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나이가 들수록 보이는 것들 [음악]

글 입력 2019.06.27 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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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송을 즐겨 듣는 편이다. 그래서 팝송 가사를 해석해주는 채널의 영상 역시 즐겨 본다. Sasha Sloan의 <Older>는 습관처럼 해당 채널의 새로 업로드된 영상을 클릭한 어느 날, 한순간에 내 마음으로 들어왔다.


 

 


이미 들어봤었고, 멜로디가 참 감미롭다는 생각도 했지만, 딱 거기까지였던 노래였다. 그러나 그 감미로운 멜로디에, 달콤한 목소리에 담긴 가사의 뜻과 거기에 아티스트의 자전적인 내용을 담았다는 정보까지 알게 되니 노래는 내게 그 전과는 전혀 다른, 특별한 노래가 되었다.

 


The older I get

나이가 들수록

 

the more that I see

더 많은 게 보였지

 

My parents aren't heroes,

나의 부모님은 영웅이 아니었고,

 

they just like me

나와 같은 사람이었지


 

사람은 모두 나이가 든다. 그리고 나이가 들어 갊에 따라 못 보던 것을 보게 된다. 사샤 슬론은 노래 <Older>를 통해 부모님의 불화로 힘겨웠던 자신의 유년 시절을 고백하면서 나이가 든 지금에서야 부모님이 나와 같은 사람들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담담한 목소리로 들려주었다.

 

그 담담하면서 진솔한 고백에 그녀처럼 내가 과거에 보지 못했던, 나이가 들어서야 볼 수 있었던 것들이 떠올랐다.



 

부모님은 영웅이 아니었다



노래가 내게 이토록 깊은 울림을 줄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가사 속 그녀가 부모님에 대해 가진 생각이 어린 시절 내 생각과 완전히 일치했기 때문이었다.



I used to wonder why

Why they could never be happy

I used to close my eyes and pray

For a whole ‘nother family

 

난 이유가 뭔지 궁금해 하곤 했어

왜 그들은 절대 행복할 수 없는지

난 내 눈을 감고 빌었어

그리고 완전히 다른 가족을 달라고

 

Where everything was fine

One that felt like mine

I swore I’d never be like them

But I was just a kid back then

 

모든 것이 잘 풀리는 곳

내 것이라고 느껴지는 곳을

난 절대 그들처럼 되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했어

하지만 그때 난 그저 아이에 불과했지



사춘기 시절, ‘평범한 가족’이라는 것을 참 많이도 동경했었다. 우리 가족은 여러 복잡한 사정으로 미디어에서 묘사하는 보통 가족의 범주에서 많은 부분이 벗어나 있었다. 모든 가족 구성원들이 평안히 있고, 저녁마다 함께 식사를 하고, 가끔 여행도 떠나는 그 풍경이 내겐 감히 바라지도 못할 사치처럼 느껴졌다. 나는 그렇지 못한 우리 가족의 상황을 매일 비관했고 그 원인을 부모님에게서 찾았다. 그래서 사춘기의 많은 날을 부모님을 향한 원망과 분노로 보냈다.

 

돌이켜보니 부모님이 잘못한 건 없었다. 그저 우리 가족의 상황이 조금 남달랐고 나처럼 부모님도 그 상황을 어쩌다 맞닥뜨렸을 뿐이었다. 그때의 나는 부모님을 다른 부모님과 비교하고 깎아내리면서도 그들에게 의존했었다. 부모님에게 원망을 쏟아내면 무엇이라도 해결될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들도 나와 같은 사람이었고, 그래서 나처럼 불안하고, 무력한 순간이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나는 많이 자랐고 부모님은 많이 늙어 있었다. ‘부모님의 굽은 등’과 같은 흔한 비유가 그저 상징이 아님을 알게 되었다. 그 굽은 등을 보며 나는 뒤늦게 부모님을 향해 인간적인 연민을 느꼈었다.

 

나이가 더 든 어느 날, 길을 걷다가 문득 ‘내가 만약 부모님이라면 똑같이 행동할 수 있었을까?’ 라는 질문이 내 안에서 떠올랐다. 나는 갑자기 떠오른 그 질문에 선뜻 ‘그렇다.’라고 대답할 수 없었다. 그 대신 똑같이 행동하기는커녕 그 상황을 도망쳤을 것이라는 대답이 나왔다.

 

그들은 영웅이 아니었기 때문에 영웅이었다. 나와 같은 평범한 사람들이었기에 나만큼, 아니 어쩌면 나보다 훨씬 더 고통스러웠을 것이다. 그럼에도 필사적으로 당신의 자식들을 포기하지 않았었다. 그 모습을 어찌 숭고하지 않다고 말할 수 있을까.

