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당신의 가면이 슬퍼지지 않도록, 연극 "함익"

한층 가까이에서 다시 태어난 셰익스피어의 <햄릿>
글 입력 2019.04.02 2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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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eview
연극 <함익>
작 김은성
연출 김광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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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애 첫 인턴을 할 때, 여러 가지 부분에 대해 느낀 바가 많지만, 유독 한가지가 충격적으로 남아있다. 그곳엔 모두가 입을 모아 경멸을 드러내는 사람이 있었는데, 회사 물정 모르는 내가 얼추 듣기로도 기가 차는 인물이었다. 뒷담화 상황이야 지금까지 익숙하게 겪어 왔다지만, 날 놀라게 한 것은 당사자를 대하는 그들의 태도였다.

표정 관리가 되지 않아 컴퓨터 모니터만 바라보고 있던 나와는 달리, 농담 따먹기까지 가능한 그 능수능란의 연기력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모든 멸시를 일순 감추고 언제 그런 말을 했는가 싶을 정도로 웃음이 꽃피는 자연스러운 대화가 이루어지는데, 머리가 복잡해졌던 기억이 난다. 대단하면서 씁쓸했다. 난 절대 저렇게 되지 못할 것으로 생각했다.

그리고 인턴이 끝나갈 무렵, 나는 지금껏 익힌 서비스업이 마냥 손님과의 관계에서만 적용되지는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고, 어디에 뒤지지 않을 가면을 쓴 채 웃고 있었다.

*

개인이 한없이 소중해진 현재, 사람들은 저마다 자신의 울타리를 치고 갈수록 덧대며 견고하게 만든다. 냉정하리만큼 선을 긋고, 그 밖의 일에 대해선 이렇다 할 감정조차 싣지 않게 된다. 그렇게 진짜 자신을 숨기고 또 숨기며 울타리 안팎의 모습이 다른 이중적인 자아를 갖게 된다. 그러다 보니 밖에서 채울 용기가 없는 결핍을 안에서 지나치게 찾으려는 경향도 드러나곤 한다.

울타리 밖에서는 어떤 기대도 하지 않은 채, 그저 ‘대외적 나’를 세워 둘 뿐이다.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결국 행동하는 사람은 모두 자기 자신이라는 것이다. ‘나’라는 사람의 만족과 결핍이 어느 공간에서 가장 충족될지 확실히 알지 못하는 이상, 존재하는 모든 ‘나’에게 관심을 기울이고 중심을 잡을 필요가 있다.

아무 생각 없이 그저 편의만을 위해 꼭두각시처럼 ‘대외적 나’를 세우다간 어딘가에서 반드시 결함이 일어날 것이다. 연기해선 안 된다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서 있는 모든 곳에서 자아와 이유를 갖고 행동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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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극단의 연극 <함익>은 이러한 현대인의 내면적 고충에 대해 셰익스피어의 <햄릿>을 끌어와 재구성하고 있다.

주인공의 성별을 여자로 바꾸고, 시대도 현대 한국 사회로 옮겼다. 고독과 욕망을 가득 끌어안은 채, 가면을 쓰고 껍데기처럼 살아가는 여주인공 ‘함익’은 자기 내면의 분신인 ‘익’과 자아 분열적 대화를 나눌 때만 유일하게 자유를 느낀다. 고립된 내면이 무대에서 어떻게 표현되었을지, 받아들이기 힘든 자신의 모습을 어떻게 안고 걸어갈 것인지 기대가 된다.

돌아서면 그걸로 끝인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가 자신, 그리고 현실과의 관계에서 가져야 하는 태도는 어떤 것일까? 갈피를 잡기 힘든 현대인들에게 작품만의 언어로 다양한 시사점을 던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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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 서울시극단_함익_첫리딩현장_배우 이지연 최나라.jpg
 ▲ 서울시극단 <함익> 연습 사진


시놉시스

재벌 2세 함익은 영국에서 비극을 전공하고 돌아온다. 마하그룹의 외동딸로서 지성과 미모를 겸비한 그녀의 일상은 화려하다. 상류층 인사들과의 사교모임, 남자친구 필형과의 근사한 데이트 등 누가 봐도 완벽한 삶을 누리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녀의 내면은 고독한 복수심으로 병들어 있다. 자살한 엄마가 아버지와 새엄마에 의해 살해되었다는 의심을 20년 가까이 버리지 못하고 있으면서도 아버지의 폭력적인 권위에 맞서 말 한마디 제대로 못한 채 가면을 쓴 인형으로 살아왔던 것이다.

복수와 일탈을 꿈꾸면서 숨 막히는 온실 속에서 생기 없는 꽃으로 살아가던 그녀는 그룹 산하의 대학교 연극학과 교수로 부임한다. 그리고 《햄릿》 공연의 지도를 맡게 된 함익 앞에 복학생 연우가 나타난다. 파수꾼 '버나도‘ 역을 맡은 연극청년 연우와의 만남은 외형만 화려했던 함익의 고독한 내면을 조금씩 흔들기 시작하는데….


함익
- 서울시극단 정기공연 -


일자 : 2019.04.12 ~ 04.28

시간
평일 오후 8시
토 오후 3시, 오후 7시
일 오후 3시
(월 공연없음)

장소 :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

티켓가격
R석 50,000원
S석 30,000원
A석 20,000원

주최
(재)세종문화회관

주관
서울시극단

관람연령
만 13세이상

공연시간
1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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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승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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