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서울시극단 창작극 - 함익 : 우리의 삶과 맞닿은 고전의 재해석

글 입력 2019.04.21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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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함익은 겉으로 봐선 남부러울 것 없어 보이는 사람이다.


제3자의 눈으로 바라봤을 때에는 적어도 그렇다. 대기업 회장의 장녀이고, 영국으로 유학도 다녀왔으며, 대학 교수라는 안정적인 직업까지 가졌다. 하지만 그녀는 지독히도 외롭다. 정략인 듯 아닌듯한 또 다른 대기업 아들과의 결혼도 내키지 않고, 교수라는 자리에도 크게 흥미가 있어보이진 않는다.


하지만 함익은 그것을 겉으로 티내지 않는다. 그녀가 유일하게 속을 터놓고 자신을 드러내는 장면은 분신 ‘익’을 만날 때이다. 시원하게 욕도 하고, 솔직한 이야기들을 ‘익’에게 털어놓는다. 그녀는 ‘익’을 만날 때 자유로워진다.

 

우리도 사실 함익과 별다를 것이 없다. 종일 사람들과 어울리더라도, 사람들에게 솔직하기 무언가를 말하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사회생활을 할 때에는 솔직함은 독이 될 때가 더 많다. 우리가 온전히 ‘나’에게 솔직해질 수 있는 시간은 아마 방안에 앉아 일기를 쓸 때 정도가 아닐까.


우리는 함익이 의붓어머니의 아들에게 욕을 할 때 웃음이 터진다. 우리도 알게 모르게 아이에게 함익과 비슷한 감정을 느꼈기 때문에 웃음이 나왔던 것이다. 결국 우리도 수많은 ‘함익’ 중 한 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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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익은 학교에서 연우를 만나게 된다. 자신의 수업을 듣고 싶어서 청강 신청을 한 휴학생. 함익은 연우에게 완전히 사로잡혀버린다. 햄릿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거침없이 펼쳐나가는 연우에게 함익이 새로운 충격을 받았다고 생각했다.


호감의 시작은 호기심이라고 했다. 함익은 연우에게 호기심이 생겼고, 마치 처음 사랑에 빠진, 서툰 아이처럼 유치한 행동들을 거듭한다. 아마도, 로미오가 첫사랑이었던 줄리엣처럼. 그동안 함익이 보여준 모습과 전혀 다른 모습이고, 아마 본인도 몰랐던 새로운 모습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함익은 더욱 혼란스럽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함익은 햄릿도, 줄리엣도 되지 못한다. 복수도 사랑도 모두 실패한다. 아버지를 죽이지 못하고 엄마의 시체에 매달려 웃고 있었던 원숭이 햄릿을 죽인다. 사실 어떻게 보면 엉뚱한 분노 표출이었다. 또한 학교에서도 학생들의 저항으로 인해 본인의 온전한 작품을 올리지 못한다.


그럼 과연 함익의 인생은 배드엔딩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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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익은 구두를 벗어두고 ‘익’과 함께 퇴장한다. 구두를 벗은 것. 두 가지 의미가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첫 번째는, 자살이다. 사실 긍정적인 결말은 아니다. 하지만 함익은 ‘익’과 자신을 속박하던 모든 존재들을 지나쳐 빛을 향해 달려 나간다. 자유를 찾은 것이다.


바로 ‘자유’가 두 번째 의미다. 함익은 ‘익’을 만날 때에만 맨발로 등장했다. 그리고 분신 '익'은 항상 맨발이었다. 구두는 일종의 상징이다. 약간 높은 굽을 가진, 답답하고 불편한 신발. 굽은 그녀의 사회적인 위치, 답답하고 불편함은 그녀의 억압하는 모든 것들을 포괄해서 나타낸 상징이라고 생각했다. 그 사회적 위치와 억압을 벗어던지고 행복을 찾아 떠난 것이다.

 

어떻게 보면 함익은 스스로 그 무엇도 해내지 못한 답답한 캐릭터이다. 하지만 <함익>에서 전하고 싶었던 이야기, ‘살아있는가, 죽어있는가. 그것이 문제야.’라는 이야기와 함익의 결말은 맞닿아있다. '살아있었지만 죽은' 삶을 살았던 함익은, '죽었지만 살아있는' 삶을 찾아갔으니까.


*

  

여담으로 <함익>은 이번 공연을 끝으로 다신 볼 수 없다고 한다. ‘고전’작품은 우리에겐 너무 어려운, 멀게만 느껴지는 작품이지만, 결국 유명한 이유는 우리가 살아가는 이야기를 담아냈기 때문일 것이다. 햄릿으로 태어나 줄리엣을 꿈꾸는 여자, <함익>은 오는 4월 28일까지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공연될 예정이다.






함익
- 서울시극단 정기공연 -


일자 : 2019.04.12 ~ 04.28

시간
평일 오후 8시
토 오후 3시, 오후 7시
일 오후 3시
(월 공연없음)

장소 :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

티켓가격
R석 50,000원
S석 30,000원
A석 20,000원

주최
(재)세종문화회관

주관
서울시극단

관람연령
만 13세이상

공연시간
100분





[박희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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