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디자인 매거진 CA #243

디자인으로 꾸준한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
글 입력 2019.03.31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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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매거진 CA #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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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드러운 미소를 연상시키는 리빙 코랄 색으로 그라데이션 된 표지에서는 어쩐지 산뜻한 봄 냄새가 나는 듯하다. 마냥 밝고 활기찬 기운을 뿜어내는 잡지의 첫인상은 독자에게 그 속내를 들여다보고 싶은 기대감을 주기에 충분했다.


簡潔堂堂. 간결당당, 잡지는 말 그대로 간결하지만 당당한 디자인의 흐름과 단순한 디자인 건너편에서 벌어지는 치열한 고군분투의 현장을 고스란히 담아낸다. 열악한 환경에서도 디자인을 자신의 고유한 업으로 삼고 끊임없이 목소리를 내는 이들은 천진난만한 몽상가들 같다가도 한편으로는 굳은 신념을 가진 혁명가처럼 보이기도 한다.




즐거운 고군분투, 독립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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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로 독립출판의 이야기가 그랬다. 출판 시장에서 절대로 용납이 될 수 없는 실험적인 작품들, 맥락이 없는 이야기들, 혹은 괴발개발한 그림을 독립출판으로 언제든지 도전해볼 수 있다. 그 매력적인 세계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는 이들은 독립출판을 ‘즐거운 고군분투’라 부른다.


독립출판은 기존 체계적인 시스템 아래 책을 낼 수 있는 구조가 아니어서 개인이 혼자 기획부터 편집, 디자인, 유통, 홍보, 그리고 판매까지 책임져야 한다. 그만큼 버겁고 힘든 일이지만 그들은 꿋꿋이 자신만의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린다.


팡팡팡 그래픽실험실, 까만개 프레스, 김희애, 사월의눈, 그리고 유어마인드가 대표적으로 소개됐는데, 소셜미디어를 통해 종종 이들의 소식을 접했던 터라 더욱더 반가움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순진하게 그 일에 뛰어든 것 같았지만, 누구보다 책임감을 느끼고 작업을 이끄는 그들에게 순수한 열정과 집념을 엿볼 수 있었다.


더불어 인쇄 과정이나 예산에서 겪는 어려움과 현시점의 독립출판계의 문제를 고민한 흔적을 비추기도 했는데, 현시점 몸담은 사람들의 있는 그대로의 이야기는 마냥 독립출판을 낭만적인 분야로만 바라보는 이들을 위한 충고와 조언의 목소리로 들리기도 했다.




세상에 균열을 내는 프로젝트, ‘생리, 숨기지 않아도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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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매거진 CA #243 p.111


인도의 디자인 스튜디오 NH1이 주도한 ‘월경에 관한 금기 깨기’ 프로젝트도 인상적인 움직임으로 다가왔다. 생리는 숨길 필요가 없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NH1은 스스로 생리에 대한 태도를 바꾸기로 한다. 그들은 논란이 될 만한 피를 연상시키는 디자인의 생리대 제품을 만들어냈다.


이 패키징은 인도는 물론 수많은 나라에 충격을 선사하기에 충분해 보였다. 프로젝트는 사회의 일반적인 통념과 금기를 깨뜨리는 일에 몰두한다. 그동안 많은 여성은 월경에 관한 대화를 꺼내기 조심스러워했고, 자연적인 현상임에도 자신을 부끄러워했다. 이에 문제의식을 느끼고 목소리를 내는 데 주저함이 없었던 NH1의 용기가 많은 여성에게 전해지길 바란다.


견고한 세상에 균열을 내는 디자인이란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진짜, 정말, 모두를 위한 디자인을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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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매거진 CA #243 p.111



그리고 여기, 또 다른 소수자를 위해 디자인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시각장애인을 위한 제품을 만들고 프로젝트를 구축하며 ‘모두를 위한 디자인’을 진정으로 실현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소개된 손가락 촉감을 이용해 바를 수 있도록 만든 립스틱과 상처에 직접적인 접촉 없이 수정 테이프처럼 밴드를 붙일 수 있도록 고안해 낸 상처 케어 제품은 단순히 비장애인 시선에서 시각장애인에 대한 추측에 의존해 만든 제품이 아니다. 실제 사용자의 불만에 귀를 기울이고 그들의 요구사항을 제품에 그대로 옮겨놓는 노력으로 일궈진 애정 어린 제품들이다.


진짜, 정말, 모두를 위한 디자인은 바로 이런 세심한 배려로부터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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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결당당. 디자인 매거진이 제시한 슬로건은 이 시대 디자인 흐름을 정확히 관통한다. 사람들은 거품을 드러내고 본질에 집중하는 작업을 했고, 덕분에 디자인은 더욱더 간결하고 분명해졌다. 그들은 디자인을 통해 세상에 분노하기도 했고, 자신의 신념을 고스란히 담아내기도 했으며 소수자를 포용하는 바람직한 선을 실천하기도 했다. 그 목소리는 누구보다 뚜렷하고 당당해서 종종 사람들의 마음을 이끈다.


‘이들의 작은 도전이 세상을 바꿀 수는 없더라도 거대한 세상에 작은 균열은 만들어낼 수 있지 않을까?’ 디자인 소식을 읽는 내내 이런 작은 기대를 품으면서 그들의 행보를 응원하게 됐다. 사실 거대한 세상 속 약한 개인의 목소리는 가라앉기 쉽다. 그래서 작지만 꾸준한 목소리를 끈질기게 조명하는 디자인 매거진에 고마움을 표하고 싶다. 덕분에 다채로운 이야기를 듣게 됐으니 말이다.


작은 실천을 하는 이들에게서 용기를 얻고 싶은 사람, 디자인과 인쇄 과정에서 조언을 구하고 싶은 사람, 그리고 현시점 디자인의 흐름을 한눈에 파악하고 싶은 사람에게 일단 이 디자인 매거진을 펼쳐보라고 권유하고 싶다.



 

CA BOO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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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nce 1998. 우리의 관심은 딱 한 가지. 한 사람의 좋은 디자이너가 탄생하고 성장하는 것을 돕고, 지켜보는 것으로부터 시작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 시간과 공간을 넘어 잡지와 단행본과 컨퍼런스를 퍼블리싱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우리 모두가 어디서 무엇을 하든 그 모든 일이 창조적인 작업(Creative Artworks)이 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우리 삶의 외연을 넓히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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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매거진 CA #243

- 2019년 3~4월호 -


발행 : CABOOKS


분야
미술/디자인
그래픽


규격
220 * 300mm
무선제본


쪽 수 : 160쪽


발행일
2019년 02월 27일


정가 : 16,000원


ISBN
977-23-8418-200-9


[박민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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