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나쁜 놈 때려잡는 착한 놈', "열혈사제"와 "특별근로감독관 조장풍"으로 본 드라마의 폭력성 [TV/드라마]

글 입력 2019.05.06 0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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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약 두 달 간 SBS에서 방영된 드라마 <열혈사제>가 성황리에 끝을 맺었다. <열헐사제>는 금요일과 토요일 저녁에 방영되었던 40부작 드라마로, 이명우 감독과 박재범 작가의 작품이다. <열혈사제>는 마지막 회에 22%(닐슨코리아 제공)의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며 인기 드라마로서의 입지를 증명했다. 특히 시청률 20% 달성 공약을 지키기 위해 한 연예 프로그램에서 눕방을 벌이는 등 종영 이후에도 화제작으로서의 행보를 이어나갔다. 해당 드라마가 방영 기간 동안 꽤나 두터운 팬층을 확보하게 되면서 현재 <열혈사제> 시즌 2의 방영도 거론되고 있는 상황이다.


드라마 <열혈사제>는 신부 김해일(김남길 분)을 주축으로 검사 박경선(이하늬 분)과 형사 구대영(김성균 분) 등이 힘을 합쳐 악의 세력을 무너뜨리는 내용을 담고 있다. 종교계과 형사계, 절대 어울리지 않을 듯한 두 세계는 극중에서 서로 교차, 협력하며 악인들을 처단해 나간다. 이렇게 상승 기류를 탄 ‘팀 김해일’은 속 시원한 ‘사이다’와 같은 캐릭터들도 기능한다. 특히 전직 특수 요원 출신인 김해일은 이 두 세계의 접점이자, 두 영역의 상호 모순적 일면들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매력적인 캐릭터로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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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작품의 구조와 지향점은 ‘열혈사제'라는 드라마의 제목에서 압축적으로 드러난다. 종교적 임무를 수행하는 직업인 ‘사제'의 성스러운 이미지와, ‘열혈’이라는 단어가 발산하는 불같은 에너지를 합성함으로써 서사 진행과 유머 코드의 기틀이 잡힌 셈이다.


그러나 <열혈사제>가 내세우는 웃음 코드는 해당 드라마의 흥행 기록이 의문스럽다고 느껴질 정도로 상당히 폭력적이다. <열혈사제>의 유머는 일차적 감각을 자극하는 폭력성에 근거한다. 단순하고, 원초적이며, 이해하기 쉽다. 예컨대 드라마의 액션신에서 한 캐릭터가 박치기를 할 때, 순간적으로 도입된 슬로우 모션과 함께 그의 머리에서 징 소리가 나는 등의 장면은 매우 단순하면서도 우스꽝스럽다. 이러한 유머 코드는 '권력 관계의 전복'의 상황과 결합되어 더욱 강렬한 카타르시스를 유발한다. 선과 악의 이분법적 인물 구도 내에서 최후에 모든 갈등이 해결되기 전, 선량한 자가 일시적으로나마 힘을 획득하여 악인에게 복수를 하는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악의 세력에 속한 사람을 물리적으로 때리거나 시종처럼 부릴 수 있을 때, <열혈사제>가 직조해 낸 뒤틀린 웃음은 증폭된다. 그리고 시청자는 악인들이 ‘맞아도 싸다’고 생각하면서, 악의 몰락에 통쾌함을 느낀다.


