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행] 덕질 기록 6 : 일러스트레이터 바퀴주(bakijoo) interview

글 입력 2019.03.29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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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젊은 세대의 키워드는 ‘힙(hip)함’이다. 단어의 의미를 살펴보자면 ‘최신 유행을 잘 알고 따르는 와중에 고유한 개성과 감각도 가지고 있다’는, 참으로 오묘한 단어다. 트렌디하면서도 독특한 감성을 가진 이들을 지칭할 때 ‘힙하다’는 표현이 사용된다. 문화를 선도해나가는 예술가들에게는 ‘힙함’이 하나의 덕목이 된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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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 바퀴주 인스타그램 @bakijoo


미세먼지와 함께 봄이 찾아오는 2019년 3월, 덕행과의 인터뷰를 진행한 ‘바퀴주’는 힙한 일러스트레이터다. (필자의 주관적인 감상이 꽤나 가득 담긴 표현이다.) 그녀는 다시금 불어 닥친 시티팝과 레트로 풍의 픽셀 작업을 주로 해오고 있으며, 지바노프(jeebanoff), 19xx, 리밋(Limit) 등 여러 아티스트들의 앨범 커버를 작업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한요한의 앨범 멋들어진 커버 작업을 하며 대국민 사기극(?)의 주인공이 되기도 했다. 본인만의 확연한 스타일을 지닌 아티스트 ‘바퀴주(bakijoo)’와 함께 덕행의 여섯 번째 인터뷰가 진행되었다.




LIKE! @bakijoo



Q. 안녕하세요, 바퀴주 작가님! 덕행의 여섯 번째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독자 분들께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거슬리고      싶은 ㄴ바퀴주  ☆*:.。. 입니다.ㅇ



Q. 닉네임을 ‘바퀴주’라 지으신 데에는 특별한 이유가 있으신가요?


언급을 자주 하긴 했는데 만나는 사람이 적어서 아는 사람만 아는 이야기네요. 19살 때 sbs에서 하는 마지막 야생 바퀴 다큐멘터리를 보게 되었는데, 오롯이 바퀴벌레에 시점으로만 진행되는 다큐멘터리를 보고 나도 저렇게 소소한 방구석 시야를 가져보자 하면서 억지를 조금 가미해서 바퀴벌레의 '바퀴'와 제 이름 '현주'를 따서 바퀴주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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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 바퀴주 인스타그램 @bakijoo



Q. 그림 속에 등장하는 바퀴벌레는 작가님의 트레이드마크라고 할 수 있나요?


근본적인 생각은 손톱 때나 세탁라벨과도 같이 거슬리고 싶은 인간이 되고 싶어요. 긍정적으로든 부정적으로든 신경에 거슬리자가 목표입니다. 그래서 바퀴벌레도 단순히 바퀴주의 마크는 맞지만 네이밍의 목적이라기보다는 그저 거슬리기 위한 수단이었던 것 같아요. 저게 뭐야? 바퀴벌레야? 같은.



Q. 그림 작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어떻게 되시나요?


기억은 딱히 나지 않아요. 그냥 단순히 친구가 없어서 노트에 친구를 만들고 입은 옷이 마음에 안 들어서 노트에 옷을 그리게 된 보통의 쪼다였고 그러다 보니 할 줄 아는 게 그림이 되도록 커버렸어요.



Q. 인스타그램이나 타 인터뷰의 답변들을 보면 화법이 다소 쿨하시고 힙하신데, 평소에 추구하는 본인의 모습이 있으신가요?


관심 있어도 무심한척...! 알아도 모른 척...!  쿨과 힙은 몰까요. 저도 연구해보지만 저는 말을 원체 못해서 최대한 짧고 굵게 쓰려고 늘 목표 하는 편이예요.


빈번히 실패하지만 근데 또 가만히 생각해보니 그것 또한 건방지기 짝이 없네요 ㅋ 평소 지인들과 대화를 할 땐 구구절절 온갖 불필요한 단어를 다 갖다 붙여서 말하는 편이예요.


요즘 사람들은 가독성이 좋다고 해야 할 지 감정에 무딘 걸 쿨하다고 착각하게 된 건지 아무튼 개인적으로 조금은 궁상스러워져도 괜찮다고 생각해요...물론 저부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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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 바퀴주 인스타그램 @bakijoo



Q. ‘코딱지 같은 비주얼 전문’이라는 인스타그램의 소개 글이 인상 깊어요. 모범잡화와의 협업을 통해 굿즈를 발매하실 때도 ‘코딱지 챔프’라는 명칭을 사용하셨는데, 코딱지라는 소재를 사용하게 된 이유가 무엇인가요?


부수적이고 자잘한 느낌이 지금 작업하는 픽셀과도 어느 정도 비슷하다고 느꼈고 또 코딱지처럼 별 의미 없이 파버리면 그만인, 이쁘면 장땡이라는 대충의 표현이었어요. 나이를 먹어도 코딱지 똥 방구 귀지 그딴 게 왜 아직도 웃기고 귀여운 지...




