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차이의 본질을 파고들다 : 도서 [문화코드로 읽는 지구]

글 입력 2019.04.07 0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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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겨울, 유럽여행을 약 한 달 정도 다녀왔었다. 그리고 아직도 가끔 사진을 보며 그 때의 추억으로, 그곳에 다시 갈 의지로 현재를 살아가고 있다. 한국 음식을 그렇게 그리워하더니 왜 다시 가지 못해 안달이냐고 물을 수 있다. 당시의 여유로움을 잊지 못해서 그렇다고 하면 답변이 될까.


다른 일을 하지 않고 맛있는 것을 먹고, 좋은 것만 보러 다닌 것에서 느껴진 여유로움이라면 한국에서도 충분히 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내가 그리워하는 여유로움은 지금 생활 양식에서 느낄 수 없는, 유럽 사람들의 태도로부터 느껴진 어떤 것이었다.

 

문화예술을 배우는 사람으로서 나라마다 탄생 배경, 겪어온 역사가 달라 문화 코드 또한 당연히 다르다는 점은 당연한 사실이다. 또한 문화적 차이를 인지하고 면밀히 파악한채 작품 감상이 필요하다는 사실 또한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한다. 하지만 당연함은 더 깊은 생각으로 나아가기 어렵게 할지도 모른다.


얼마 전 수업에서 K-POP의 방향성에 대해 논의하던 중, 아시아 국가들에 비해 서양 국가에서는 인기를 얻기 어려운지 이유를 물어왔을 때 다들 당당하게 문화 코드가 다르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그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었지만 왜 다른지에 대한 의문과 그에 대한 답은 존재하지 않았다.




본질을 건드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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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적으로 도움을 받고 싶어 신청한 책이었지만 예상보다 매우 흥미로웠다. 우선 표지가 꽤나 귀엽다. 덕분에 접근하기가 쉬워 자연스레 술술 읽어 내려간 책이었다. 자고로 앞 파트가 즐거워야 독서의 속도가 붙는 성향인데, ‘서로 다른 지구인’이라는 제목을 가진 첫 파트가 다행히도 공감가는 내용으로 시작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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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코드의 차이에서만 머무른 것이 아닌, 왜 차이가 발생했는가 라는 질문으로 본질을 건드린다. <별에서 온 그대>가 당시 중국에서 큰 히트를 쳤다는 사실은 아마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덕분에 주인공이었던 전지현, 김수현이 중국에서 톱스타의 반열에 올랐을 정도로 인기 몰이를 했었는데, 단순히 잘생기고 예쁜 배우들과 외계에서 왔다는 흔하지 않은 드라마의 컨셉이 중국인들에게 적중했다고 생각했다.


이 인기의 근본에 중국의 도교적 정서가 반영되어 있다는 사실은 모두가 알까. ‘와, 도교가 왜 여기서 나와?’ 싶었다. 자연을 바라보는 동서양의 차이가 드라마의 인기를 좌우 했다니. 게다가 외계에서 온 존재를 김수현으로 설정할 수 있었던 이유 또한 그 차이로부터 파생된 것이라니. 생각보다 깊이 영향을 미치는 것이 문화적 정서라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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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 이모티콘만 20개가 넘는 나는 이모티콘 헤비 유저로 불리어도 모자라지 않다. 무언가 이모티콘 없이는 말투가 차가워 보이기 십상이었다. 괜히 상대방으로 하여금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싶지 않았던 나는 말 한마디를 하면 이모티콘을 슬며시 추가하는 편이다. 물론 이모티콘이 귀여운 탓 또한 있다. 사실 이러한 태도는 나 또한 한국인이기 때문이었다. 서구에서는 이런 귀여운 이모티콘 없이 메신저를 하다니. 우리나라로서는 상상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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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브랜드들의 광고를 조사한 적이 있다. 경쟁사 조사를 하던 중이었는데, 다양한 국가들의 광고를 다수 보면서 유독 관능적인 느낌을 주는 광고들이 있었음은 확실했다. 하지만 어떤 국가의 특성이 들어가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향수 광고이니까, 여성이 사용하는 화장품 광고이니까 하며 짚고 넘어갔었는데 프랑스 광고의 특징이라니. 한때 광고를 꿈꿨던 사람으로서 창피한 넘겨 짚음이었다.


워낙 특이한 광고들로 유명한 일본 이외에는 국가마다 광고의 차이가 있다고 생각해본 적은 없었지만 프랑스와 미국 광고의 차이를 예시로 들어주는 부분을 읽고 단번에 이해가 간 것을 보면 나도 모르게 인식하고 있었나 보다. 자신의 당당한 모습을 보여주는 미국의 광고들이 자연스레 떠오른 걸 보면 말이다.


광고는 특히 해당 국민들에게 매력적으로 비춰져야 하기 때문에 국가 특성을 반영할 수밖에 없는 콘텐츠 중 하나라고 생각된다. 우리나라 광고를 외국 사람들이 본다면 어떤 특징을 꼽을 수 있을까 궁금하다.




융합의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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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융합의 시대이다. 유투브, 페이스북 등 외국의 콘텐츠들을 접할 수 있는 채널이 다양해졌고 그 횟수 또한 잦아졌으며 영향을 받는 것 또한 물론이다. 수직적인 문화를 가졌던 예전의 대한민국과는 달리 점차 수평적인 문화를 지향해 나가고 있는 것처럼 외국의 좋은 문화들을 데려오고 있는 중이다. 그러나 사회적으로 변화는 언제나 어렵고, 저항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그것은 아마 이번 책에서 말해준 민족, 지역적인 본질에서 탄생한 문화 코드에서의 차이가 큰 이유로 작용할 것이다. 그럼에도 세계화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지금, 자신의 문화만 고집하는 것이 아닌 이해의 범위가 넓어지는 것은 분명 필요한 과정이다.


한 때 서구 문화를 우수하게 바라보았던 시선이 있었다. 아직까지도 존재하지만 그 때는 더욱 정도가 심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번 책을 통해 알 수 있는 사실 중 하나는 우수한 문화라는 것은 없다는 점이다. 어떤 문화든 탄생한 이유가 있을 뿐더러 지역, 민족의 사상이 들어가 있는 어떠한 것이다. 그것이 우수한지 열등한지 따져보는 것은 섣부르고 각 문화에 대한 존중이 없는 판단 뿐이다.


문화 에술을 하고자 하는 사람 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이러한 사실을 간과하지 않기를, 그 바탕에 이번 책도 놓여있으면 한다.



[맹주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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