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insight] 잠이 오지 않는 밤, 꾼 꿈처럼

글 입력 2019.06.30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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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하루 참 많이도 바빴다. 계절 학기를 듣고, 스쿼시를 치러 갔다가 스트레칭과 샤워 후 아르바이트하고 돌아와서 과제를 했다. 지금은 너무도 노곤 노곤한 침대 안이다. 양옆에 귀여운 나의 고양이 두 마리가 자고 있다. 요즘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다. 지금까지 내 인생에서 제일 바쁘다. 여기서 바쁘다는 건, 하고 있는 일들의 종류가 많다는 거다.

 

원래 시나리오/극본 작가가 꿈이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공모전에 도전하는 횟수가 줄더니 이젠 시놉시스마저 쓰지 않는 일상이 돼버렸다. 가끔 다이어리를 쓰는 정도가 내 유일한 글쓰기였다.

 

오늘같이 바쁜 하루를 보내고 침대에서 여러 생각에 빠져있을 때, 꿈에 대해 주로 생각한다. 한참을 뒤척이다 잠이 들면 내 무의식에 있던 내 ‘꿈(want to be)’이 꿈속에 등장한다. 이게 내 유일한 글쓰기와의 연결고리였다. 꿈에서나마 글을 쓰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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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일상을 보내고 있을 때, 아트인사이트를 알게 됐고, 지원서를 넣었는데 합격했다. ‘에디터’라는 명칭을 달고 매주 ‘마감일’이 생기니 진짜 에디터를 직장으로 둔 사람이 된 것만 같고, 꿈으로만 꿨던 일이 현실이 된 것 같아 울컥했다. 매주 글을 쓴다는 건 참으로 힘든 일이었지만, 한주 한주가 내겐 너무 소중했다. 언제 이런 일을 다시 해 볼지 모르며, 이 활동이 끝나면 난 글쓰기와는 또 먼 사이가 될 수도 있을 거란 생각에.

 

꿈을 현실로 만들어 준 게 아트인사이트다. 내가 아직은 작가의 꿈을 놓지 않고 계속 글을 쓰고 있게 해준 게 아트인사이트다. 그래도 난 여전히 글쟁이란 걸 알려준 게 아트인사이트란 말이다! 안심이 되고, 위로가 됐다. 마음 한편에 있던 죄책감도 사라졌다.

 

물론 그동안 내가 쓴 글을 다시 훑어보면 오타도 있고, 아쉬운 부분도 많다. 일주일을 온전히 아트인사이트 글 기고에 쏟지 못한 게 이유겠지. 퇴고는 끝이 없으니 말이다. 그래도 3개월간 글을 꾸준히 썼단 사실이 날 많이 용서하게 됐다.

 

그리고 에디터로서 마지막 글을 쓰는 지금, 비가 내린다. 원래 우울증이 있는 사람은 날씨에 따라 감정 변화가 심하다. 그래서 햇살 좋은 날씨에 여행했던 일화를 얘기하려 했는데 밖에 비가 오니 마음 한구석에서 우울감이 올라온다. 이 글을 쓰고 나면, 상쾌한 기분으로 잠자리에 들 줄 알았다. 그런데 오늘도 한참을 생각하며 뒤척이다 잘 것 같다.

 

내가 여행 가서 찍은 사진을 보면 비 오는 날의 사진은 단 한 장도 없다. 비가 오면 숙소나 집 밖을 거의 나가지 않는다. 심지어 학교에 가지 않을 때도 있다. 그러니 장마는 내게 최악의 날들. 예전엔 이 정도는 아니었다. 막상 카페까지 가는 게 싫을 뿐, 카페에서 비가 내리는 밖을 보는 건 좋아했다. 그런데 첫사랑과 이별 후 비 오는 날이 싫어졌다.

 

첫사랑은 내게 참 의미가 깊은 존재이다. 유일하게 살고 싶단 생각을 해줬고, 나도 사랑이란 걸 받을 수 있단 걸 알려 줬고, 세상 모든 남자가 내 생각처럼 똑같진 않다는 걸 알게 해 줬다. 그 사람을 생각하면 따뜻한 날에 기분 좋게 살랑이는 바람, 그리고 맑은 하늘이 떠오른다.


근데 그와 사귈 때, 난 비 오는 날이면 이상하게 우산이 없었다. 집이 가까운 편이라 그냥 비를 맞고 갈 때가 많았다. 당시 그 사람은 음악을 하던 사람이라서 야자를 하지 않고 학교에서 먼 곳에 있는 음악 입시 학원에 있었는데, 비가 오는 날이면 그 먼 곳에서 겨우 10분 거리인 우리 집까지 데려다주기 위해 밤 10시에 학교 앞으로 찾아오곤 했다.

 

이런 그와의 이별은 내게 너무 힘들었고, 또 긴 시간이 필요했다. 긴 시간이 흐르는 동안 우울증은 심해졌고 날씨에 따라 감정 변화가 심해질 즈음 비가 오는 날이면 그가 생각나서 나는 저 깊은 심해 속으로 빠져버리곤 했다.

 

아, 갑자기 이 글의 제목이 떠올랐다. <잠이 오지 않는 밤, 꾼 꿈처럼> 여기서 꿈은 진짜 잠에 빠져서 꾼 꿈을 얘기하기도 하고, 내가 되고 싶은 꿈을 얘기하기도 한다. 잠이 오지 않을수록 생각이 많아지면서 진정 내가 원하는 것들이 내 무의식에서 나와, 꿈에 반영되니까. 마치 내게 있어 글쓰기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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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아이야.

나는 어떤 꿈속에서 헤매고 있단다.



[홍서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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