드라마의 유머 코드와 더불어, <열혈사제> 속 여성 캐릭터의 입지도 짚어둘 필요가 있다. 많은 남성중심적 드라마에서 드러나듯, <열혈사제>의 여성 캐릭터는 유능하고 전문직에 종사하지만, 그 직업의 최고 직급에는 자리하지 못한다. 이는 ‘폭력을 통한 폭력에의 저항’이라는 테마에 더 적합하다고 간주되는 남성 캐릭터가 주인공을 맡고 여성 캐릭터는 그의 조력자 역할을 수행하는, 한국 드라마의 일반적 인물 구도와도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소위 ‘커리어 우먼’의 이미지만 남은 이 여성 캐릭터들은, 드라마의 결정적 순간들에서 교묘하게 주변화될 수밖에 없다. ‘열혈’이라는 단어가 말해주듯, 드라마의 폭력성이 이렇게 일반적 남성성과 연결된다는 점은 가벼이 여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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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가지 더 짚어둘 점은, 이러한 ‘힘으로 힘 센 놈을 제압하는’ 관습적 서사 구조가 비단 <열혈사제>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실제로 <열혈사제>와 같은 문법을 구사하는 한국 드라마는 매우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가령 우리는 최근 방영을 시작한 MBC 드라마 <특별근로감독관 조장풍>에서도 비슷한 서사 구조를 발견한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첫째, <특별근로감독관 조장풍>은 주인공 조진갑(김동욱 분)이 갑질 악덕 사업주를 응징하는 데에서 오는 카타르시스와 통쾌함을 노리는 드라마이다. 온라인 게임에서 게임 회차를 거듭할수록 점점 더 높은 레벨의 몬스터를 잡게 되듯이, 정의감으로 무장한 주인공은 카르텔의 한 계단 한 계단을 오르며 악의 끝자락에 도달한다. 또한 주지하다시피, 그 끝자락에는 윤리 의식을 잃어버린 재벌 세력이 있을 것이다.


둘째, 주인공은 몇몇의 조력자와 함께 작전을 수행한다. 특히 ‘걸크러쉬’ 여성 조력자와 자신을 신뢰하는 남성 조력자의 도움 하에 그는 자신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후자의 경우, 주인공과 일명 ‘콤비’를 이루어 행동을 같이한다. ‘행동을 같이한다’ 함은, 주로 액션 신에 함께 등장하여 싸움을 함께한다는 뜻이다. 셋째, 주인공에게는 트라우마가 있다. 이 트라우마는 주로 주인공의 ‘선함’을 의심케 하는 요소이다. <열혈사제>의 김해일이 특수 요원 시절 실수로 민간인을 죽인 적이 있는 것처럼, 근로감독관 조진갑도 과거에 폭력 교사였다는 캐릭터 설정이다. 주인공의 이러한 트라우마는 ‘네가 나랑 다를 바가 뭐야’ 정도의 대사로 악인이 그를 자극하게 하는 요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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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사실들은 포털 사이트에 게시된 <특별근로감독관 조장풍>의 소개글에서 숨김없이 드러난다.


"왕년엔 불의를 참지 못하는 유도 폭력 교사였지만 지금은 복지부동을 신념으로 하는 6년 차 공무원 조진갑(별명 조장풍)이 고용노동부 근로감독관으로 발령 난 뒤 갑질 악덕 사업주 응징에 나서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 통쾌 작렬 풍자 코미디 드라마"


‘통쾌’와 ‘코미디’ 등의 말과 함께 쓰인 ‘불의’, ‘폭력’ 등의 단어는, <특별근로감독관 조장풍>이 <열혈사제>와 마찬가지로, ‘폭력을 통한 폭력에의 저항’이라는 테마를 내거는 드라마라는 인상을 풍긴다. 실제로 조진갑은 ‘전직 폭력 교사’라는, 선제적 캐릭터 설정으로 인해 정의 구현의 수단으로서 당연히 폭력을 사용한다. 이는 <열혈사제>에서 ‘전직 특수 요원’이라는 캐릭터 설정을 부여받은 김해일의 경우와 같다. 드라마의 여러 소수자들을 빌어 시청자의 억울함을 풀어주려는 이 권선징악형 드라마들은, 소위 '조폭 문화'를 답습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그리고 이러한 서사 구조는 두 드라마의 종영 이후에도 끊임없이 반복될 것임을 우리는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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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서사 구조가 한국 드라마의 전형적 문법으로 자리잡은 이유는 무엇일까. ‘권선징악’이라는 코드가 원래 그렇듯, 이에 내재된 폭력성은 분명 ‘답답함’이라는 감정에서 기인했을 것이다. 계층 간 간극 및 갈등, 조직 문화를 아우르는 위계 질서, ‘갑질’로 대표되는 권위주의적 문화, 임금 체불 등의 비합리적 처사, 약자 소외 등의 문제는 한국 사회의 고질적 문제들이다. 그렇기에 한국 사회의 전반적인 스트레스 정도는 높을 수밖에 없고, 합리적 문제 해결에 대한 사람들의 기대치가 낮은 것은 당연하다.


