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아이디어와 영감의 바다에 풍덩 빠져보세요! - CA #244 [도서]

디자인 매거진 <CA #244>
글 입력 2019.06.05 0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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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3번째로 CA 디자인 매거진을 만나게 되었다. 깜빡하고 3-4월호를 빼먹은 것만 빼면 2018의 마지막 호부터 2019년 6월인 지금까지 이 잡지를 즐기고 있다. (CA매거진은 2달 간격으로 출간된다.) 이번 호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디자인에 관심이 있는, 디자이너를 꿈꾸는, 디자인에 종사하고 있는, 모든 디자인-er 들을 위한 잡지, CA 매거진 244호에 대한 리뷰를 시작하겠다.


사실 이 잡지가 얼마나 디자인에 관련된 양질의 풍부한 정보를 가지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자세히 적지 않겠다. 이미 CA 매거진을 처음 만났을 때부터 엄청나게 예찬했기 때문이다. (내가 적었던 CA 매거진 리뷰를 참고하기 바란다.) 이번 호 역시 디자인 필드의 한가운데에서만 알 수 있는 정보, 영감, 아이디어, 조언, 소식들이 한가득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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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11-12월호 CA#241호 리뷰

2019 1-2월호 CA#242호 리뷰




그냥 글자가 아니에요


사실 이번 호의 주제가 "판을 바꾸는 그래픽 디자이너 15"이긴 하지만, 그래픽 디자인을 제외한 다양한 디자인 정보들도 담겨있다. 그럼에도 인상 깊었던 건 그래픽 디자인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타이포그래피'에 대한 글을 볼 수 있었다는 점이다.


타이포그래피에 대해 알지 못하는 사람이라면, 그냥 '글씨' 그뿐이겠지만 디자인에서 글씨는 상상 이상으로 중요한 역할을 한다. 폰트 자체의 모양에서 풍기는 '뉘앙스'도 중요하지만, 문자의 크기, 공간의 활용에 따라 디자인 결과물이 천차만별이 되기 때문이다. 가끔 같은 폰트를 사용했음에도 묘하게 촌스러워 보이는 이미지나 광고를 상상하면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바젤 디자인대학교에서 타이포그래피 수업을 하고 있는 안진수 교수와의 인터뷰에는 타이포그래피라는 디자인과, 작업 과정을 조금 더 자세하게 들여다볼 수 있다. CA매거진의 장점 중 하나는 디자인에 관련된 포괄적인 질문만을 하는 것이니라, 실제로 디자이너가 궁금한 것들을 질문한다. 예를 들면, "어디서 영감을 얻나요?"등의 질문 말고, "어떻게 자리 잡았는지, 가르치는 타이포그래피 수업의 커리큘럼은 어떤지, 타이포그래피를 공부할 때 무엇이 중요한지"등의 디테일한 질문을 한다. 그 질문에 대한 답변 역시 세세해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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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를 통해 알게 된 타이포그래피 디자인 과정은 내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아주 세세하게 '글자'와 '공간'을 쪼갠다는 것이다. 해당 글이 의미하고 있는 내용, 즉 글의 내용을 완전히 이해하고, 글자의 형태를 분석하고, 이렇게 해서 알게 된 이해와 분석을 바탕으로 글자를 디자인적으로 재구성한다.



"기술적으로는 공간에 대한 세밀한 이해를 바탕으로 단계를 밟아 나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글자 크기를 정하면 글자 사이 공간을 정해야 하고, 다음에는 낱말 사이 공간을 조절하죠. 이렇게 만들어진 글줄 하나에 확신이 글줄 사이 공간으로 넘어갑니다."



하나의 디자인 작업물에 이토록 방대한 고민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 새삼 와 닿는다. 타이포그래피에 관련해서 이 잡지에는 '폰트 소식'도 담겨 있다. 새로 나온 폰트 정보와 광고도 있다. 디자인에서 폰트가 차지하는 역할에 비해 폰트 소식은 대중매체에서 찾기 힘들다는 점을 생각하면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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폰트관련 책 <2017 내가 쓴 한글 폰트>, 사고싶다!