LIKE! bakijoo’s ar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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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 바퀴주 인스타그램 @bakijoo



Q. 레트로한 감성이 느껴지는 픽셀 작업을 주로 하시는데, 이미지를 연출하는 데 있어서 이러한 작업 방식을 선택한 특별한 이유가 있으신가요?


어느 정도의 레퍼런스를 통해서 구상 하려는 것도 있겠지만 레트로를 좋아한지는 너무 오래돼서 자연스럽게 이끌릴 때가 많아요. 픽셀은 그 도구 중 하나였고, 가끔 작업 하면서도 후회할 때가 있어요. 무수한 점을 찍어내면서 내가 얼마나 섬세하지 못한 인간인지 새삼 알아가거든요.



Q. 작업을 할 때 추구하는 스타일이나 느낌, 혹은 가치관이 있으신가요?


적당히 간섭받고 간섭하고 싶어요. 나도 그저 너와 같다는 위로를 해주고 싶어서 출발했지만 요즘은 어떻게 다양한 사람들의 마음의 깊이를 함부로 판단할 수가 있을까 라는 생각이 더 강하게 들어요.


또 진지해지는 것을 머쓱해 하다 보니 애써 표현은 단순하게 해요. 그래서 의도와 다르게 표현되는 경우가 대다수예요. 소심하고 이상한 사람으로 보일 수도 있고요.



Q. 작가님의 초반 작업물들을 보면 서서히 그림체가 변화한 것을 알 수 있는데, 어떤 것을 통해 영감을 받고 변화하시나요?


갖고 있는 가치관이나 세계관이라고 해야 할 지 아무튼 정서는 그대로입니다. 다만 표현의 방식들이 조금씩 달라지고 제가 돈을 벌려고 섬세해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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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 바퀴주 인스타그램 @bakijoo



Q. 우수에 찬 얼굴이나 눈물을 글썽이고 있는 사람들이 등장하는 작품들이 많은데 혹시 어떤 감정이 투여된 건가요? 인물들이 상처를 입거나 코피를 자주 흘리고 있는 이유도 궁금합니다.


예전부터 미성숙한 사춘기(?)시기에 접한 소년들을 대상으로 작업을 많이 했어요. 정리되지 않았고 순수하지만 잔인하고 잘하고 싶었겠지만 결과는 지랄맞고. 우리 또한 거쳐갔던 시간들인데, 한참 뒤에 생각해보니 친오빠의 영향도 어느 정도 있는 것 같아요. 갈피를 많이 못 잡았거든요. 뭐 어떻게 해줄 수는 없고 그저 제가 한 거라곤 조금 그러한 상황들을 가정해서 이해해보려고 했던 것 같아요. 지금은 그런 시간들이 잘 지나갔고요. 눈물 콧물 코피는 클리셰를 좋아하는 순전히 저의 취향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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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 바퀴주 인스타그램 @bakijoo



Q. 지금까지의 작업물 중 특별히 애착이 가는 작품이 있으신가요?


예전엔 캐릭터들이 있고 스토리가 있는 시리즈들이 있었는데 여유를 내서라도 다시 해보려고는 해요. 30살이 넘어가기 전까진 만화 개인지를 내보는 게 목표입니다.



Q. 가장 기억에 남았던 작업이 있다면?


언젠가 이런 말 해보고 싶었어요. 내일 하러갑니다.



Q. 몇 차례 굿즈를 내셨어요. 저도 작년에 마우스패드를 구입해서 동네방네 자랑하며 사용하고 있는데요, 혹시 추후에 또 다른 굿즈 발매 계획이 있으신가요?


지금까진 했던 굿즈들은 변수가 너무 많고 생각했던 것 보다 퀄리티가 달랐던 적이 많아서 또 나서 본다면 이번에는 돈을 좀 들여서라도 착하고 모지란 걸로 내보고 싶어요.




Wi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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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바노프 [so fed up]

지바노프 [주마등 : 走馬燈] 앨범커버

이미지 출처 - 바퀴주 인스타그램 @bakijoo



Q. 개인적인 이야기이지만, 저는 아티스트 지바노프의 앨범 [so fed up]의 앨범커버를 보고 퀴주님의 팬이 되었습니다. 오묘하고 몽환적이면서 어두운 분위기의 음악들과 그림이 잘 어우러졌다고 생각해요. 이후로도 아티스트 지바노프님과 작업을 몇 차례 더 진행하셨는데, 기억에 남는 작업 일화가 있으신가요?


