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간결하고 당당하게 디자인을 하다 - 디자인 매거진 CA #243

글 입력 2019.04.02 2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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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verview


 

‘간결당당’, 간결하고 당당하다.


‘당당하게 자기 목소리를 낸다.’는 뜻을 담은 이 말은 매거진 CA 243호를 관통하는 핵심이다. 디자인으로 자기 의견을 주장하기도 하고 누군가에게 편의를 제공한다. 이를 위해 우리는 무엇을 중심으로 디자인을 대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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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결’과 ‘당당’으로 주제가 나뉘어 흘러간다. 특히 ‘당당’ 부분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당당’하게 세상의 무엇이 불편한지, 누구를 위한 디자인을 해야 하는지를 담은 부분이 이 매거진의 특징을 잘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매거진 CA는 유니버설 디자인, 독립 출판, 비판적 디자인 등 다양한 이야기를 담으면서 디자인에 대한 철학을 전개해 나간다.



 

다른 시각에서, 유니버설 디자인


 

매거진 CA의 ‘간결당당’ 중 하나였던 ‘유니버셜 디자인’. 디자인은 많은 사람들, 혹은 특정 사람들의 편의를 위해 많이 고민해야 한다. 기능이 중요한 것인데 디자인을 공부하면서 이 부분을 가장 많이 놓쳤었던 것 같다. 그것을 실제로 사용하는 사람들의 입장으로 만든 것이 아니라 장식적인 요소에만 치중했던 것은 아닐까.

 

그렇기에 시각장애인을 위한 디자인에 대한 이야기는 무척 흥미로웠다. 스마트폰이 필수품인 현재, 시각 장애인을 위한 앱에 대해서 생각해본 적이 있을까? 평평한 화면 속 시각적인 요소로만 존재하는 현재의 모습. 시각 장애인을 위한 UI/UX는 마치 필요 없어 보일 정도다.


러나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시각적인 것이 안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구성과 개요에 더욱 집중하고 기능에 따라 논리적으로 순서를 짜는 것이 중요하다고 매거진은 이야기한다. 오히려 겉으로 보이는 것이 없기 때문에 근본적인 것이 탄탄해야 하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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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랜드마크: 어떤 지역을 대표하거나 구별하게 하는 표지.’


우리가 흔히 어느 지역의 랜드 마크라고 하면 떠올리는 것이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서울 하면 남산 타워가 있는 남산의 모습이 떠올릴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그렇다면 시각장애인도 서울 하면 떠올리는 것이 남산 타워일까?

 

흔히 랜드마크라고 하면 시각 비장애인은 시각적인 것을 떠오른다. 그러나 시각 장애인의 경험은 그와 다르다. 시각이 아닌 다른 감각으로 랜드마크로 인식한다. 서울어린이대공원 점자 브로슈어는 시각 장애인의 경험과 감각을 토대로 하여 시각 비장애인과 다르게 랜드마크를 설정한다.


예를 들어, 비장애인의 랜드마크는 커다란 놀이기구 등 아주 큰 지형지물이지만 시각장애인 에게는 해당하지 않는다. 오히려 작은 매점, 소리가 나는 분수대 등 상대적으로 크기가 작고 다른 감각을 활용하여 찾을 수 있는 것을 랜드마크로 인식한다. 시각장애인 입장에서 랜드마크를 재정의하면서 다른 방식으로 길을 인식하는 법으로 새로운 점자를 만든 이 점자는 유니버설 디자인이 무엇을 중요시하는지 다시 한번 보여주는 사례가 되었다.

 

나에게 익숙한 것이 누군가에게도 익숙한 것은 아니다. 그렇기에 그 유저가 어떤 것을 불편해하는지 파악하여 해결해 나가야 한다. ‘직접 묻고 직접 들어야’ 직접 알 수 있는 것이며, 그것은 유니버설 디자인의 기초가 된다. 비장애인의 입장에서 시각장애인에 대한 추측에만 의존하고 ‘이건 이럴 거야’, ‘이게 필요할 거야’ 등은 아름다운 쓰레기가 된다고 매거진은 이야기한다.


디자인의 기초는 누군가의 편의, 그것을 위한 기능을 만드는 것이라는 것을 되새길 수 있었다.



 

당당하게, 디자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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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당하다’ 남 앞에 내세울 만큼 모습이나 태도가 떳떳하다.


현재 한국의 디자인은 역대 역사상 가장 뜨겁고 당당하게 자기주장을 하고 있다. 사회 구성원 중 한 사람으로서 자신의 삶과 연관된 문제들을 이야기할 때는 디자인을 하나의 문제 해결방식으로 생각하고 접근한다. 여가여배(여자가 가르치고 여자가 배운다), FDSC(페미니즘 디자이너 소셜 클럽) 등이 그것의 일환이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디자이너들이 모여 사회적인 이야기를 소통하고 결과물을 만들어낼 때 큰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 <입이 트이는 페미니즘>이 그것이라 볼 수 있다. 이 책은 현재 페미니즘 입문서로 불리며 ‘초대박’을 친 작업이다. 이 책의 출간 이후 페미니즘 도서가 열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의 젊은 여성의 이야기를 공감대를 형성한 것뿐만 아니라 가벼운 분위기의 북 디자인 또한 이 책의 ‘초대박’으로 이끌어갈 수 있었다. 이처럼 디자인과 사회의 이야기가 만났을 때 새로운 장이 열리게 할 수 있다.

 

디자인은 겉만 예쁘게 만들어주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위의 사례들을 통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운동가의 말로만 존재했을 때 잘 와닿지 않았던 것이 디자인을 만나면 매우 효과적으로 전달될 수 있는 것이다.



 

마무리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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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CA는 디자인에서 무엇이 중요한지 잘 담고 있다. 시각적인 언어가 얼마나 강력하고 중요한지, 디자이너로서의 소명이 무엇인지 다시금 머금을 수 있었다.

 

잡지의 아쉬운 점도 있었다. 전체적인 레이아웃, 글꼴 크기 등으로 가독성이 아주 좋은 잡지는 아니었다. 읽으면서 디자인적으로 아쉬웠던 부분이 있었다. 그러나 그 어떤 곳보다 디자이너가 무엇을 중요히 생각해야하는지, 그 철학에 대해 잘 담은 잡지였다. 간결하고 당당하게, 디자이너는 자신만의 디자인과 생각을 전개해야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연승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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