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지킬앤하이드: 좋았다 그리고 아쉬웠다 [공연예술]

글 입력 2019.04.30 2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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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지킬앤하이드>


관람일자: 4월 24일


캐스팅

지킬&하이드 역: 조승우

루시 역: 윤공주

엠마 역: 이정화

 

 

그동안 나에게 뮤지컬은 ‘가까이하기엔 너무 먼 당신’이었다. 우선, 지방에 사는 터라 뮤지컬 공연이 일상이 되기엔 무리가 있었고, 무엇보다 티켓 가격이 부담스러웠기 때문이다. 멋모르던 시절, ‘뮤지컬이나 한번 볼까?’ 하고 예매 사이트에 들어갔다가 가격을 보고 그대로 나왔던 적도 있었다. 가격이 비싸다 보니 작품 선택은 더욱 신중해졌다. 후회하지 않을 작품을 고르고 싶은데, 뮤지컬에 대해 뭘 알아야 취향에 맞는 것을 고르지.


이런 이유로 뮤지컬 관람은 차일피일 미뤄졌지만, 언젠가 꼭 볼 것이라는 마음에는 변함이 없었다. 그리고 드디어 때가 왔다. 뮤지컬 <지킬앤하이드>가 한다는 소식을 들은 것이다. 뮤린이(?)인 나도 알 정도로 유명한 작품인 데다 캐스팅 목록에 ‘조승우’가 있어 망설임은 없었다. 그렇게 내 첫 뮤지컬은 <지킬앤하이드>가 되었고 내가 느낀 <지킬앤하이드>는 다음과 같다.



*

공연 스포일러가 포함된 글입니다.




1. 배우 그리고 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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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작품이 그렇겠지만, <지킬앤하이드>에서는 특히 배우의 연기가 중요하다. 이중인격이라는 소재의 특성상 지킬&하이드 역을 맡은 배우의 연기에 작품의 질이 좌우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04년에 초연된 <지킬앤하이드>가 15년이 지난 지금까지 명성을 유지하는 것도 배우들이 역할을 훌륭히 소화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조승우는 ‘조지킬’이라고 불리며 관객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는 배우이다. 나 또한 공연을 본 후 그에게 찬사를 보낼 수밖에 없었다. 조승우는 역시 조승우였다. 뮤지컬 배우 조승우는 드라마와 영화와는 색다른 묘미가 있었다. 뮤지컬 특유의 과장된 연기, 발성법과 생생한 현장감이 더해져 더욱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단연 <confrontation>이다. 바뀌는 조명에 따라 지킬과 하이드를 시시각각 오가는 그의 모습은 압도적이었다. 많은 사람이 말하는 것처럼 마치 마술쇼 같았다. 공연을 보고 난 후, <confrontation>의 잔상이 아른거려 동영상 사이트를 헤맬 할 정도였다. ‘이래서 뮤지컬을 여러 번 보는구나’하고 ‘뮤지컬 덕후’들을 이해할 수 있던 순간이었다.

 

또한, 엠마 역 이정화의 청아한 목소리에 감탄이 절로 나왔으며, 루시 역 윤공주의 허스키한 목소리와 능숙한 연기는 티켓값이 아깝지 않은 또 다른 이유였다.




2. 어렵지 않은 뮤지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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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킬앤하이드>는 초심자에게 적합한 뮤지컬이다. 우선, 스토리가 익숙하다. <지킬앤하이드>의 원작소설이 이중인격의 대명사가 될 만큼 유명하기 때문이다. 자세한 소설 내용은 모르더라도 ‘지킬앤하이드’를 떠올렸을 때 ‘선과 악’, ‘이중인격’이라는 키워드가 연상되기만 하면 충분하다. 이것만 알면, 나머지는 뮤지컬을 보며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때문에 이것이 극의 형식, 배우의 발성법 등 모든 것이 낯선 초심자가 이 뮤지컬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첫 번째 이유이다.
 
또한, 스토리뿐만 아니라 넘버도 익숙하다. ‘지금 이 순간-’ 방금 자신도 모르게 ‘마법처럼-’ 이라고 흥얼거리지 않았는가? 나 또한 어디서 들었는지 모르겠지만, 이 넘버는 귀에 익숙하다. 이것은 <This Is The Moment> 라는 <지킬앤하이드>의 유명한 넘버이다. 전 국민이 이 뮤지컬의 넘버를 적어도 한 개는 알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 이 넘버가 흘러나오는 순간 반가운 마음마저 들 것이다.



3. 그러나, 아쉬웠다


 

공연을 보면서 아쉬웠던 부분도 적잖이 있었다. 그 부분은 많은 사람이 <지킬앤하이드>의 문제점으로 지적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바로 여성 캐릭터의 활용과 자극적인 스토리이다.



1) 여성 캐릭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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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말하자면, <지킬앤하이드>에서 여성 캐릭터의 비중을 기대하진 않았다. 뮤지컬에서 여성 캐릭터의 좁은 입지에 대해 이미 알고 있던 데다가, <지킬앤하이드>는 주인공의 비중이 워낙 큰 극이기 때문이었다. 예상대로 극에서 여성 캐릭터 ‘루시’와 ‘엠마’에게 주어진 역할은 미미했다. 지킬 혹은 하이드의 연인, 그게 전부였다.


알고 있었다고 해서 아쉽지 않은 건 아니었다. 제한적인 역할일지라도 어떻게 풀어가느냐에 따라 캐릭터를 매력적으로 그릴 수 있는데, 이 극에서는 그런 노력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너무나도 전형적이고 수동적인 여성 캐릭터였다. 순결한 성녀 같은 지킬의 약혼녀 엠마는 평면적 캐릭터의 전형이었으며, 유흥가 여성인 루시가 다른 남자와는 다른 지킬에게 사랑에 빠지는 것은 진부했다.


지킬&하이드 캐릭터의 서사를 위한 캐릭터 설정에서 나아가지 못하는 그들에게 특별한 매력을 느끼기는 어려웠다.



2) 8세 이상 관람가?


<지킬앤하이드>에는 살인, 향락가, 폭력 등과 같은 자극적인 요소들이 작품 전반에 비치되어 있다. 루시의 설정 자체가 유흥가 여성이고, 하이드의 악을 표현하는 방식이 살인이니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여기까지는 그냥 넘어가더라도 소녀를 성추행하는 장면은 눈살이 절로 찌푸려졌다.


불쾌한 장면이지만, 그 장면이 어떤 나름의 고민과 문제를 제시하기 위한 것이었다면 수긍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보다는 종교인의 타락한 모습을 단편적으로 보여주고 그를 통해 하이드의 악을 드러내기 위한 수단에 지나지 않는 장면이라 거북하기만 했다.






만족스럽기도 하고 아쉽기도 한 첫 뮤지컬 관람이었다. 처음이라 비교 대상이 없지만 왜 이 작품이 스테디셀러인지 이해할 수 있던 시간이었다. 앞으로 다른 뮤지컬을 관람하면 이 공연의 의미도 변할지 모르지만 말이다. <지킬앤하이드>는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많은 사랑을 받은 만큼 앞으로도 흥행을 이어갈 가능성을 지닌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시대는 변하고 있다. 이 작품이 계속 흥행 불패를 이루기 위해서는 많은 사람이 지적하는 부분에 대해 이제는 고민이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다음에 찾아올 <지킬앤하이드>에는 이런 고민의 흔적이 보이길 기대해본다.



[정지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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