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안녕하지 못한 시험기간 [사람]

시험기간이 주는 아픔을 달래는 법
글 입력 2019.06.17 0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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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시험 기간

 

느긋하게 수업을 진행하시던 교수님들도 종강의 날짜가 다가오자 발등에 불 떨어진 듯 진도를 나가신다. 적절한 예시와 재밌는 영상도 함께 틀어주시며 수업을 진행하시던 교수님들도 어느덧 한 손엔 전공서와 한 손엔 마이크를 들고 래퍼가 되신 듯 전투 딕션을 선보이신다. 빠르게 지나가는 PPT 슬라이드와 전공서적을 비교하며 형광펜을 칠하고 또 중요 부분은 사진까지 찍다 보니 학생들의 눈은 쉬지 않고 굴러간다.

 

그렇기에 기말고사는 중간고사의 범위의 2배가 넘는 경우가 많다. 학생들은 ‘끝까지 범위를 채우시지 않으셔도 되는데….’하는 마음이지만 교수님은 친절히 보충 강의 날짜까지 정하신다. 설상가상 기말고사의 내용은 심화되고 더 복잡해진다. 양은 두터워지고 내용까지 알차니 보기만 해도 배가 부른 전공서적들이다.

 

시험들은 또 왜 이토록 사이가 좋은지 굳이 떨어져도 될 법한 날짜는 모두 피해 한 날짜로 수렴한다. 홀로 시험 날짜를 변경할 수 없는지 의견을 제시해보지만, 소수자인 복수전공생은 다수결의 원칙에 밀려 또 다른 고배를 마신다. 그렇게 겹쳐버린 시험들은 마지막 스퍼트, 벼락치기 공부법도 적용이 애매하다. 시험공부라는 것은 신기하게도 공부를 하면 할수록 공부할 양이 더 늘어나는 마술의 분야이기에 시험 전날의 고작 하루도 부족할 따름이다. 그런 짧은 새벽의 시간을 더 잘게 나눠야 한다니, 차라리 도서관에서 자지 않을 것을 다짐한다.

 

그렇게 도서관 한 구석을 차지하고 시계의 시침은 한 바퀴를 돌아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니, 밖은 어느새 새벽의 풍경들이 으슴푸레하게 밀려오고 있다. 거리의 환경미화를 지켜주시는 고마운 분들은 새벽부터 바쁘게 그들의 업무를 이행하고 조금 이른 출근을 준비하는 사람들은 각자의 근무지로 떠나간다. 새벽의 푸름을 머금은 듯한 거리를 지나, 맥도날드 맥 모닝으로 허기진 달래고 남은 커피를 싸가 다시 도서관으로 향한다.

 

그렇게 뜬 눈으로 간신히 시험들을 마쳤다. 하루에 시험이 여래 개가 겹치면 발생하는 가장 큰 특이점은 전혀 관련되지 않는 전공임에도 불구하고 서로의 이론들이 교차한다는 점이다. 무의식의 흐름에 따라 A 시험의 답안을 적다 보니, 이미 몇 줄은 시험을 치르고 온 B의 내용을 쓰고 있다. ‘빨리 내가 외운 것을 토해내!’라고 수십 번 머리를 때려 봐도 끝내 A의 내용은 떠오르지 않고 쓸데없는 이론들이 느긋하고, 아주 얄밉게 부유한다.



 


이런 시험 기간에도 휴식은 필요하다. 과유불급의 늪에 빠져 잘못하면 헤어 나올 수 없는 ‘유튜브’를 켜고 잠깐 웃을 수 있는 콘텐츠를 찾아본다. “와썹맨이 와썹~” <박준형의 와썹맨>, 요즘 뜨고 있는 <장성규의 워크맨>이 짧고 강렬한 콘텐츠다. 이들은 JTBC의 크로스오버 스튜디오인 <스튜디오 룰루랄라>의 작품으로 전문적인 촬영 및 편집과 함께 보다 인터넷 방송에 적합한 트렌디한 방송을 보여주고 있어 시험 기간에 짧게 보고 활기를 충전하기에 적합하다.

 

또, 시험 기간만 되면 괜히 나태해지는 자신을 바라보며 조금은 동의 부여를 얻기 위해 보는 영상이 두 가지 정도가 있다. ‘이지영 선생님의 공부 조언’ 영상과 ‘의대생 VLOG’이다. 이지영 선생님은 고등학교 때부터 수강했던 사회문화/생활과 윤리 영역의 1타 인터넷 강의 강사이다. 이지영 선생님이 유명한 이유는 첫째로 그 강의력에 기반을 두었지만 더불어 인생에 대한 조언, 학생들에 대한 배려와 관심에서 오는 말들이 참 가슴에 와 닿기 때문이다. 어느새 이지영 선생님의 공부 조언은 명언 모음집처럼 올라오는 채널이 생겼고, 수험생이 아니더라도 종종 동기 부여를 받기 위해 이 채녈을 찾는 사람들도 늘었다.

 

‘의대생 VLOG’는 맞춤 동영상에 올라와 우연스럽게 접하게 된 콘텐츠이다. ‘의대생’이라면 흔한 일상에서는 접할 수 없는 영역의 사람들이다. 그리고 이들은 그 나름대로 자신의 일상을 공유해 사람들에게 공개한다. 나보다도 훨씬 어려운 과목들을 더 열심히, 바쁘게 살고 있는 의대생들의 삶을 지켜보다 보면 자연스럽게 동기부여를 받고 책상 앞으로 앉게 된다. 또 이런 사람들도 공부만 하는 범생이들이 아니라 평범한 대학생들처럼 즐기고 놀기도 하는 사람들이구나, 하는 재미도 얻게 된다. 조금은 아이러니하면서도 어이가 없어 보이는 동기 부여 방법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세상 모든 일이 촉박하고 힘들어지는 시험 기간에는 그 어떤 것도 위로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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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의 중간고사의 하늘, 6월의 기말고사의 하늘

 


올해의 시험 기간은 참 이상하다. 지난 중간고사 기간이었던 4월 말 5월 초, 지금의 유월도 이상하리만큼 날씨가 좋다. 특히 무엇보다 하늘이 예쁘다. 미세먼지가 눈 앞을 가려 전국이 비상이었던 3월과 갑작스레 이른 더위가 찾아왔던 근래의 날씨와는 다르게 참 여유롭고 느긋한 날씨다.

 

이런 좋은 날씨에 겨우 기말고사의 중간을 지나가고 있다. 아직도 공부하고 외어야 할 것은 남아 있고, 시험은 코앞이다. 그런 피곤한 나에게 항상 하는 말이 있다. ‘오늘 피곤하고 오늘 하루 잠을 참으면, 시험 끝나고는 온종일도 잘 수 있어.’ 이런 식으로 마인드 컨트롤을 하다가도 책상에 앉으면 빡빡한 시험 범위에 한숨을 푹 쉬게 된다.


무엇을 위해 학점을 챙기는가, 난 왜 복수전공을 신청했는가. 알 수 없는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은 눈앞에 놓인 가장 가시적인 것에 매달려야만 그 불안이 조금이라도 가시는 것 같다. 그리고 여전히 그것의 정답은 미래의 나에게로 미룬 채, 그저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아가는 것에 의미를 두고 오늘도 난 시험공부를 위해 도서관을 향한다.



[정일송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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