending
아주 오래되고 굽히지 않는 것들


"Stay in your place"
네 자리에 있어라


"Better seen and not heard"
보고도 못 들은 척해라


Well, now that story is ending
이제 그 이야기는 끝나


Cause I
I cannot start to crumble
왜냐하면 난 무너질 수 없거든


So come on and try
그러니 와서 노력해봐


Try to shut me and cut me down
입막고 쓰러뜨려 봐


I won't be silenced
난 침묵하지 않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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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의 불합리한 법과 여성 지도자로서의 앞길을 가로막는 것들에 대한 반감과 울분의 표현을 이 ‘speechless’라는 노래로서 쟈스민은 표현한다. 디즈니가 계속해서 여성이 주인공이 되는 공주 서사에서 계속 진보하는 것은 현대사회의 변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처녀가 외딴 곳에 사는 야수에게 팔려가는 설정이었던 ‘미녀와 야수’, 마법으로 인해 잠들어버린 공주를 왕자의 입맞춤으로 깨우는 ‘잠자는 숲속의 공주’등 디즈니의 초기 공주 서사의 공주들은 매우 아름답지만 남성에게 굉장히 종속적이고, 수동적인 자세로 비추어진다. 디즈니 초기의 공주들에게는 왕자와의 만남 또는 결혼이 서사의 마무리이자 공주가 행복하게 정착하는 결론으로 보인다.


그러나 비교적 최근 서사인 겨울왕국(2014)에서 공주였던 엘사는 왕자와의 결혼이 목표가 아니라 자신의 특별한 점(얼음을 다루는 능력)을 억압, 구속하는 세상에서 벗어나 자기 본연의 모습으로 존재할 수 있는 얼음성을 짓고, 동생 안나와의 자매간의 사랑에 대하여 주로 다뤄진다. 디즈니의 그동안 공주 서사에서는 볼 수 없던 차별적인 지점인 것이다.


알라딘(2019)의 공주 쟈스민은 이에서 한발짝 더 나아가, 자신의 능력을 술탄인 아버지에게 보여줌으로서 오랫동안의 악법과 관습을 깨부수고 아그라바 왕국 최초로 여성 술탄의 지위에 오른다. 아울러 영화의 마지막 부분에서는 기존의 여성이 청혼을 받는 결혼 형태가 아니라, 자신이 원하는 ‘술탄’이라는 지위 획득 이후에 직접 성 밖으로 나가서 알라딘을 붙잡는 모습을 보인다. 주어진 사랑에 순응하는 것이 아닌, 진취적으로 사랑을 고백하는 새로운 여성상을 알라딘을 통해 디즈니가 선보인 것이라고 분석할 수 있을 것이다.


#알라딘은 4D로.



[황혜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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