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전쟁 속 한 여인의 슬픔을 어루만져 줄 오페라 나비부인

푸치니의 비극적 오페라 나비부인
글 입력 2019.05.21 2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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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 ‘나비부인’에 대해 처음 들었을 때 이 작품의 유명세와 함께 푸치니의 작품으로 잘 알려졌다는 사실이 가장 먼저 떠올랐다. 하지만 내 머릿속 나비부인에 대한 배경지식은 더 이상은 없을 정도로 옅었고, 이는 사람들에게 나비부인은 푸치니의 유명한 오페라 작품이라는 사실을 말하며 작품에 대해 알고 있다고 말하기도 조금은 부끄러운 지식이었다.


하지만 이번 향유를 통해 그동안 이름만 알고 있었던 나비부인을 더욱 깊게 알아갈 수 있는 감사하고도 소중한 기회를 얻었다. 오페라 <나비부인>은 2019년 제10회 대한민국오페라페스티벌 중 한 작품으로, 노블아트 오페라단과 함께 예술의전당에서 그 날갯짓을 관객들에게 선보일 예정이다.


늘 클래식과 뮤지컬 중간 미지의 점에 놓인 듯한 신비한 장르인 오페라를 언젠간 꼭 봐야지 생각만 하고 지금까지 오페라를 직접 본 적은 없었다. 그렇기에 내게 첫 오페라 공연이 되어줄 나비부인의 의미는 더욱 남다르게 느껴지는 듯했다.


내가 그동안 오페라와 뮤지컬의 차이를 정확히 인지하지 못하고 오페라는 클래식음악과 오케스트라적 요소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고 믿었듯이, 아직 둘의 차이를 모르시는 예비문화인들을 위해 간단한 설명을 덧붙이고 싶다.


우선, 오페라에선 거의 모든 대사가 노래로 이루어질만큼 노래의 중요성이 특히 부각되는 반면에, 뮤지컬은 노래와 대사의 비중이 섞여있고 배우들에게 가창력과 더불어 안무를 소화할 수 있는 춤실력 또한 요구된다. 다음으로, 오페라 가수는 벨칸토창법을 구사하며 마이크를 쓰지 않는 반면 뮤지컬배우는 마이크를 사용하고 팝송에 가까운 창법을 보여준다.


학창시절 음악시간에 슬쩍 들었던 기억이 나는 벨칸토창법. '벨칸토'라는 이 단어는 본래 아름다운 노래라는 뜻으로 19세기전반 이탈리아 오페라에 쓰였던 화려하고 기교넘치는 창법을 뜻하는 말이다. 푸치니와 더불어 오페라 작곡가로 잘 알려진 로시니는 벨칸토 가수의 조건 3가지를 제시하기도 했다.



1. 전체 성역에 걸쳐 자연스럽고 아름다운 목소리를 지닐 것


2. 노력 없이도 화려한 기교를 소화할 수 있도록 훈련되어 있을 것


3. 이탈리아 명가수의 노래를 듣고 거기서 배워 얻을 수 있는 탁월한 창법을 몸에 익힐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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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3가지 조건은 오페라에서 노래가 얼마나 중요한 요소로 인식되는지를 아주 잘 명시하고 있다. 노력없이도 화려한 기교를 자유자재로 소화해내기 위해선 보이진 않지만 정말 수많은 시간과 열정을 담은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피나는 노력으로 결국 노력이 필요없는 결과를 만들어낸다는 점이 정말 마음에 와닿았던 것 같다.


또한, 오페라가수의 독창부분인 아리아를 관람할 수 있다는 것은 오페라공연만이 가진 하이라이트일 것이다. 나비부인에선 초초상이 남편 핑커톤을 기다리며 자신의 마음을 담은 노래를 여종 스즈키에게 불러준다고 한다. 나비부인의 아리아 '어떤 개인 날'을 직접 들으며 오페라가수들의 역량을 감상할 수 있다는 점은 이번 공연에 있어 내가 제일 기대하는 부분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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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 <나비부인>은 부분적으로 동양의 5음 음계와 민요선율을 이용하여 이국적이면서도 섬세함과 세련됨을 무대에 그대로 살려내었다. 서양의 음악 장르 속에 은은히 스며든 동양의 예술적 감성이 어떻게 표현되었을지에 대한 기대가 크다. 노블아트오페라단과 뉴서울필하모닉오케스트라가 나비부인에게 음악적 혼을 불어넣는 동시에 그 선율의 끝자락에서 피어날 나비부인의 이야기 또한 아주 흥미로운 감상 포인트 중 하나일 것이다.

