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여지는' 이미지에 가려진 진짜 프랑켄슈타인

글 입력 2019.06.21 23:55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1.jpg

1994년작 메리셸리의 프랑켄슈타인



인간은 두려워하면서도 보고, 만질 수 있는 그 너머를 끊임없이 욕망하며 결국은 그 닿을 수 없는 것을 닿을 수 있게 만들기도 한다. 이러한 욕망은 과학의 발전을 가져와 미래를 기대하게 만들지만, 욕망 앞에 있는 얄팍한 선을 넘기만 하면 극단적 집착, 추악한 이기심의 욕망으로 변질되는 건 순간이다.


영화 프랑켄슈타인은 인간의 창조, 생명에 대한 오만하고 지나친 집착의 욕망이 얼마나 처절한 결과를 가지고 오는지를 보여주는데, 원작은 영국의 여류작가 메리셸리가 쓴 괴기소설 ‘프랑켄슈타인’으로 빅터 프랑켄슈타인이 생명의 부활에 대한 집착과 욕망으로 인해 시체조각과 동물의 장기에 불어넣어 ‘그’ 도 ‘그녀’ 도 ‘그 사람’ 으로도 불리지 못하는 ‘그것’을 창조한 후, ‘그것’을 외면하면서 벌어지는 참혹하고도 고통스러운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제목 프랑켄슈타인은 ‘그것’인 괴물이름으로 혼동되기도 하는데, 사실 이 이름은 괴물을 창조한 빅터 프랑켄슈타인을 의미한다. 하지만 괴물이 빅터에게서 창조되었으므로 ‘프랑켄슈타인’이라 불려지는 것도 이상하진 않다.)

   
 

3.jpg
1931년작 프랑켄슈타인



소설이 세상에 나온 이후, 다양한 버전의 영화와 패러디, 캐릭터들이 재생산되어 고전 괴물의 대명사로서 자리잡게 되지만 오히려 원작소설은 캐릭터의 이미지에 묻혀 잘 읽히지 않는 아이러니가 발생하게 된다.


프랑켄슈타인을 처음 본 것은 가물가물한 기억 넘어 TV속 이미지였다. 온몸이 헝겊으로 쌓여 서툴게 꼬맨 듯한 조각과 조각이 이어져 있는 기괴한 모습이 기억에 남아있다. 그 이후 패러디와 여러 버전의 영화에서 주인공과 주변캐릭터로 만나게 되었는데, 재생산된 이미지에서 공통된 것은 ‘추함’과 ‘기괴함’을 집중해서 표현하고 있었다. 예를 들어 나사가 양쪽에 박힌 초록색 괴물, 이상한 소리를 내며 어정쩡하게 걸으며 다가오는 여기저기 꿰매어진 모습들.



4.jpg
1994년작 메리셸리의 프랑켄슈타인



나 역시 워낙 캐릭터가 강하다보니 원작 작가나 이야기에 대한 관심보다는 고전 괴물캐릭터라는 것에 초점이 맞추어져 ‘보여지는’ 이미지만이 익숙한 터였다.


그러다 몇년 전, 1994년작 케네스 브래너, 로버트 드니로, 헬레나 본햄카터 등이 출연한 영화 ‘메리 셸리의 프랑켄슈타인’을 본 후로 이때까지 갖고 있던 ‘보여지는’ 캐릭터 이미지가 사라지면서 원작소설이 보여주고자 한 기괴한 이미지 너머의 인간의 어리석고 오만한 욕망과 그로 인한 배신, 분노, 상실, 절망이 선명하게 다가왔다. (이 1994년작은 ‘프랑켄슈타인’을 다룬 영화 중 원작을 충실히 표현했다고 알려져 있다.)
 

이름조차 주어지지 않았던 ‘그것’에게는  누군가를 믿으므로, 사랑하므로 인해 겪은 절망과 상실의 시간을 가진 모든 인간들이 투영된다. 우리는 누군가의 한마디, 누군가의 작은 행동으로 인해 삶의 시간을 다시 보내지만 영화 속 ’그것‘은 아버지나 다름없는 창조자에게 외면당하고, 창조되어 눈 뜬 그 순간부터 모든 것이 처음인 세상에 혼자 남겨져 상실을 배우고 분노에 휩싸여 절망하며 참혹함을 행하게 된다.


‘그것’이 원한 것은 어떠한 형태로든 ‘사랑’이었을진대, 창조의 시작이 이미 오만하고 그릇된 집착의 욕망이었으니 사랑은 애초에도, 그 후에도 없을 수 밖에...영화 속 폭풍우처럼 몰아치는 어두운 감정들의 울부짖음이 괴물의 이미지를 벗어나 '존재'를 이야기 한다.



[김나현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18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