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호의 메인 이슈인 ‘판을 바꾸는 그래픽 디자이너15’ 섹션에서는 아스트리드 스타브로, 포레스트 영 같이 뛰어난 작업으로 잘 알려진 디자이너와 함께, 기존에 없던 것을 처음 시작한 ‘판을 바꾼’ 디자이너들을 실었다.

사실 이미 잘 알려진 디자이너라 해도 디자인 세계에 무지한 본인에게는 15명의 디자이너 모두가 낯선 이들이다. 그 중에서도 가장 큰 관심을 집중시킨 디자이너는 크리스텔 브린쇼트다. 미술, 디자인, 애니메이션을 오가며 작업하는 브린쇼트는 특히 영상작업을 많이 하는 편인데 애니메이션과 영상을 완전히 독학으로 습득했다고 한다.

함께 리스트 업 된 디자이너들 중 유일하게 영상물을 취급한다는 점에서 독특함을 느꼈고, 그녀의 작업물들이 가진 특유의 밝은 색감과 이상하게 생겼는데 그리 밉지 않은 캐릭터들에 매력을 느꼈다. 또, 그녀가 설립한 ‘TV 고스팅’에 눈길이 갔다. TV고스팅은 독특한 방법으로 예술과 테크놀로지를 결합하고자하는 모든 예술가들을 위한 일종의 플랫폼으로 그녀의 집 앞마당에서 시작되어 현재는 아티스트들의 양성소 역할을 하고 있다.

아티스트들 간의 교류와 그 관계에서 나오는 긍정적 에너지들에 관심이 높은 분이 이끄는 예술 크루에 몇 번 참여한 경험이 있는데 그 모임이 가진 성질과 TV고스팅이 가진 성질의 유사함을 느껴 더 이끌렸다.

“일하면서 가장 영감을 얻는 순간 중 하나는 아주 독특하고 친밀하고 진솔한 방식으로 아티스트들을 서로 연결해주고, 그들의 일이 잘되는 걸 지켜보는 거예요. 동종 업계 사람들을 돕지 않는다면 그건 자기 자신을 돕지 않는 거나 마찬가지죠.”

- 크리스텔 브린쇼트

다른 방향으로 이목을 끈 인물이 있는데 ‘폰투스 퇴른크비스트’다. 그는 감자 전분으로 일회용 식기류를 제작하는데, 그의 제작물들은 잡지의 레이아웃이나 타이포그래피같은 그래픽 디자인다운 것들을 다루는 타 디자이너들과는 결이 달라 보였다. 그래픽 디자인을 다루는 것 같지 않은 그가 ‘판을 바꾸는 그래픽 디자이너15’에 포함되어 있는 게 조금은 생뚱맞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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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이너도 아닌 내가 이 잡지를 읽어보고 싶다고 생각한건 단순히 재밌어 보여 서였다. 마치 게임 그래픽을 연상시키는 표지와 책이 아닌 잡지라는 지칭은 더 가벼운 마음으로 책장을 넘길 수 있게 해주었다. 첫 장을 넘기고 목차를 볼 때까지만 해도 이어지는 8비트 게임의 테마는 기대감을 증폭시켜주었고 초반에 보이는 타이포그래피에 관한 이야기들은 이전에 보았던 전시 ‘안 봐도 사는데 지장 없는 전시’를 떠올려 반갑기도 하였다.

놀랐던 점은 생각보다 다양한 이야기들을 해주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후루룩 넘겨보는 잡지를 생각했던 나의 예상을 깨고 한 장 한 장 읽고 넘어가는데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CA라는 한 권의 잡지는 마치 디자인이라는 무지의 세계를 쉽고 재미있게 설명해주는 교양 수업 교수님과 같았다. 디자인 세계에 이미 잘 알고 있는 사람은 물론, 본인과 같이 제로베이스인 사람에게도 추천해주고 싶은 도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