수십년의 경험을 통해 사람들은, 권력 관계에 의한 문제가 발생했을 때 사회가 약자를 보호해주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리고 자신의 억울함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힘이 필요하다는 것을 체득했다. 이와 같은 사회에 대한 불신은, 우리로 하여금 일종의 체념적 선택을 하게 만들었다. 부당함에 관심 갖지 않는 사회 대신, 약자에 대한 동정심이 가득하고 싸움도 잘하는 정의의 사도를 드라마에 소환하여 위계 전복의 통쾌함을 만끽하는 것이다. 이렇게 현실에서 실현 불가능한 것, 즉 ‘악의 세력 타도’를 바로 내 눈 앞에 펼쳐보이는 것은 사실 효율적인 선택일 지도 모른다.


그래서 <열혈사제>가 표방하는 '폭력을 수단으로 한 정의 구현'에 동의할 수 없으면서도, 드라마가 주는 쾌감에 다시 집을 나설 힘을 얻는 사람들을 감히 원망할 수 없다. 질퍽한 웃음 코드로 지금 한국 사회의 필요를 채우는 이 드라마에게, 한순간 자취를 감추라 명할 수도 없다. 다만 위와 같은 코드가 문법화될 수밖에 없는 우리 사회의 현위치가 안타까울 뿐이다. 그리고 그러한 필요에 가려진 ‘수단으로서의 폭력’에 대한 성찰의 부재가 아쉬울 뿐이다. <특별근로감독관 조장풍>의 소개글에도 등장하는 ‘니들은 좀 맞아야겠다’ 등의 관용 표현들이 보여주듯이, 실재로 현재 한국 사회는 응보적 관점의 정의구현에 큰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이는 사회 전체의 고착화된, 비합리적 문제 해결 방식을 환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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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가 인물의 입체성을 포기하면서 선과 악의 경계, '선의 선다움'에 대해 성찰하지 않게 된 것은 언제부터 이어져내려온 관습일까. 또 이 고착화된 모노톤 드라마는 언제 끝을 볼 수 있을까. 이분법적 인물 구도의 진부함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드라마들이 계속하여 소비되는 것이 씁쓸하기만 하다.


이제는 우리가 고집해왔던 드라마의 폭력적 코드가 정당한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 보아야 한다. 액션 신의 박진감만 반복되는 반성 없는 드라마는, 피로한 스펙타클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주먹의 힘으로 선한 자의 손에 승리를 쥐여주는 것에 만족하기 이르다. 캐릭터는 조금 더 다면적이어야 하며, 드라마의 전개는 설득력을 되찾아야 한다. 또한 평화와 행복 쟁취의 수단은 맹목성에서 탈피해야 한다. 살인, 수감, 처형, 폭행 등과 같은 강한 자극에 익숙해진 주인공들을 우리는 변화시켜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러한 코드를 창출해 낸 사회의 모습을 눈여겨보아야 한다. 우리 사회가 정의로운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지, 약자를 수호하는지, 부당함에 대해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는지, 사람들에게 신뢰를 주고 있는지 끊임없이 살펴야 한다.


이제 정확한 진단과 본질적 해결이 필요한 시점이다. 필요하지 않다면, 답보 상태에 놓인 이 드라마의 폭력 코드는 자연스레 없어질 것이다. ‘김 빠진 사이다’ 같은 드라마에서 벗어나 '성찰하는 드라마'로 나아가는 한국 드라마 시장이 되길 기대해 본다.



[이승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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