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밥부터 잘 챙겨 먹어요 [영화]

글 입력 2019.07.06 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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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에는 그렇게 자고 싶다가 밤이 되면 잠을 미룬다. 그러면 하루가 28시간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주로 인스타그램이나 유튜브를 보는데, 얼마 전 ‘센 언니의 쿨한 조언’이라는 포스트를 봤다.


 


“그냥 아무나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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훌륭한 건 누구의 기준에서일까? 평범하기도 어려운 시대인데. 성인(聖人)이라 불리는 이들도 어떤 사람의 기준에선 훌륭하지 않다. 저마다 다른 ‘훌륭함’의 기준을 통과하기는 오늘 공부해서 당장 내일 있을 9급 공무원 시험에 합격하는 것만큼 힘들다.


20대 후반엔 꼭 큰 걸 이뤄야 한다고 생각했다. 실수 없이, 실패 없이 살아야 한다는 강박감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꼭 열심히 하지 않아도 되고, 큰 성과를 내는 것보다 그 과정을 버틴 자신에게 칭찬한다. 대중문화는 사람들의 생각과 함께 숨쉰다. 설명할 수 없지만 공통으로 느끼는 것을 영상이나 글, 또는 노래로 표현한다. 작년 겨울에 개봉한 영화 <리틀 포레스트>를 보고 나서 사회가 달라졌다고 체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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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틀 포레스트>를 보면 내가 거름 냄새와 풀냄새가 풍기는 시골 어딘가에 있는 것 같다. “배고파서 내려왔다”는 혜원처럼 나도 허기를 느꼈다. 시루떡을 쪄먹기도 하고, 반려동물과 무서운 밤을 함께 하고, 비바람이 할퀸 밭을 보며 속상해하기도 했다. 혜원의 가이드로 잘 쉬고 잘 먹는 여행을 체험한 기분이었다. 꼭 서울에서 살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조금 느려도, 다른 삶을 선택해도 괜찮다.라고 영화는 말한다.




“밥은 잘 먹고 다니니?”



허기는 혜원의 채워지지 않는 욕망에서 기인한다. 다른 친구들이 부모님의 지원을 받으며 공부에 매진할 때, 혜원은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며 끼니를 ‘때우고’ 임용고시를 준비하지만 불합격한다. 그 길로 혜원은 집으로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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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제비와 배추전. 혜원은 단출하지만, 자신을 위한 상을 차리고 ‘먹는다’. 자신을 대하는 법이 달라졌다고 볼 수 있다. 요리를 만드는 데는 꽤 많은 시간과 정성이 들어간다. 플레이팅이 완벽하지 않아도, 맛이 생각했던 것과 달라도 마음을 다해 만든 음식을 먹으면 기운이 난다. 3분짜리와는 다르다.


인간은 선천적으로 '누군가'가 되고 싶은 욕구가 있다. 그래서 점심시간에도 일하고, 야근하고, 주말에 출근하기도 한다. 먹어도 먹어도 허해서 늘 입에 무언갈 달고 산다. 이들에게 임순례 감독은 “밥은 잘 먹고 다니니?”라고 묻는다. 말문이 턱 막힌다. 책상 앞에서 점심을 마시듯 해치우고, 위장약을 달고 사는 게 일상이다. '누군가'가 되려면 밥부터 잘 챙겨 먹어야 한다.




음식의 힘



영화 <리틀 포레스트>에서 엄마는 거의 나오지 않는다. 나와도 음식과 관련된 장면에서만 엄마를 볼 수 있다. 여성에게 엄마는 애정하지만 답답한, 그러나 결국엔 의지할 수밖에 없는 존재다. 이 영화에서는 음식이 엄마 역할을 한다. 정성 들여 차린 한 끼를 맛있게 먹는 모습만으로도 위안을 받는다. 혜원은 수제비와 배추전을 먹으며 자신을 위한 여정을 시작하고, 말린 곶감을 먹으며 여정 끝에서 새로운 길을 본다. 그제야 엄마는 다시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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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주변엔 혜원처럼 아주심기를 준비하는 친구도 있고, 아주심기에 성공한 친구도 있다. 나는 아주심기를 준비하는 중이다. 이전보다 마음은 편하지만 고정된 수입이 없으니 불안하기도 하다. 두려운 마음, 걱정을 주체할 수 없을 때 <리틀 포레스트>를 본다. 다 보고 나면 이대로만 가도 잘할 수 있겠구나, 하는 이상한 믿음이 생긴다. 잘하면 잘하는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흐름 타는 연습을 하는 중이니 말이다.


이 영화를 본 사람들은 이전보다 더 단단해진 기분으로 상영관을 나섰을 것이다. 일 때문에, 먹을 자격이 없는 것 같아 식사를 미뤘다면, <리틀 포레스트>를 보길 바란다.



[김나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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