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책문화의 중심이 지역사회인 이유 - 지역사회의 책문화 살리기 [도서]

글 입력 2019.06.28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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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문화의 특수성



영화나 미술, 공연예술과는 달리, 유난히 책문화는 ‘지역사회’와 함께 언급되는 일이 잦다. 책의 어떤 특성이 지역성을 기반으로 성장하게 하는가가 늘 궁금했다. 그래서 이 궁금증을 해결하고자 책을 읽게 되었다.

사실 이 책은 독서의 특성보다도 변하는 사회의 성격을 더 많이 다루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정치 환경이 중앙집권적 형태에서 지방분권적 형태로 변하고 있다. 문화산업 역시도 마찬가지다. 일방향적이고 독점적이었던 정보가 1인 미디어 및 뉴미디어의 등장으로 훨씬 빠르고 위계 없이 퍼지고 있다. 이러한 흐름에 맞추어 수도권에 집중된 출판 환경 역시 변화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다른 문화보다도 왜 책문화가 지역사회를 기반으로 해야 하는가? 우선 도서 산업은 문화산업 중에서도 가장 역사가 오랜 분야이지만, 가장 취약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날마다 새로운 지식이 생산되며, 오늘 출판된 책의 내용이 다음 날이면 바뀌기도 한다. 또 수용자들의 반응을 실시간으로 확인하여 반영할 수 없으므로 소통의 한계가 있다. 이 때문에 다른 산업에 비해 최근 변화하는 소비자들의 요구에 충분히 응답할 수 없는 `시대에 뒤떨어진` 매체라는 이미지가 생긴다. 이렇게 자유 시장의 논리에 따르면 책은 그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도태될 수밖에 없으므로, 정책적인 보호가 필요하다.

이러한 취약성에도 불구하고, 책이 가지는 `공인된 권위`라는 이미지 때문에 다른 매체와는 차별화된 정치적 특성을 보인다. 아무리 정보를 접하기 쉬운 시대라지만, 결국 믿을 만한 정보, 전문적인 정보를 얻기 위해 우리는 책을 찾게 된다. 따라서 일부 출판사나 작가가 독식하는 시장구조는 독재 권력과 같은 효과를 지닌다. 과거 책문화와 관련된 정책이 감시와 통제에 치우쳤던 이유도 이와 관련이 있다.




지역 책문화의 모범사례, 일본



일본에 여행을 갔을 때, 인상적이었던 것이 바로 서점이었다. 책을 읽지 않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난다고는 하지만, 만화 구역이 발달해서인지 평일 낮임에도 사람들이 꽤 많았다. 일본의 영향을 많이 받은 대만에서도 밤늦은 시간까지 사람들이 서점에 있는 것을 보고 다른 나라의 책문화에도 궁금증이 생겼다.

이토록 일본에서 책문화가 발전할 수 있었던 이유가 이 책에 있다. 바로 지역사회를 기반으로 책문화를 발전시키려 한 것이다. 흔히 `지역사회와 책` 하면 도서관이 가장 먼저 떠오르지만, 이 책에서는 오히려 지역에 기반을 둔 출판 산업과 주민들의 삶의 질과 관련된 정책이 더 눈에 띄었다.


주민 1인당 할당되는 책과 관련된 예산 규모를 확충하고, 되도록 지역의 소규모 서점을 이용해 도서관에 비치할 도서를 사고, `인간 책` 서비스를 운영하는 등 소비자와 생산자 모두의 필요에 맞게 세심하게 정책이 만들어졌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책에 둘러싸인다는 것



나는 지난 10년간 `책 읽는 도시`라는 모토를 가진 도시에 살아왔다. 10년 동안 계속 그 도시가 ‘책 읽는 도시’였던 것은 아니다. 어느 순간 시청에 ‘책 읽는 도시’라는 슬로건이 걸렸고, 그 이후로 조금씩 도시의 정책들을 지켜봐 왔다. 도시 곳곳에 책이 비치되고, 매주 시청에서 인문학 강연이 열리기도 하고, 매년 다양한 출판사가 참여하는 축제가 열리기도 했다. 그렇기에 지역에서 이루어지는 책과 관련한 정책들의 효과가 어떤지 잘 알고 있다.

하루는 김영하 작가의 강연을 들으러 간 적이 있다. 평일 낮에 진행되었기 때문에 대부분이 중년 여성인 주부들이었다. 강연의 주제는 `예술가가 되자, 지금 당장`이었다. 우리는 직장인이 아니라 예술가로 태어나고, 이제는 예술에 인생을 걸지 않아도 취미로 예술 활동을 할 수 있다는 것이 강연의 요지였다. 작가의 강연이 얼마나 독서를 진흥하는 데 도움이 되는지 의문을 가질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나는 강연을 듣는 것만으로 당장에라도 그림을 그리고 싶고, 글이 쓰고 싶어졌다. 또 이 멋진 작가의 또 다른 이야기가 궁금해 책이 읽고 싶어졌다.

지난해 서울국제도서전에 방문했을 때에도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책에 둘러싸여 있는 것만으로 너무 책이 읽고 싶어졌고, 저자들의 강연을 들으며 읽고 싶은 책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떠올랐다. 이외에도 지역 도서관에서 지역 출신 작가, 출판인들의 작품들이 마련된 구역에서 작품들을 접하며 책의 창작 과정에 한층 가까워진 느낌을 받았다. 이처럼 책문화 환경에 잠깐 노출되는 것만으로, 책에 대한 호감과 관심이 증가하는 것을 직접 체험했기에, 책문화 확산의 출발점이 지역이 되어야 한다는 저자의 주장에 동감할 수 있었다.




디지털 세대에게 책문화란



아무리 좋은 정책이 있다 해도 독자들이 책을 읽지 않으면 그만이다. 지금의 청년층에게는 종이책보다는 팟캐스트, 동영상 등의 뉴미디어가 훨씬 익숙하다. 최근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는 독서모임에 나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지만, 일상에서 독서에 그만큼의 시간을 투자하는 것이 생각보다 어렵고, 책을 읽고 의견을 나눠본 적도 없어 두려움이 앞서기도 한다. 또 바라보기만 해도 되는 영상과는 달리, 생각하고, 능동적으로 움직여야 하는 독서는 불편할 수밖에 없다.

그런 나에게 독서에 대한 부담을 줄여준 것이 바로 유튜브 크리에이터들이다. 영상을 통해 책을 큐레이팅 받는 것이 직접 서점에 가서 책을 고르는 것보다 편리하고 신뢰할 만하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아무리 인기도서거나 누군가의 추천을 받아도 직접 조금이라도 읽어본 후에야 책을 사거나 대여하여 읽는 편인데, 이 때문에 읽을 책 한 권을 고르기까지 시간이 상당히 많이 걸린다.


그래서 더욱 독서와 멀어지게 되었다. 하지만 일주일에 한 번이라도 책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 나면 심지어 내가 관심이 없는 분야라 할지라도 독서의 즐거움을 상기하게 된다. 무작정 책을 읽기 위해 영상을 멀리할 부담 없이, 영화나 드라마를 보다가도 책을 읽을 수 있도록 나를 일깨워주는 정도라도 책과 가까워지기에는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경기도에서는 이러한 바람직한 문화 확산에 이바지하는 크리에이터들을 지원하고 있다. 이처럼 뉴미디어가 책을 밀어내는 경쟁자가 아니라, 비대중(non-public)을 잠재적 소비자로 끌어올 수 있는 매체가 된다는 것을 인식하고,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할 것이다. 그 기반은 삶의 공간인 지역이 되어야 한다.





[김채윤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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