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컬러 테라피의 진수, "데이비드 호크니 전"과 "러브 데스 로봇" [시각예술]

글 입력 2019.04.03 2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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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감이 풍부한 영화를 좋아한다. <찰리와 초콜릿 공장>, <플로리다 프로젝트>,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등 메시지도 좋지만 화려한 원색들이 펼쳐지는 화면도 나에게는 그 못지않게 중요한 ‘취향 저격’ 포인트다. 그런 내게는 전혀 관계없어 보이는 이 두 예술이 비슷하다고 느껴졌다. 최근 각 분야에서 화제가 되는 서울시립미술관의 <데이비드 호크니 전>과 넷플릭스 오리지널 애니메이션 <러브 데스 로봇>이다. 우선 각각의 예술을 소개하고, 공통점을 이야기해보려 한다.




데이비드 호크니, 끊임없는 변화와 발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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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마르셀 뒤샹 전>에도 다녀온 터라, 예술가들이 구상회화에서 추상회화로 넘어가는 식의 전시 구성이 다소 평범하다고 느끼기는 했다. 그러나 뒤샹과는 달리 현재 살아있는 데이비드 호크니는 컴퓨터 기술의 발전까지 볼 수 있었기에 팩스 등 각종 기술을 이용해 활발하게 작품 활동을 했다. 또한, 추상화에서 다시 구상화로 돌아오는 전환기도 흥미로웠다.

그의 그림들은 정말 예쁘다. 특히 추상회화로 넘어가기 전 로스앤젤레스와 자연주의 시기의 그림들을 보면 예쁘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위의 사진은 대표작인 <더 큰 첨벙>으로, 런던과는 달리 따뜻하고 화창한 날씨가 계속되는 로스앤젤레스의 환경에 매료되었던 그가, 로스앤젤레스의 이미지를 잘 보여주는 가정 내 수영장을 그린 작품이다. 색 구분이 명확하며 명암 표현도 특별히 없는 수영장과 집의 모습과는 달리, 다이빙 보드 아래의 물살은 그가 2주나 걸려 그렸을 정도로 상당히 세밀하다. 실제로 전시장에서 이 그림을 보면 부분별로 물감의 양이나 붓 자국들이 다른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림의 스타일이 바뀌었다고 해서 그의 작품세계가 달라진 것은 아니다. 추상회화조차도 철저한 계획과 의도 아래 그렸을 정도로 꼼꼼한 그의 성격이 잘 드러난다. 우연성에 기초하는 잭슨 폴락 등의 액션 페인팅과는 완전히 반대이다. 에칭 기법으로 나타나는 얇은 선은 그러한 특성을 극대화하여 잘 보여준다. 그림 속의 텍스트는 재치있다.

현존하는 작가 가운데 최고가에 작품이 팔리고, 시립 미술관으로서는 이례적으로 비싼 1만 5천 원이라는 관람가 때문에 자극적인 기사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미술관의 규모 때문에 전시 작품 수의 한계가 있어 아쉽다는 생각이 들기는 했지만, <더 큰 첨벙>, <클라크 부부와 퍼시>, <와터 근처의 더 큰 나무를 또는/또는 새로운 포스트- 사진 시대를 위한 야외에서 그린 회화> 등 규모가 큰 작품들을 서울에서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만족했고, 전시에 가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러브 데스 로봇, 애니메이션의 한계는 어디까지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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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빗 핀처 감독의 성인을 위한 애니메이션 <러브 데스 로봇>은 다양한 장르의 애니메이션이 있다. 실사에 일부 애니메이션이 입혀진 에피소드, 20세기 중반의 만화와 비슷한 그림체의 2D 에피소드, 실제 사람과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섬세한 3D 에피소드 등 편마다 새로운 시도를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키덜트라는 말 자체가 거의 사라졌을 정도로 예술의 향유 계층이 다양해진 시대라서 그런지 이 애니메이션은 상당한 인기를 얻고 있다.