아무래도 [so fed up]은 아쉬움이 좀 더 남은 작업이에요 지바노프도 정규 앨범을 처음 내는 거였고, 저도 커버가 처음이어서 놓친 부분들이 많았어요. 그래도 많이 좋아해주셔서 만족합니다.


그리고 지바노프는 어딘가 신기가 느껴지는 관상대로 정말 귀신같이 작업을 끝내지 않고 자려고 누우면 진행과정을 묻는 카톡이 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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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요한 [엑시브] 앨범커버

이미지 출처 - 바퀴주 인스타그램 @bakijoo



Q. 최근에 한요한의 앨범 [엑시브]의 커버를 작업하셨어요. 이 작업은 어떻게 진행되었나요? 그리고 굉장히 만족하고 있는 아티스트 한요한 본인의 모습과, 주변 사람들의 핫한 반응들을 보며 어떤 생각이 드셨나요?


제가 미화시켰다고 혹은 대국민 사기꾼을 대하는 듯한 생생한 반응이 재미있기도 하고 머쓱하기도 하네요. [저는 사이버 가수 전문입니다ㅋ ] 농담이고, 미화라기보다는 작업할 때 받은 노래나 아티스트의 특징을 보고 제 스타일대로 컨셉을 다시 세워요. 가상의 캐릭터가 있고 캐릭터에게 스토리를 부여하는 식으로..



Q. 함께 작업하고 싶은 아티스트나 인물이 있으신가요?


장르는 가리지 않고 스토리나 컨셉이 명확했으면 좋겠어요. 곡마다 새로운 챕터처럼 느껴질 만큼? 취향이라면 cibo matto 님이나 자우림님 케이티님 콜드님 딘님 백예린님 죠지님. 꿈이니까 다 말해봤어요.


요즘은 시티팝 레트로 트렌드에 감사하게도 끼어버려서 주로 그런 작업을 하는 사람처럼 되어버렸지만 다양한 작업도 많이 합니다. 물론 그부분 역시 제가 노력해야 하는 부분이란 생각입니다.


돈과 작은 열정을 보여주신다면 간 쓸개도 드릴 준비가 되어있어요.




LIKE! duckhaeng



Q. ‘덕행’의 특별 질문입니다. 무언가를 열심히 좋아해 본 경험이 있으신가요?


저는 설문지에 조차 매우 그렇다 매우 아니다를 체크하지 않을 만큼 크게 열정적이지도 원대하지도 않지만 그저 꾸준히 끊임없이 좋아하는 것들은 계속 있어요.


 

Q. 10년 후의 바퀴주 작가님은 무엇을 좋아하고 있으실 것 같나요?


코스트코. 강아지. 고양이. 아마도 돈



Q. 이전에 인터뷰에 응해주신 아티스트 ‘SAAY’님의 릴레이 질문입니다. 어느 날 아침, 눈을 떴는데 당신이 무인도에 있다면 무엇을 먼저 하실 건가요?


미세먼지를 체크해봅니다.



Q. 다음 인터뷰의 주인공에게 아무 질문이나 던져주세요!


노래방 남은 2분 무엇을 부르실 건가요?



Q. 인터뷰 이후에는 어떤 계획이 있으신가요?


우선 정지된 핸드폰 요금을 갚고. 이력서를 쓸 것 입니다.



Q. 마지막으로 독자 분들께 끝 인사 부탁드립니다!


애완용 거북이 정도로 적당히 오래오래 사랑해주세요. 정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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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진행 단계의 막바지에 이르러, 그녀에게 마지막으로 받은 메일에서조차 독특하고 유쾌한 화법을 느낄 수 있었다. 남다른 감성을 지니고, 자본주의를 향한(?) 거침없는 답변을 내보이는. 그러는 중에도 본인의 작업에 있어서 명확한 아이덴티티를 지닌 바퀴주는 진정 힙한 아티스트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글거린다, 머쓱하다’와 같은 표현들이 유행하면서 사람들은 쿨해보이는 것에 온 힘을 쏟기 시작했다. 일러스트레이터 바퀴주는 이런 쿨한 모습을 보여주면서도 작업에 있어서는 결코 가볍지 않은 태도와 애정을 보여주고 있었다. 작은 손톱 때나 세탁 라벨과 같이 '거슬리고 싶은 사람'이 되고 싶다 말하는 그녀의 작업을 보고 있자면, 조금 더 알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트렌디함에 더해 정체성을 잃지 않은 다양한 스타일의 작업을 선보이는 바퀴주. 앞으로 이어질 그녀의 작업이 더욱 기대가 된다.






intro. outro. 김수민

edit. 맹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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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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