판을 바꾸는 그래픽 디자이너


이번 호의 메인 주제인 '판을 바꾸는 그래픽 디자이너 15명' 챕터에서는 각기 다른 개성과 경력을 가진 다양하고 매력적인 디자이너 15명과 그들의 디자인을 소개한다. 영향력을 가진 유명한 디자이너부터 이름을 떨친 지 얼마 안 된 디자이너까지 더 흥미로운 건 그들의 디자인이었다. 감자를 이용하여 친환경 제품 디자인을 하는 '폰투스 퇴른크비스트'부터, 의도적으로 "해선 안 되는 방법"을 사용하여 예측 불가능한 디자인을 하는 '크리스텔 브런쇼트', 다양한 질감과 물질로 공간을 구성하는 '왕 & 쇠테스트룀'까지 그들의 디자인은 자유롭고 신선했다. 비교적 우리에게 익숙한 디자인 스타일을 가진 디자이너들도 소개되었다. 하지만 그들의 디자인은 하나같이 그들의 취향과 개성이 담겨있었다. '클래식'한 디자인을 사랑하는 사람부터, 디자인으로 '유머'를 표현하는 사람까지. 그들의 디자인과 매력을 직접 확인해보았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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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이너 엿보기


다양한 디자이너와 그들의 디자인 작업물을 보며 얻는 아이디어와 영감만큼이나 이 매거진에서 얻을 수 있는 가장 유익한 정보는 바로 디자이너들이 '디자인'을 대하는 태도이다. 실제로 디자인을 하는 사람만이 느낄 수 있고 알 수 있는 것들이 CA 매거진에는 너무나 잘 나타나 있다. 앞서 소개한 디자이너 '인터뷰', 잡지에 따로 소개되어있는 디자인 스튜디오, 그리고 별도의 글에서도 이를 확인할 수 있다. 가장 인상 깊은 몇 가지 콘텐츠를 소개하기 이전에 CA매거진의 목차를 첨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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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UDIO INSIGHT에 소개된 디자인 스튜디오 '덤바'의 디자이너들이 말하는 "어떻게 야심 차게 디자인할 것인가"에서는 그들의 디자인 철학을 확인할 수 있다. INDUSTRY ISSUE 중 '틀에 박힌 디자인 사고 부수기'란 이름의 콘텐츠에서는 디자이너에게 필요한 "창의적인 디자인"을 위한 조언 몇 가지를 보여준다. PROJECT 목차에서는 아예 디자인을 하는 과정을 요약하여 보여준다. 주로 브랜딩이나 리브랜딩 과정이 많은데, 어떤 아이디어로 디자인 작업을 시작했는지, 과정이 어땠는지, 마지막으로 결과물까지 보여줘 아직 디자인 관련 경험이 없는 이들에게 디자인 작업 과정을 자세하게 보여준다. 이 모든 챕터에서 여러 창작자들이 자신의 디자인 작업을 위해 어떤 철학과 어떤 태도를 가지고 임하는지를 자세하게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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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튜디오 '덤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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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JECT 챕터 중




당신의 디자인을 업그레이드 시켜줄 선물박스


디자이너들에게 얻은 일련의 이미지라 함은, CA 매거진의 지난호에서도 느꼈던 '이해와 스토리'이다. 디자인은 결과물로서 대중에게 노출되지만, 그 결과물이 하나의 이미지일지라도 과정은 결코 단순하지 않다. 하나의 디자인 작업물을 위해 디자이너들은 다양한 시각과 방법으로 디자인할 대상을 분석하고, 분해하고, 재구성한다. 그 과정에서 '스토리'는 꼭 필요하다. 디자이너가 자신의 디자인이 어떤 의미와 스토리를 가지고 있는지 확실하게 정립하는 과정은 디자인 작업에서 중요하다. 디자인에서의 '의미'는 우리의 예상보다 훨씬 많은 노력과 시간을 필요로 하는 모든 디자인 과정을 갈무리하는 베리어가 된다. 그리고 일종의 '정돈됨'을 부여하는 '의미와 스토리'는 디자인 작업에서 필수적인 클라이언트와의 소통에서도 필수적이다.