 

나이가 들수록 부모님에 대한 감정도 변해갔다. 원망 뒤에 연민이, 연민 뒤에 존경심이 일었다. 이제 나는 내 곁에 존재해주는 것 자체만으로 그들에게 고마움을 느낀다.


 


에디터 활동의 끝에서



나이가 들면서 보이는 것은 비단 부모님만이 아니다. 아트인사이트 활동과 관련하여서도 많은 것을 볼 수 있게 되었다.

 

이 글은 내가 아트인사이트 에디터로서 마지막으로 기고하는 오피니언이다. 에디터로서의 4개월이 흘렀고, 나도 그 4개월만큼 나이를 먹었다. 에디터 활동을 하면서 이전에는 보지 못했던 많은 것들을 볼 수 있게 되었다.

 

그중에서도 글쓰기에 대해서 정말 많은 것을 배우게 되었다. 글 쓰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아트인사이트 에디터 활동에 지원했지만 이전에 내가 써본 글은 모두 허구적인 스토리 형식의 이야기들뿐이었다. 그런데도 겁도 없이 문화 예술 오피니언 부분에 지원했고 그렇게 한 학기 내내 매주 한 편의 오피니언을 기고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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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글쓰기란 가장 즐거우면서 가장 고통스러운 행위였다. 글을 쓸 때마다 항상 '좋아하는 일이 곧 잘하는 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뼈저리게 실감했다. 머릿속에서 구상할 때는 완벽하기 그지없었던 것이 내가 세상 밖으로 꺼내놓으면 그렇게 초라해 보일 수가 없었다. 그 괴리감에 글 쓰는 것을 좋아하면서도 두려워했었다. 그리고 그 두려움으로 생겨난 망설임 때문에 글쓰기를 포기하는 나날들이 이어졌다. 그래서 나는 의무적으로라도 글을 쓰기 위해 아트인사이트 에디터 활동에 지원했다.

 

예상한 대로 의무적으로 매주 한 편의 글을 기고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런데 그를 통해 얻게 된 재미는 예상을 벗어나는 수준이었다. 활동을 시작하고 글 쓰는 재미는 적립되는 포인트처럼 매주 차곡차곡 쌓여 커졌다. 그것은 내 글을 평가하는 대신 존중해주는 아트인사이트의 태도 덕분이었다. 그로 인해 나 역시도 내 글을 향한 평가의 시선을 지우게 되었고 글쓰기의 고통도 점차 사라졌다.

 

나는 이전에 생각이 많아야 글을 쓸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게 아니었다. 글을 쓰면서 생각이 늘어나는 것이었다. 머릿속에 갇혀 있을 때는 지극히 단순했던 작품에 대한 감상은 글로 표현되는 순간 놀라울 정도로 확장되었다. 그 확장의 결과물인 내 글을 읽으면 해당 작품이 새롭게 느껴졌다.


읽어주는 사람이 얼마나 소중한지도 알게 되었다. 에디터 수습 기간 중, 글의 조회 수를 보고 예상보다 훨씬 많은 사람이 내 글을 읽어주었다는 사실에 정말 많이 놀랐었다. 내가 글을 통해 많은 이에게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는 사실은 누군가에겐 부담감으로 작용할 수도 있지만 내게는 글을 쓰는 원동력으로 작용하였다. 이렇게 무사히 활동을 끝까지 마칠 수 있었던 것도 나의 글을 읽어주었던 독자들 덕분이다.

 

또한, 아트인사이트에 발을 담그면서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문화 예술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그만큼 다양한 시각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는 아트인사이트에 글을 기고하면서 많이 읽어보기도 하였다. 여러 글에 담긴 필자들의 문화예술에 대한 진심 어린 애정과 깊이 있는 통찰을 보면서 많은 것을 배웠고 이런 사람들이 많다는 것에 위안을 얻기도 하였다.

 

이제 2019년도 하반기에 접어들었다. 그만큼 나도 나이를 먹었다. 예전에는 어린 것을 최고 가치로 칭송하는 미디어의 영향으로 어린 내 나이를 자랑하기도 하였다. 그때를 떠올리니 약간의 부끄러움이 밀려온다.


지금도 그리 많은 나이는 아니지만, 현재의 나는 내 인생에서 가장 어른스러운 상태이며 과거에 놓쳤던 것들을 볼 수 있게 되었다. 그렇기에 지금 이 순간, 기쁜 마음으로 나이 들어가는 나를 받아들인다.





[진금미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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