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출판의 미래를 묻다 [도서]

<출판저널>509호가 생각하는 출판의 미래
글 입력 2019.03.24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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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저널 509호 입체 표지.jpg
 


‘출판시장이 위기다.’라는 말은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어본 말이다. 이제 시각영상의 세상이 도래하였으며 활자는 더 이상 미래가 없다는 소리를 들으면서 죽어가는 출판시장에 대해 약간의 안타까움을 가져보기도 했지만 그뿐이었다. 작가가 되고 싶다는 꿈을 가진 나조차도 시각매체에 더 관심을 쏟고 있었고 그건 어쩔 수 없는 세상의 흐름이라고 손쉽게 넘겨버렸다. 출판저널 509호를 읽고 나는 지난날의 내가 품은 이기적인 생각에 대해 부끄러움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내가 출판시장의 미래를 가볍게 지워버리는 동안 누군가는 내가 모르는 곳에서 그 출판 시장을 살리기 위해 최선을 다 하고 있었다. 내가 출판저널을 읽고 느낀 가장 큰 감정은 존경심 그리고 고마움이었다.

 

이제 사람들이 전처럼 책을 많이 읽지 않는다는 것은 사실이다. 화려하고 자극적인 매체들로 넘쳐나는 시대에 서점보다 영화관이 더 사람이 붐비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그렇지만 책은 지금 이 순간에도 끊임없이 만들어지고 있다. 우리에겐 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출판생태계를 ‘출판을 둘러싼 환경’ 또는 ‘책을 둘러싸고 있는 환경’이라고 전제할 때, 출판생태계의 발전은 인간의 삶을 더욱 풍족하게 함은 물론 인류의 발전을 가져올 것이다.”


p.11



한국출판학회 이문학 회장의 말처럼 책 읽는 행위는 단순히 개인의 취미 생활을 넘어 더 큰 의미를 가진다. 책은 영화나 드라마와는 비교도 안 될 만큼 오랜 역사를 지녔고 그 역사를 토대로 인류는 여기까지 성장해왔다. 아무리 다양한 매체가 생겨나도 책을 대체할 수 있는 건 없다. 그래서 우리는 더 출판생태계를 지켜야 한다.

 

3·1 운동 100주년을 기념하여 독립 만세 운동 당시 민족대표 33인이 쓴 삼일독립선언서로 장식한 표지부터 인상적인 출판저널 509호에는 아주 많은 사람의 이야기가 실려 있다. 그리고 그 사람들은 모두 책과 관련 있는 사람이다. 내 편협한 사고방식으로는 책과 관련된 사람이라곤 작가, 출판업계 사람들 이 정도가 다였다. 출판저널을 읽고 세상에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책과 관련 되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내가 예상치 못한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이 등장해 진지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여러 사람들의 ‘책’이야기를 들으며 한 사람이 한 권의 책을 읽게 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지 알게 되었다. 내가 읽고 있는 책이 그런 수많은 사람의 노력 끝에서 완성된 것이라고 생각하니 책 하나하나가 소중하게 느껴졌다.


출판저널 목차.jpg
 

출판생태계를 위해 누군가는 지방에 한국지역도서전을 개최하고 누군가는 남녀노소가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도서관을 만들고 누군가는 회사 직원들을 위해 열심히 독서경영을 운영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은 건 책방 풀무질의 은종복 대표의 이야기였다. 평범한 대학생인 내가 제일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나는 1993년 4월 1일부터 책방 풀무질에서 일을 시작했다. 올해 6월 11일 일을 마친다.”


p.42



위와 같은 문장으로 시작한 은종복 대표의 글은 솔직하고 절절했다. 25년이라는 오랜 시간 동안 한 곳에서 개인 책방을 운영한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수많은 현실적인 여건들과 매일 마주해야 하는 일이다. 결국 대표님은 그 현실적인 여건과 타협했지만 포기하진 않았다. 제주에 내려와 제주 풀무질을 운영하기로 했고 성균관대학교 앞을 지켰던 풀무질은 세 명의 젊은 청년들에게 물려주었기 때문이다. 책방 풀무질에 대한 글이었지만 글을 다 읽고 나니 한 사람의 인생 전반을 훑어본 기분이었다. 책이 누군가에겐 인생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출판저널 509호 본문 홍보 이미지 (2).jpg
 


특집좌담 역시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쉴 새 없이 빠르게 움직이는 현대사회에 책은 느리게 제자리걸음만 하는 매체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사람들이 책을 읽게 하기 위한 노력은 그 변화에 필사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경제 읽어주는 남자, 김광석 박사의 말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저는 이것을 문제라고 받아들이지 말고, 그렇게 갈 수밖에 없는 구조화 속에서 돌파구를 마련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 (중략) … 거대한 파도는 일고 있는데 내가 아무리 막는다 해도 파도를 멈추게 할 수는 없잖아요. 파도를 이해하고 그 파도를 어떻게 잘 탈까를 고민해야 한다는 거죠. 출판 산업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p.95



책은 더 이상 도서관이나 서점에만 있는 존재가 아니다. 팟캐스트, 유튜브 등 수많은 플랫폼 속에 책이 들어있고 어떤 경우엔 책이 그 플랫폼으로부터 파생되기도 한다. 책의 현실을 냉철하게 직시하고 그 피할 수 없는 현실을 받아들이며 어떻게든 출판 산업을 발전시키려는 사람들의 치열한 고민이 느껴졌다.

 

대한민국 대표 출판 전문지를 만드는 <출판저널>의 직원들에게도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책을 펼치기 전에는 509호라는 숫자를 크게 생각하지 않았었다. 그러나 책장을 넘기면 넘길수록 이 정성 가득한 잡지를 509호 까지나 완성했다는 사실에 존경심까지 일었다. 책을 사랑하는 마음이 없다면 할 수 없는 일일 것이다. 이 잡지는 책을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았지만 사실 이 잡지를 만들고 오랜 시간 유지하는 것 자체가 책을 위한 노력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잡지를 읽고 나면 책 한 권, 책 한 권이 소중해져서 당장이라도 독서 하고 싶어진다. 그뿐만 아니라 <출판저널>이 세심하게 분류별로 선정한 이달의 책을 소개하는 ‘편집자 기획노트’ 부분을 읽으면 편협한 독서취향이 넓어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출판저널>은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어온 ‘출판시장이 위기다.’라는 말에 대해 가장 명쾌한 대답이 되어줄 것이다. 그 대답을 알고 싶은 사람이라면, 책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싶은 사람이라면 이 잡지를 한 번 읽어보라고 추천하고 싶다.






출판저널 509호
- Publishing & Reading Network -


출간 : 피알엔코리아(주)

분야
문예/교양지

규격
182*257*20mm

쪽 수 : 240쪽

발행일
2019년 02월 25일

정가 : 24,000원

ISSN
1227-1802





[진금미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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