나비부인은 19세기 후반 유럽에 불어온 일본문화 열풍, 자포니즘을 일으킨 이국적이고 신비한 게이샤를 다룬 소설 <국화부인>을 바탕으로 한다. 프랑스 비관주의 작가 피에르 로티의 소설 <국화부인>은 데이비드 벨라스코에 의해 연극 <나비부인>으로 탄생했고 푸치니는 이를 오페라로 만들기로 한다. 이 사실을 접하고나니 나비부인의 포스터에서 느낄 수 있었던 특유의 동양미가 그제야 이해됐다.

벨라스코의 말에 따르면, 푸치니는 런던에서 열린 연극 '나비부인'을 보고 눈물을 흘릴 정도로 감동했고 작품의 저작권을 사겠다며 무대 뒤로 달려갔다고 한다. 이탈리아 출신 작곡가인 푸치니는 연극 당시 영어의 대부분을 이해하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작품을 본 후 깊은 감동을 느꼈다. 이는 문화예술에 내재된 아름다움은 결코 무시하기 어려운 언어의 장벽까지도 초월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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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아코모 푸치니 (Giacomo Puccini)


하지만 푸치니의 감동이 낳은 오페라 나비부인의 초연은 대실패였다. 그 이유는 초연당시 초초상 역을 맡은 주연배우 로지나 스토치오가 지휘자였던 토스카니니와 내연관계였다는 점에서부터 출발한다. 공연 도중 스토치오의 기모노가 우연히 풀어졌을 때, 그녀가 토스카니니의 아이를 임신했다는 말이 관객석에서 나오는가하면 초연에 대한 언론반응 또한 냉정했다.

하지만 푸치니는 초연의 실패에 굴하지 않고 오페라 나비부인을 산 출판업자에게 작품의 대가를 지불하며 그를 다시 돌려받았고 작품을 수정하기 시작한다. 푸치니의 작품에 대한 감동과 그에 대한 초심, 그리고 예술을 소중히 여기는 열정과 마음은 결국 나비부인을 오늘날 가장 사랑받는 오페라 작품 중 하나로 만들기에 충분했다.

피에르로티의 소설 <국화부인>이 벨라스코의 연극 <나비부인>으로 재탄생했고 푸치니의 손에 의해 멋진 오페라로 그의 새로운 전성기를 맞았다. 또한 푸치니의 오페라를 원작으로 우리나라의 강수진 발레리나가 연기한 슈투트가르트 발레단의 발레 <나비부인>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이처럼 하나의 예술이 또다른 예술들을 연이어 창조해내는 것을 보면, 예술이 가진 아름다움에 반하지 않을수 없게 되는 동시에 그것의 소중함을 다시금 인식하게 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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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의 공포와 혼란 속에서 나비부인의 주인공인 초초상이 유일하게 기댈 수 있었던 사람은 그녀의 남편이었다. 남편 핑커톤은 곧 돌아온다는 말 한마디를 남긴 채 고향을 떠났고, 초초상은 주변 사람들의 계속되는 재혼권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그녀의 아들과 함께 남편을 기다린다. 하지만 애타게 기다렸던 남편이 다른 여자와 함께 돌아온 모습을 본 후 나비부인은 스스로 목숨을 끊게 되는 선택을 한다.

이별의 순간에 죽음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나비부인의 비극적 스토리를 푸치니의 음악과 함께 들으며, 그 슬픔에 공감할 수 있는 한 명의 관객이 될 날이 하루빨리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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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부인
- 제10회 대한민국오페라페스티벌 -


일자 : 2019.05.31 ~ 06.02

시간
금, 토 19:30
일 16:00

장소 :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티켓가격
R석 150,000원
S석 120,000원
A석 80,000원
B석 50,000원
C석 30,000원
D석 10,000원
페스티벌석1 30,000원
페스티벌석2 20,000원

주최
대한민국오페라페스티벌조직위원회
예술의전당

주관
노블아트오페라단

후원
문화체육관광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서울특별시, 서울문화재단
(사)대한민국오페라단연합회

관람연령
만 7세이상

공연시간
150분 (인터미션 : 20분)


[이소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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