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ertiginous Data — 인간을 담아낸 데이터

글 입력 2019.06.21 0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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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현대미술관 “불온한 데이터” 전은 새로운 매체 환경으로 자리 잡은 데이터와 현대미술을 결합한 융·복합 전시다. ‘불온한 데이터’라고 지은 이름에는 이 전시의 의도가 담겨 있다. ‘불온한’이라는 말의 의미는 ‘온당하지 아니하다’는 의미와 ‘사상이나 태도 따위가 통치 권력이나 체제에 순응하지 않고 맞서는 성질이 있다.’는 말을 의미한다. 두 가지 해석 모두 이 전시의 의도를 그대로 전달하고, 어쩌면 관객들의 반응까지 이끌어낼 수 있다. 첫째 의미의 ‘불온하다’는 듣는 사람들로 하여금 의심을 하게 만든다. 둘째 의미의 ‘불온하다’는 데이터가 대기업을 포함한 소수의 권력자들에게 집중되는 현상을 지적한다. 데이터가 불온한 이유는, 그 자체로는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생산하고 사용하는 사람의 생각과 필요, 의도에 따라 가공되고, 그를 따라 소유되고 유통된다. 데이터는 도구이며, 그렇기 때문에 이 전시는 신기술과 이를 둘러싼 사람들의 의도와 반응이 중심이 된다.


새로운 기술, 그것도 자신에 대한 정보를 담은 데이터가 있다. 지금도 사람들은 타당한 경계와 의심을 하고 있다. 이것은 누구의 손에 들어가며 어떻게 쓰일 것인가. 전시회 입구 바로 옆, 수퍼플렉스의 작품이 걸려있다. ‘All Data to the People’을 번역하여 ‘모든 데이터를 사람들에게’라고, 대형 벽화를 통해 직접적으로 소통한다. 데이터는 정보이며, 정보는 이 사회에서 권력이다. 그렇기 때문에 데이터가 소수에 의해 독점되는 현상을 경계하고 균형을 추구한다. 정보 자체, 그리고 이를 가진 이의 의도를 둘러싼 의심은 레이첼 아라의 <나의 값어치는 이정도>(2019)와 자크 블라스의 <얼굴 무기화 세트>(2011~2014)에도 잘 드러난다.


레이첼 아라는 데이터마이닝 기술을 사용해 SNS검색, 관객 수 등의 데이터를 분석하고 자신의 ‘가치’를 만들어내는 요소들과 그 정당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 그녀는 성별과 인종, 나이까지 포함하여 프로그래밍을 했는데, 과연 이는 작품의 실제 가치나 그녀의 실제 가치를 정확히 드러낼 수 있을까? 자크 블라스는 개인의 생체인식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하여 개인정보를 캐내는 폭력을 작품의 주제로 다룬다. 얼굴과 개인의 성향의 상관관계를 알아내는 알고리즘, 그리고 이를 생각해내거나 이용하는 인간들의 편견에 대해 가면으로 대응한다. 이 경우, 불온한 데이터의 사용 의도는 결국 인간의 결점을 보완하지 못하고 고스란히 담아낸다.


하지만 이 기술은 존재하고 이용되면서 사람들마다 반응이 조금씩 달라진다. 위 작품들을 보고, 옆방으로 들어가면 데이터화된 대상이 아니라 사용자로서의 사람들을 조금씩 볼 수 있다. 사람들은 기술을 보고 그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기도 한다. 하름 판 덴 도르펠의 작품 <내포된 교환(Nested Exchange)>(2019)은 작가와 인공지능 프로그램이 함께 만든 작품들이다. 그는 데이터들이 서로 정보를 교환하면서 만들어진 작품에 대해 그 독자성도 인정했지만,“내가 예측하지 못한 결과라고 해도 내가 만든 시스템에서 도출된 결과이기 때문에 그것은 창작자를 닮았다.”고 주장하며 작품의 일부분으로 받아들였다. 그래서 작품 각각의 제목이 있지만, 시리즈는 ‘내포된 교환’이라고 불린다.


어떤 사람들은 공공의 선으로 사용할 수 있으며, 더 좋은 세상이 올 것이라는 희망을 건다. 사이먼 데니는 <블록 체인이란 무엇인가>에서 데이터와 관련한 오류와 편견들을 해결할 수 있는 가장 이상적인 대안을 블록체인* 기술로 제시한다. 데이터를 관리하는 주체를 정부, 은행, 거래소라는 제3기관에서, 기술과 사람들에게 넘기기 때문이다. 그는 투명해진 유통 방식을 활용하면 예술 창작과 거래 방식을 바꿀 수 있다고 주장한다.


* 블록체인: 누구나 열람할 수 있는 장부에 거래 내역을 투명하게 기록하고, 여러 대의 컴퓨터에 이를 복제해 저장하는 분산형 데이터 저장기술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 희망에도 틈은 있다. 김실비의 <금융-신용-영성 삼신도>는 사람들의 희망을 “인간의 욕망에 잠재된 원시성”이라고 표현한다. 그녀의 작품은 금융, 신용, 영성의 이야기를 보이스오버로 들려주는 영상 설치 작품이다. ‘금융’의 주인공은 비트코인과 같은 암호화폐에 투자하는 인간의 불안한 심리를 나타낸다. 그 전세대 만큼의 경제적인 안정을 얻을 수 없다는 상황에서 신기술에 매달리는 모습이 곧이어 ‘신용’의 기술과, ‘영성’의 신성한 존재와 손을 잡는다. 아무리 시대가 바뀌어도 자신을 넘는 절대적인 존재에게 기대려는 모습은 변하지 않았다는 것을 드러내었다.


그리고 김웅현의 <밤의 조우>와 차오 페이 <룸바 01 & 02>는 인간이 스스로를 함정에 빠트릴 수 있다고 경고한다. <밤의 조우>의 주인공 역시 불확실한 위기에 처한다. 그는 하루아침에 외계행성과 같은 환경에 처하고 살아남기 위해 닥치는 대로 정보를 찾아나선다. 그러나 관심 있는 정보만을 찾는 사람들처럼, 스스로를 고립시키고 소멸당하고 만다. 영상 작품의 편집은 주인공의 상황처럼, 유투브의 영상들을 뒤섞이고 혼란스러웠는데, 작가는 “데이터 환경과 정보의 왜곡 현상”을 표현하기 위해 “보도된 사회적 이슈와 가상현실 요소를 조합해 허구의 설정을 뒤섞고, 데이터를 무작위로 모아 직조하듯 엮어서 하나의 스토리로 구성해서 작품을 만든다. “고 언급하였다. 그는 자신의 작품이 최대한 불온해 보였으면 좋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 전시에서 특이한 점이라면, 작가의 이름들이 모두 ‘데이터’처럼 기호로 표현되어 있다는 점이다. 작가들이나 사람들 모두, 신기술 속에서는 ‘데이터'로 보인다는 미래 사회를 보여주는 듯하다. 그 미래 사회에서 데이터로 인해 나타나는 일들은 어떨 지 다시 한 번 고민하게 된다. 데이터를 통해 더 발전된 기술 더 나은 미래를 기대하지만, 인간의 불완전함이 다시 돌아온다. 결국 데이터는 도구이기 때문에 관리, 생산, 유통의 주체 즉, 인간을 닮을 수밖에 없다.



[조은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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