각각의 에피소드는 표현 방식만 다양할 뿐만 아니라 주는 메시지도 다양하다. 별다른 교훈 없이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에피소드부터, 10분 내외로 짧은 길이임에도 불구하고 깊은 메시지를 주는 에피소드도 있다. 아직 전편을 감상한 것은 아니나, 인상 깊게 본 에피소드를 몇 개 꼽아 보자면 처음에 보고 사람인 줄 알고 깜짝 놀랐던 ‘행운의 13’, 너무나 귀엽고 발칙한 상상을 담은 ‘요거트가 세상을 지배할 때’, 멸망한 지구에서 로봇의 시각으로 인간을 바라보는 ‘세 대의 로봇’, 그리고 동명의 색을 주제로 그림을 그리는 예술가 이야기인 ‘지마 블루’ 가 있다.

2년 전 이맘때 DDP에서 하는 <픽사 애니메이션 전>에 갔는데, 어린이보다 성인이 전시를 훨씬 많이 보러 왔다는 사실에 놀라워했다. 픽사 애니메이션은 비교적 현실적인 스토리가 많았고, 특히 <토이스토리 3>와 같이 성장해온 관객들이 향수를 많이 느끼고 방문한다는 설명을 듣고서야 이해할 수 있었다. 아무리 성인도 애니메이션을 스스럼없이 즐길 수 있는 시대가 왔다 하더라도, 애니메이션은 여전히 향수를 느끼게 한다. 아마도 애니메이션을 매개로 순수했던 때의 자신을 추억하는 것이 큰 이유가 아닐까 추측해본다. <러브 데스 로봇>은 장르적으로는 이렇게 향수를 불러일으키며, 스토리나 표현 기법 측면에서는 성인의 인지 능력이나 취향에 맞게 잘 변형한 좋은 예다.




다른 듯 닮은 두 예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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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회화 전시와 애니메이션은 평면적인 매체를 통한 시각 예술이라는 점에서는 같다. 그러나 여기서 주목하고자 하는 두 예술의 공통점은 바로 화려한 색감이다. 데이비드 호크니의 작품에서는 꼭 자연주의 시기와 로스앤젤레스에서 머물던 시기가 아닌 추상 회화에서도 화려한 색감이 두드러진다. <러브 데스 로봇> 에서도 일부 어두운 내용을 다룬 에피소드를 제외하고는 스마트폰에는 채 담기지 않는 수많은 색의 향연을 감상할 수 있다.

강렬한 색은 치유의 효과가 있다. <러브 데스 로봇>의 에피소드 <지마 블루>에 등장하는 파란색은 심리적 안정, 자기표현, 미적 감각을 향상하는 데 도움이 되고, 호크니의 <환영적 양식으로 그린 차 그림>의 빨간색은 에너지를 갖게 하고 안정감을 준다. 호크니의 <와터 근처의 더 큰 나무들 또는 새로운 포스트-사진 시대를 위한 야외에서 그린 회화> 를 뒤덮고 있는 가지가 많은 검정색의 나무들은 평온함을 주고, <러브 데스로봇> 의 <요거트가 세상을 지배할 때> 속 요거트의 흰색은 머릿속을 정화한다. 이는 흔히 컬러 테라피에서 해석하는 색들의 기능으로, 실제로 그 순간 의식했던 나의 감정과 거의 유사하다.

예술에 관심을 두게 되면서, 작품의 사회적 의의, 작가의 의도 등에 신경을 쓰느라 작품 그 자체를 온전히 즐기면서 보지 못했다.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작품을 보면 더욱 그 사람의 관점에 갇혀, 나와 작품의 관계에 집중하지 못했다. <데이비드 호크니 전>과 <러브 데스 로봇> 모두 인기가 많다는 이야기를 듣고 찾은 예술이지만, 다른 사람들의 평가보다는 오로지 내 느낌에 집중하며 즐겼다. 특히 회화는 아직도 나에게는 어려운 예술이지만, 때로는 아무런 사색 없이 색감에 빠져 황홀한 느낌이 드는 것도 훌륭한 감상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더욱 많은 이들이 이 두 예술을 통해 예술의 본래 목적인 ‘즐거움’을 찾았으면 좋겠다.



[김채윤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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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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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샤프위의포뇨
    • 마지막 문단이 참 공감갑니다. 앞서 말씀해주신 영화부터 러브 데스 로봇까지 재밌게 봤는데 색감 측면에서는 잘 생각해본 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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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kcy4282
    • 2019.04.06 14:5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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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샤프위의포뇨공감해주셨다니 뿌듯합니다! 모두 훌륭한 작품이죠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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