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영화 성춘향 상영 전날, 그 긴박하고 버라이어티한 이야기. 레트로 소리극 '춘향전쟁'

글 입력 2019.06.23 1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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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영화 성춘향 상영 전날, 그 긴박하고 버라이어티한 이야기.
레트로 소리극 '춘향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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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는 바야흐로 1961년. 통행금지가 있던 그 시절, 통금 1시간을 남기고 벌어진 긴박한 이야기가 있으니...

당시 최고의 위치에 있던 신상옥 감독의 '성춘향' 개봉을 앞두고 폴리아티스트 세형(허구의 인물)이 영화 필름을 들고 잠적을 해버린 것. 이 사실을 알게 된 신 감독은 다급히 영화 상영 전날 세형의 한양녹음실을 방문하고, 세형은 영화 속 효과음이 완성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감독에게 필름을 건네기를 거부한다.

두 사람이 녹음실에서 실랑이를 벌이는 상황이 바로 레트로 소리극 '춘향전쟁'의 주된 이야기로, 필름을 찾아가려는 감독과 효과음에 대한 집념으로 완벽을 추구하는 세형 간 주고받는 대사와 각종 이색적인 효과음 장치들, 영화 성춘향의 장면들이 어우러지며 공연이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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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형이 이렇듯 완벽한 효과음에 집착하는 이유는 또 하나 있었으니, 바로 열흘 전 '성춘향'과 같은 춘향이를 소재로 한 홍성기 감독의 '춘향전'이 개봉을 한 것. 공연명 '춘향전쟁' 또한 1961년에 실제로 일어났던 '성춘향'과 '춘향전'의 열흘 차이 개봉을 두고, 당시의 한 신문기사에서 '춘향전쟁'이라 언급했던 것을 모티브로 한 것으로, 공연 속 이야기는 실제와 허구를 넘나든다.

공연은 실제로 일어났던 이야기에서 일부 모티브를 따와 가상의 이야기로 엮어가며, 창작국악그룹 그림(the 林)의 관악기, 타악기, 가야금 연주를 바탕으로, 폴리아티스트 역할 배우의 찰진 효과음(양배추를 쪼개며 내는 소리, 콩알로 내는 파도소리, 풍선으로 내는 불꽃 소리 등)들과 판소리가 신선하게 어우러지고, 화면을 통해서는 영화 성춘향과 1960년대를 회상할 수 있는 추억의 장면들을 비춰주며 진행되었다. 때문에 남녀노소 다른 관점에서 볼거리들을 갖고 있었고, 새로운 시도들이 많다 보니 지루할 새 없이 시간이 흘렀다.

춘향이와 이몽룡의 이야기는 어쩌면 진부한 고전일 수 있지만, 사실상 춘향이에 집중한 이야기라기보다는 영화 성춘향과 춘향전 개봉 상황을 소재로 완전히 새로이 만들어낸 창작극이기에, 공연 '춘향전쟁'은 새로운 관점으로 바라보아야 할 것 같다. 어쩌면 자세한 내용을 알지 못한 채 춘향이 이야기를 기대하고 온 관객이라면 실망할 수도 있겠으나, 현장의 관객들 반응이나 분위기를 감안해 보자면 실망한 이들보다는 즐거웠던 이들이 더 많지 않았을까 예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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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구성과 새로운 시도들이 많기에 사실 극의 흐름이나 이야기 전개는 조금 어색한 부분들이 없지 않아 있지만, 언제나 새로운 시도 뒤에 보다 영글은 다음이 있을 수 있기에 이 또한 좋은 쪽으로 바라보는 입장이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통금 1시간 전 일어나는 일이라 하기에는 아무리 극이라지만, 1시간에 담아낼 수 있는 이야기 전개가 아니어서, 좀 더 촘촘하게 구성을 되짚어 보았으면 하는 부분이다. 이번 연도의 공연으로 끝이 날지, 다른 지역, 다른 해에 또다시 공연이 이어질지는 알 수 없으나, 다음의 공연을 기약한다면, 아쉬웠던 점들을 잘 보완해서 한층 더 업그레이드된 공연으로 만나볼 수 있기를 바래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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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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