여기서 말하는 '의미'와 '스토리'에는 디자이너의 개성도 들어가 있는데, 이 개성에 대한 디자이너들의 태도도 인상 깊다. CA 매거진에서는 창의성과 대중성이 부딪힐 때 어떻게 균형을 잡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 보여준다. 특히 위에서도 언급한 <틀에 박힌 디자인 사고 부수기>에서는 클라이언트와 대중의 시선을 신경 쓰다 창의성과 주체성을 잃은 디자이너들에게 현업 종사자들의 입을 통해 어떻게 그 틀을 부숴야 할지 몇 가지 조언을 보여준다.



"관습적이고 보수적인 디자인 사고에서 벗어나면 더 자유롭게 아이디어를 낼 수 있고, 클라이언트도 만족시킬 수 있다. 단, 올바른 방법으로 그렇게 해야 한다. 사업 실적을 포기하지 않고도 틀에서 벗어나 실험과 모험을 하는 방법을 6명의 업계 종사자를 만나보았다. 이들이 말하는 '올바른' 방법을 알아보자."



뻔한 디자인은 쉽게 외면받지만, 너무 독창적이면 아무도 찾지 않는 디자인이 될 위험이 있다. 새롭게 '실험'하되, '선'을 지켜야 하고, 그 새로움을 두려워하는 클라이언트에게 누구보다 자신감 있게 가지고 자신의 디자인을 소개해야 한다. 마냥 틀을 부수라고 하지도 않는다. 기존의 관습을 깨는 용기만큼이나 기존의 관습-원리를 완전히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규칙을 깨기 위해선 규칙을 알아야 하고,
규칙의 원리를 알아야 한다." 

"무엇을 깨는지 알아야 한다."


디자인은 다른 예술 분야와 다르게 나 홀로 진행하는 작업이 아니고, 클라이언트와 그 클라이언트가 신경 쓰는 대중의 시선까지 고려해야 하는 작업이기에 '독창성'과 '대중성'이라는 상대적인 가치를 동시에 지녀야 한다. 그렇기에 독창성을 위해 마냥 독단적으로 혼자 달려갈 수는 없는 일이다. 이런 현실에서 "규칙을 깨되, 그 규칙의 원리를 완벽하게 알아야 하고, 무엇을 깨는지 알아야 한다"는 여러 디자이너들의 조언은 너무나도 도움이 되는 메시지다.







벌써 3번째로 만나게 된 CA 디자인 매거진 잡지를 읽으면서, 현업 디자이너들의 커리어를 보면서 한 가지 든 생각은 디자인 분야는 정말 '경험'이 좌지우지하는 곳이구나라는 생각이다. 이 매거진에서 소개된 디자이너들의 경력은 정말 다양하다. 포괄적으로 '디자인'이지만, 정말 다양한 디자인 분야가 있기에 순수 회화를 하다 그래픽 디자인을 하는 사람도 있고, 아트 디렉터로 광고업계에서 일하다 소품 제작자로 일하는 사람도 있었다. 공무원이나 법조계 시험같이 한 가지 목표만을 향해 달려가는 게 아니라, '디자인'이라는 큰 단어를 공통으로 가지는 무수히 많은 길이 뚫려있고, 다양하기에 선택하기 어려운 길을 자신이 직접 부딪히며 나아가는 느낌이다. 다만 확실한 건 그들 모두가 도전과 경험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었다. 그들의 경험이 포트폴리오가 되고, 그 경험은 또 다른 경험과 기회의 양분이 된다. 그 생생한 기록을 매거진을 통해 직접 보니 그냥 그들의 삶이 나에게 새로운 인사이트가 된다.


완전한 예술로 평가받지 않는 현실이지만, 디자인만큼이나 방대한 예술이 있을까. 어떤 예술보다 소통해야 하는, 소통할 줄 알아야 하는 창작물. 나는 '디자인'이라는 분야가 너무나도 매력적이라고 생각한다. CA 매거진 리뷰에 매번 적는 말이지만, 디자인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꼭 이 잡지를 한번 펼쳐보길 바란다. 꼭 '디자인'이 아니더라도, "이 디자인 참 이쁘다. 이런 건 어떻게 만들어지는 거야?"라는 생각을 한 번이라도 한 사람이라면 이 잡지가 당신에게 엄청난 아이디어와 영감을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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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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